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낮에 야외 운동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남편과 함께 새벽 운동을 다녀왔다.
집에서 차로 십 분 거리에 있는 인도어 골프연습장이다.
사람이 별로 없을지 알았더니 웬걸,
우리가 갔던 한양파인cc 골프연습장은 새벽 다섯 시에 오픈하는데,
다섯 시 반쯤 도착했더니 남은 타석이 얼마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기다려야 했을 뻔했다(우리 부부 포함,, 사람들이 참 잠도 없다~).
평일에 가도 기다릴 때가 많고, 주말 낮에 가면 늘 한두 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칠 수 있는 곳이기는 하다.
90분 동안 쳤는데, 이게 거의 노동에 가깝다.
한 번 치고 좀 쉬었다 치면 되는데,
생각만큼 잘 안 쳐지니 계속 더 휘두르게 되는 게 문제다.
90분 동안 300개 가까운 공을 치고 오면 거의 반죽음 상태가 된다.. ㅠ
남편과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부부 사이에 대화가 없어지기 쉬운데,
일단 취미가 같으면 할 얘기가 많아진다.
어젯밤에는 골프 프로를 보면서 둘이 같이 폼 연습을 하기도 했다.
가끔 둘이 스크린골프를 치기도 하고, 파3 연습장에 가기도 하고,,
또 나 처음 라운딩 갔을 때 남편이랑 남편 친구들이 머리를 올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왜 골프 라운딩 처음 나가는 걸 '머리 올려준다'고 표현할까?
기생이 정식 기생이 될 때 머리 올린다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든 수련 과정을 거치고 처음 라운딩하는 거니 같은 의미로 머리 올린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골프랑 '머리 올린다'는 표현은 영 어색하고 안 어울린다.)
남편이랑 같이 골프를 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살짝 힘들 때도 있다.
모든 남편들은 아내들을 프로 골퍼로 데뷔시키려는 역사적 사명이 있는지,,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아내의 폼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남편조차 골프에 있어서만큼은 예외다.
그만큼 골프가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할 게 많은 운동이라는 뜻도 되지만,
그닥 잔소리가 많지 않은 우리 남편조차 골프채를 휘두르는 내 모습만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나 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스크린골프만 치러 가면 대부분 싸우고 나온다.
안 그래도 잘 안 쳐지는데 남편의 잔소리까지 더해지면 더 안 쳐지니 나는 나대로 예민해지고,
남편 입장에서는, 기껏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는데 내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니 섭섭하다 생각한다.
또 남편이 지적을 하면,, 내 마음은 그대로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것도 문제다.
남편 말대로 안 하는 나를 보면 남편은 내가 남편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정말 몸뚱어리가 안 따라주는 걸 어찌하라구...
이런저런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편이랑 같은 취미를 갖는 걸 추천한다.
골프는 사실 둘이 라운딩 같이 나가면 경제적으로 몹시 부담이 되는 운동이다.
요즘은 정말 그린피랑 캐디피가 다 올라서 같이 가면 비용이 사악하게 든다.
그렇지만 같이 골프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 가서 즐겁게 운동하며 떠들다 오는 건 적당하다 생각한다.
일단,,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이다.
골프가 아니더라도 볼링이든 테니스든 달리기든,,
그게 아니라면 독서를 하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상대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지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남편에 대한 이해심이 한 뼘 더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