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샥 축글 _ 스물 두 번째 글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강원 FC : FC 서울 경기 리뷰
경기 하이라이트
FC 서울이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7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강원 FC를 1:0으로 제압하며 2017년 공식 경기 첫 승리를 신고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두 경기와 K리그 클래식 개막전까지 3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FC 서울은 시즌 네 번째 경기 만에 무실점 승리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 선발 명단과 비교해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지난 경기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김근환과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고요한이 선발에서 제외됐고,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FC 서울을 살려냈던 주세종과 이석현이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오스마르가 중앙 수비수로 내려가 김동우와 호흡을 맞췄고, 김한길은 다시 한 번 왼쪽 측면 공격수로의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 받았다. 교체 명단에는 '상암의 왕' 하대성이 부상에서 회복하며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었다.
오늘 경기는 개막전에서 상주 상무를 2:1로 꺾으며 야심찬 투자에 걸 맞는 경기력을 보여줬던 강원 FC와 작년도 리그 챔피언 FC 서울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 이후 팬들의 눈을 제일 먼저 사로잡았던 것은, 두 팀의 수준 높은 경기력이 아닌, 마치 맨땅 운동장 같은 느낌을 준 갈색 빛깔의 잔디였다.
양 팀의 선수들이 갈색 잔디에서 뛰게 된 이유는 이러했다. 본래 스키점프 경기장이었던 탓에 겨우내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의 잔디 위에는 엄청난 양의 눈이 쌓여있었고, 그 눈을 덜어내는 제설 작업 및 잔디 보수 작업이 늦어졌다. 그로 인해 잔디 상태는 매우 열악했으며, 오늘 경기에서는 볼의 속도가 잘 줄어들지 않거나 불규칙적으로 튀어나가는 장면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또한 경기장에는 잔디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풍기기도 했다. 올 겨울 선수 영입이나 마케팅 측면에서는 ‘열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강원 FC였지만 새로운 홈 경기장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을 보수하는 측면에서는 개막 준비가 많이 미흡했던 것이다. 스키점프 경기장을 축구장으로 변신시켜 색다른 경관을 자랑하는 홈 경기장으로 만들겠다던 강원 FC의 야심찬 도전이 지니고 있는 허점이 첫 경기부터 드러나고 만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러한 잔디 상태는 FC 서울의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미드필더 지역에서 볼을 소유한 채로 이어나가는 플레이를 중시하는 FC 서울의 전술과 오늘의 잔디는 상극이었다. 선수들은 볼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볼이 통통 튀어버리는 잔디로 인해 적극적인 드리블 역시 자주 시도하지 못했다. 전반전은 FC 서울이 주도권을 쥐었지만 양 팀 선수들 모두 그라운드에 적응하기 위해 고전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FC 서울은 지난 세 경기와 달리 수비 안정감과 주세종을 중심으로 한 패스 플레이가 모두 살아난 모습을 보였지만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 지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선홍 감독은 김한길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며 23세 이하 선수를 제외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강원 FC의 최윤겸 감독 역시 임찬울을 문창진으로 교체하며 같은 전략을 썼다. 후반전 역시 FC 서울이 주도권을 잡은 채로 진행됐다. 주세종이 중앙에서 좌우로 꾸준히 볼을 배급하면,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하는 패턴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하지만 발렌티노스를 중심으로 한 강원 FC 수비진은 FC 서울의 꾸준한 측면 공략을 안정적으로 막아내며 0:0 스코어를 이어갔다. 원정 경기였지만 승리가 절실했던 황선홍 감독은 후반 68분 이상호를 불러들이고 마우링요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데얀이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윤일록과 마우링요가 각각 좌우 측면에 위치하며 박주영이 그 아래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FC 서울은 공격을 이어갔다.
그리고 후반 78분, 기다리던 FC 서울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석현이 윤일록을 향해 패스를 보냈고 윤일록이 원 터치로 볼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윤일록의 패스를 차단하려 달려들던 오범석이 패스의 방향을 잘못 예측하며 뒤에 있던 데얀을 놓쳤고, 데얀은 발렌티노스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골문 구석을 향해 가볍게 볼을 감아찼다. 볼은 원 바운드 되며 그대로 강원 FC의 골문을 흔들었다. FC 서울의 2017 시즌 첫 선제 득점이자 데얀의 리그 첫 득점이었다. 이후 후반 80분 하대성이 교체 투입되며 약 10분 동안의 FC 서울 복귀전을 가졌고, 경기는 그대로 1:0으로 종료됐다. FC 서울의 올 시즌 리그 첫 승이자 시즌 첫 승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FC 서울은 지난 세 경기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경기력을 보였다. 불안했던 수비는 안정감을 되찾았고, 중원에서 패스미스가 잦았던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오늘 경기에서 미드필더들의 패스 플레이는 안정적이었다. 비록 완벽에 가까운 패스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의 열악했던 잔디 상태를 감안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주세종은 경기 내내 좌우 측면을 향해 정확한 볼 배급을 이어갔고, 김동우와 오스마르의 중앙 수비 조합은 흠 잡을 데 없는 수비력을 펼쳤다. 데얀 역시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성공시키며 본인의 클래스를 인증했다.
후반 88분 윤일록이 놓쳤던 1:1 찬스는 오늘 경기 가장 아쉬웠던 장면이자 앞으로 FC 서울의 측면 공격수들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박주영과 데얀이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에 능한 공격수인 만큼, 윤일록이나 이상호, 마우링요와 같은 측면 공격수에게 득점 찬스가 많이 나는 것이 FC 서울 공격 전술의 특징이다. 따라서 FC 서울의 측면 공격수들에게는 중앙 공격수 못지않은 득점 능력이 필요하다. 만약 오늘 윤일록이 0:0 스코어에서 이 찬스를 놓쳤다면, 이는 아마 승점 2점이 날아간 굉장히 뼈아픈 실수로 기억됐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FC 서울의 측면 공격수들은 일대일 찬스에서 확실히 마무리 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오늘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FC 서울은 다가오는 수요일 중요한 일전을 치른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패배하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호주의 웨스턴 시드니와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웨스턴 시드니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구단 역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가 확실시되기 때문에 필승이 요구된다. 오늘의 승리를 기점 삼아 FC 서울이 좋지 못했던 초반 분위기를 탈피하며 연승 행진을 달릴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글 = 호샥
사진 = OSEN, FC 서울 공식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