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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Mar 01. 2017

한일전 참사를 통해 드러난 FC 서울의 세 가지 문제점

호샥 축글 _ 열 아홉 번째 글

2017 ACL F조 2차전
우라와 레즈 : FC 서울 경기 리뷰


경기 하이라이트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 조차도 절대 져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생겨났던 반일 감정은 일본에 대한 경쟁심으로 이어져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마음속에 유지되곤 한다. 특히나, 나라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이러한 반일 감정은 ‘일본은 무조건 이긴다.’라는 승부욕으로 표출되곤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태극기를 가슴에 단 선수들은, 그저 스포츠 경기 중 하나일 뿐일지라도, 한일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더 투지 넘치고 강렬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우리의 역사 속 조상들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해 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평소보다 더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해왔다. 하지만 제 98주년 삼일절을 하루 앞뒀던 어제, FC 서울은 우라와 레즈와의 한일전에서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5:2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FC 서울이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우승 팀이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경기 내용과 결과였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4골을 연속 실점하며 패배를 사실상 확정지었을 정도로 무기력했던 수비진이 이번 한일전 대참사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상하이 상강과의 지난 1차전에서는 곽태휘와 김동우가 중앙 수비를 책임지고 오스마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선발 수비진에 변화가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곽태휘와 오스마르를 중앙 수비로, 김원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변화를 꿰했지만, 결과는 대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FC 서울 수비수들은 모두 공에만 집중한 채 뒤에서 쇄도하던 두 명의 선수들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어제의 대참사는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됐다. 전반 8분, 우라와 레즈 진영에서 코로키 신조를 향해 넘어온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곽태휘가 덤벼들었지만 코로키 신조가 이를 따돌렸다. 이후 코로키 신조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뒤늦게 복귀하던 FC 서울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한 쪽으로 쏠리며 반대쪽에서 쇄도하던 두 명의 공격수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노마크로 있던 무토 유키가 헤딩으로 마무리 지었던 장면이 FC 서울의 첫 실점 장면이었다. 무토 유키가 땅으로 바운드 되는 헤딩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유현이 볼이 공중으로 올 것으로 성급하게 예상하며 막아내지 못했던 점 역시 아쉬운 장면이었다.

상대 선수에게 공간을 내줌과 동시에 곽태휘와 오스마르가 한 쪽으로 쏠려 리 타다나리에게 기회가 만들어졌다.

우라와 레즈의 두 번째 득점은 2분 만에 다시 터져 나왔다. 전반 10분 중원에서의 패스 미스로 볼을 잃고 역습 위기를 맞은 FC 서울의 수비진은 세키네 다카히로의 드리블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수비 방식을 선택했다. 세키네 다카히로의 주위에 있던 FC 서울 선수들이 뒤로 물러서자 순간적으로 세키네 다카히로 앞 쪽에 공간이 생겼고, 곽태휘와 오스마르는 쇄도하던 두 명의 선수 중 같은 선수에게 달려들고 말았다. 수비진영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으며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던 장면이었다. 이에 따라 리 타다나리에게 볼이 쉽게 전달됐고, 리 타다나리의 슈팅은 곧바로 골로 이어지며 스코어는 2:0으로 벌어졌다.

2분 뒤 박주영이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분위기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했지만,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전반 14분 FC 서울의 세 번째 실점 장면은 유현 골키퍼의 실책이 뼈아픈 장면이었다. 비록 슈팅을 미리 저지하지 못한 수비진의 책임도 분명히 있었지만,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슈팅을 허무하게 골대로 흘려보낸 유현의 실수는 역전을 향한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후 FC 서울 선수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계속해서 무기력하고 플레이를 보여줬으며, 전반 20분과 45분 또 다시 수비진이 붕괴되며 두 차례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스코어 5:1이라는 충격적인 대참사였다.

우라와 레즈는 어제의 승리로 지난 시즌의 패배를 만회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황선홍 감독은 김원식을 빼고 마우링요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주세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윤일록을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시키고 마우링요를 왼쪽 측면 공격수로 위치시키는 변화였다. 하지만 주세종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은 경기 내내 패스미스를 남발했고, 후방 수비진은 계속해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 5:1의 스코어를 뒤집기 위해 경기를 주도하는 흐름이었다기보다는, 6:1, 7:1로 점수 차가 더 벌어졌을지도 몰랐던 위험천만한 흐름이었다. 후반 46분, 교체 투입됐던 데얀이 한 골을 만회하며 경기는 5:2로 종료됐다. 삼일절을 하루 앞둔 날 국내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트린 참사였다.



어제 경기 FC 서울이 드러낸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세 가지 문제점은 곽태휘를 필두로 한 포백의 붕괴, 골키퍼 유현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그리고 주세종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의 부정확한 패스 전개였다.

올 시즌 FC 서울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장 곽태휘의 안정감 회복이 제일 먼저 해결되어야 할 숙제이다.

