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샥 축글 _ 스물 여섯 번째 글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전북 현대 vs FC 서울 경기 리뷰
A매치 기간을 맞아 2주 동안의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온 황선홍 감독은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시즌 꾸준하게 사용해왔던 4-3-3 전형을 잠시 접어두고 전주 원정에서 3-4-3 전형을 꺼내드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K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중앙 수비수 황현수가 있었다.
FC 서울의 산하 고등학교인 오산 고등학교 출신으로 2014년 FC 서울에 입단한 황현수는 햇수로는 입단 4년차이지만 아직까지 리그 출전 경험이 없는 신인 선수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곽태휘, 오스마르, 김동우, 정인환, 김근환 등으로 구성된 중앙 수비 조합이 상대 공격수들과의 스피드 경쟁에서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황선홍 감독은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큰 경기에서 ‘뉴 페이스’를 기용하는 모험을 택했다.
그 동안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고요한이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윙백으로 돌아갔고, 왼쪽 윙백 자리에는 김치우가 이름을 올렸다. 중원은 주세종과 이석현의 조합으로 꾸려졌고, 윤일록과 박주영, 이상호가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키퍼는 지난 경기에서 양한빈에게 자리를 내줬던 유현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되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라이벌 매치이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 꼭 승리해서 상승세로 들어서고 싶다.”라고 말했던 황선홍 감독의 전략은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후반전에 승부를 보는 작전인 듯 했다.
전반전 FC 서울은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했다. 오스마르, 황현수, 김동우로 이루어진 쓰리백과 두 윙백 김치우, 고요한이 웬만해선 역습에 가담하지 않고 수비에만 치중하는 5백 형태를 유지했다. 따라서 경기는 자연스레 전북 현대가 주도권을 쥔 채 흘러갔다.
전북 현대의 주도 하에 흘러갔지만 FC 서울의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를 장점으로 하는 황현수가 김동우와 오스마르의 뒷 공간을 잘 커버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유지했다. 전반 14분 신형민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전북 현대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지 않으며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겠다는 작전을 성공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전반 37분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공중볼을 처리하려던 윤일록이 에델을 향해 발바닥을 든 채 접근해 파울을 범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북 현대의 김진수가 프리킥 키커로 나섰고, 김진수의 왼발 킥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묘한 프리킥이었다. 이 프리킥만 아니었다면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낼 수도 있었던 분위기였기에 너무나도 아쉬운 실점이었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치는 데에 실패한 황선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데얀을 투입하며 빠른 승부수를 던졌다. 데얀과 박주영이 투톱을 이루고 그 밑을 윤일록이 받치는 3-4-1-2 전형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후반 50분과 51분, 데얀과 주세종의 슈팅이 아쉽게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분위기는 FC 서울 쪽으로 넘어오는 듯 했다. 별 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수비에만 집중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 FC 서울은 공격 빈도를 차차 높여가며 동점골을 노렸다.
후반 60분 고요한의 슈팅이 홍정남의 선방에 막히고 10분 뒤 주세종과 이석현의 연속 슈팅마저 골문을 외면하자 황선홍 감독은 또 다른 신인 황기욱을 교체 투입하며 주세종을 더 공격적인 위치로 끌어올렸다. 후반 82분 주세종의 스루 패스를 받은 데얀이 홍정남과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다시 한 번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87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정인환을 투입하며 남은 시간 동안 정인환과 데얀의 높이를 활용한 공격을 펼치려 했지만 오히려 김신욱과 에두에게 몇 차례 슈팅 기회를 내주며 추가 실점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추가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한 채 경기는 1:0으로 종료되었다.
비록 전북 현대에게 리그 첫 패를 당하며 자존심은 구겼지만 소득 없는 패배는 아니었다. 황현수의 발견은 패배 속에 발견한 FC 서울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오스마르, 김동우와 쓰리백을 구성하며 K리그 데뷔전을 치른 황현수는 김신욱, 김보경 등을 상대로 첫 경기답지 않은 노련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황현수는 다른 FC 서울의 수비수들과 달리 체격이나 제공권이 압도적이진 않지만, 빠른 스피드를 통해 다른 수비수들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옵션임을 보여줬다.
만약 황현수가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FC 서울로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황현수가 김동우 혹은 곽태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포백 전술에서도 인상적인 수비력을 유지한다면, 황선홍 감독은 중원 장악력이 뛰어난 오스마르를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는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황현수 카드는 FC 서울의 큰 고민이었던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해결시켜준다. 1995년 7월 생으로 아직 만으로 23세가 지나지 않은 황현수가 주전 수비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황선홍 감독은 다른 포지션 선수들을 더 폭 넓게 기용할 수 있게 된다.
일주일 뒤 FC 서울은 제주 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리그 5라운드를 치른다. 3연승을 달리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오늘 광주 FC를 상대로 홈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의 위력은 예사롭지 않다. 황현수라는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FC 서울이 제주 유나이티드의 무서운 공격진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로 이어지는 험난한 3연전의 첫 경기를 패배한 FC 서울이 다음 주 리그 1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우승에 도전하는 팀다운 경쟁력을 증명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글 = 호샥
사진 = news1, OSEN, FC 서울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