필자는 상하이 상강과의 조별리그 1차전 패배 이후, 주장 곽태휘의 계속되는 실수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수비진을 진두지휘해야 할 곽태휘가 결정적인 실수를 반복하며 스스로 흔들리게 된다면, 이는 수비진뿐만 아니라 팀의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따라서 곽태휘가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는 것이 이번 시즌 FC 서울의 흥망을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피력했었다. 그리고 어제 경기에서 그 우려가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드러나고 말았다. 곽태휘는 후반 36분 부상으로 인해 김근환과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버리지 못하며 팀의 대패에 큰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제 경기에서 곽태휘와 오스마르 조합이 붕괴했던 가장 큰 원인은 역할 분담의 실패였다. 이 둘은 곽태휘가 적극적으로 상대 공격수에게 달라붙으며 공을 뺏어내는 ‘파이터’ 역할을, 오스마르가 곽태휘의 뒤를 커버하며 라인을 컨트롤하는 ‘커맨더’ 역할을 맡기로 약속한 듯 했던 움직임을 보였지만, 우라와 레즈 공격진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곽태휘가 상대 공격수에게 달려들어 공을 뺏어냈던 빈도는 굉장히 낮았으며, 대부분의 실점 상황에서 곽태휘가 차단에 실패하며 수비 라인이 붕괴되고 이후 쇄도하는 공격수를 수비진 모두가 놓치고 마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곽태휘의 과한 전진으로 인한 부적절한 위치 선정은 결국 팀의 네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다.

만약, 얼마 전 허베이 화샤로의 이적이 발표 된 김주영이 FC 서울로 돌아왔더라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하는 미련을 가지게 되는 수비력이었다. 곽태휘와 오스마르의 가장 큰 약점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가장 큰 강점으로 하는 김주영이 이들과 호흡을 맞췄다면, 더 안정적인 수비진이 구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팬들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주영이 아니더라도, 곽태휘와 오스마르의 단점을 감쌀 수 있는 수비수가 현재 FC 서울 선수진에 부족하다는 점이 FC 서울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김동우, 김근환과 같은 후보 수비수들 역시 곽태휘나 오스마르와 유사한 유형의 수비수라는 점은 앞으로도 FC 서울의 약점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황선홍 감독이 하루 빨리 가장 안정적인 조합과 전술을 찾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스마르는 중앙 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때 가장 위력적이다.

지난 시즌 유현과 함께 골키퍼 자리를 두고 지속적인 경쟁을 펼쳤던 유상훈이 군 입대로 인해 팀을 떠나면서 FC 서울은 골키퍼 포지션의 보강이 시급했었다. 유현과 유상훈 모두 확실한 안정감을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에, 팬들은 수준급 골키퍼의 영입 소식을 겨울 내내 기다렸다. 하지만 팬들이 접해야 했던 소식은 J리그의 김진현을 영입하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다음 시즌을 유현과 두 명의 신인 골키퍼 체제로 준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구단의 그 선택에 따른 대가는 오늘 경기에서의 유현 골키퍼의 불안한 경기력과 한일전 대참사로 돌아오고 말았다.

골키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로는 현재 두 가지가 있다. 유현 골키퍼가 안정적인 경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신뢰를 보내는 방법과 신인 골키퍼 양한빈 혹은 손무빈을 선발 기용해보는 방법이다. 하지만 전자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수 있다는 측면과, 후자는 확률이 굉장히 낮다는 측면의 단점이 있다. 골키퍼 문제 역시 황선홍 감독이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주세종이 살아나야만 FC 서울의 공격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주세종의 부진 역시 주목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후반부에 수비형 미드필더 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었던 주세종이지만, 이번 시즌 펼쳐진 두 경기에서는 계속해서 부진하고 있다. 고요한과 함께 상대를 전방에서부터 압박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미드필더에게 가장 중요한 패스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FC 서울이 득점하기 위해서는 주세종이나 고요한의 전진 패스가 공격수들에게 정확히 이어져야 하지만, 주세종의 패스 미스 빈도가 늘어나면서 FC 서울이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데얀과 박주영이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내렸을 때 주세종이 전방으로 침투하여 직접 슈팅으로 이어가는 장면도 많이 나왔지만, 이런 장면 역시 아직은 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FC 서울의 걱정거리 중 하나이다. 주세종이 빠르게 지난 시즌 후반부에 보여줬던 기량을 되찾아야만 FC 서울의 공격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FC 서울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2연패를 당하며 16강 진출을 진지하게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상하이 상강과 우라와 레즈가 각각 2승을 거두며 1, 2위로 올라섰고, FC 서울과 웨스턴 시드니가 모두 2패로 3, 4위로 쳐져있는 상황이다. FC 서울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16강 진출에 성공하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먼 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호주 원정과, 브라질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상하이 상강과의 원정 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4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턴 시드니와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은 3월 15일 수요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 오는 일요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과 그 다음 주말에 있을 강원 원정을 통해 FC 서울은 작년도 리그 우승 팀 다운 모습을 되찾아야만 한다. K리그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분위기 반전을 성공시키고, 웨스턴 시드니 역시 반드시 제압해야만 한다. 시즌 개막 후 두 경기를 2연패로 시작하게 된 FC 서울이 빠르게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기를 응원한다.


글 = 호샥

사진 = gettyimages, AFP BBNews, FC 서울 공식 인스타그램, 네이버 하이라이트 영상 캡쳐(중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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