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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Lim Feb 29. 2020

재택근무하면서 내 자신을 잃지 않는 법

우리집에는 사실 Charles가 아니라 임찬균이 산다.

전일 리모트 워크를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개인의 삶이 갑자기 조금 '혼란스러워진'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이런 상황을 겪고 있고, 이를 개선하고자 고민 중인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내용을 공유한다.


업무적인 내용도 적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 'Charles(직장 내 닉네임)' 이전에,

이 집에 사는 사람 '임찬균(32세. 남. 매력적인 고양이의 아빠)'에 대해 더 조명하는 방향으로 글을 적으려 한다.


일반적인 Remote Work 단계.







참고로 나는 리모트워크의 다양한 단계(Stages) 중 Stage 1을 3개월. Stage 2를 1주 째 겪고있다.

*다음 주도 전일 리모트워크에 들어가는데, 또 느낀게 있다면 다음 글로 적어보겠다.





퇴근시간인데 왜 안놀아주냐고 노려보는 고양이

1.

출근을 일찍할지언정, 퇴근 시간에는 퇴근하자.


 이건 평소 '회사에서 일'하던 상황과는 다른데, 야근으로 어쩔수 없이 퇴근을 늦게하거나 못하고 있던 상황을 말하는게 아니다.

 현재 리모트 워크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느끼고 경험하고 있으시겠지만, 리모트 워크의 경우 '퇴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느낌이다.

 보통 회사에서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현재 남아 있는 업무량을 대강 추산해보고, 남아서 더 하고 갈지, 아니면 마무리하고 내일 할지 마음속으로 결정하고 이를 행하게 된다. 야근을 하더라도, 개인적인 '야근 허용 시간'을 정하여서, 1~2시간 정도 일을 더 해서 하던 세션을 마무리 짓고 가는게 대부분이다.

 집에서 일을 할 때에는 이게 성립하기 어렵다. 내가 조금만 더 앉아서 조금만 더 하면 처리 될 수 있는 일이 보이고, 딱히 약속이 없는 한 관성처럼 이 일을 하게 된다. 노동법이니 뭐니 워라밸이니 뭐니의 문제가 아니라 뭐랄까, 그냥 할 수 있는게 눈 앞에 보이고 이걸 방해하는 다른 요소가 없기 때문에 일을 계속하게 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도 리모트 워크 기간에는 8시, 9시 이전에 일을 놓아본 적이 없다. 삘 받는 날에는 12시 또는 새벽까지도 간다. 뭐랄까 재택시 업무라는게 회사에서의 일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의 영역이 된다고해야할까? 증명할 수 있으니 증명해보이겠다는 느낌. 처음에는 이게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고, 개인적인 성취도 많이 느껴져서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오래 지속될 수록 내 삶에서 놓치게 되는게 많아지더라.

어느 날부터인가 내 기분의 기본값이 70이 아닌 60이 되어 있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웃음이 줄어들었고 외부 자극에 무덤덤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1주간 전일 리모트워크 + 계속한 자발적 야근을 하니까 사람피 피폐해지더라. 분명 내 정신과 내 업을 하는 Charles는 성장하는 느낌인데, 이 집에 살고 있던 사람 임찬균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선택한게,

요즘 시행하고있는 자아출퇴근제... 성격을 보면 의외로 임찬균보다 Charles가 더 친절한 편이다. (*동일인물입니다)

(사실 하루밖에 시도 못해봤지만) 퇴근 시간 7시가 되면 가차없이 맥북을 덮어버리고 가방에 집어넣는 것이다.

 맥이 데스크 위에 올라와있으면 '근무 모드'이기 때문에 안 보이는 곳에 넣어야한다. 그리고, 무언가 더 하고싶은거나 미비한게 있으면 차라리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출근 시간보다 1~2시간 먼저 일을 시작했다. 뭐랄까 일을 진짜 시작한건 아니고 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했다고 할까? 일의 맥락을 되짚어보았고, 필요한것과 필요 없는 것. 해야할 것과 하지말아야할 것을 구분하고, 개인적인 자료나 오브젝트 등을 정리했다. 이렇게 하니 업무 시간의 집중도와 생산성이 훨씬 올라가더라. 예전에 회사 출근 2시간 전에 스타벅스에 앉아 책을 읽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오전 시간에 느꼈던 '몰입'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 물론 그냥 10 to 7 지키고 그 안에 성과 최고로 내는게 당연히 최고다. 아직 내가 이 정도로 프로페셔널하지 못해서 시간이 더 늘어지는 것일뿐.





역시 블랙이 최고야 짜릿해 볼 때마다 설레

2.

집에서 일을 한다면, 일하는 '나'를 위한 것들을 '셋팅'하자.


 갑작스럽게 리모트 워크 환경에 노출이 되었다면, 집에 각종 장비가 있을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맥북 하나만 가지고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게 많은데, 이왕 리모트 워크 환경이 되었다면 돈을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업무 효율 뿐만 아니라, '몰입하는 나 자신'을 어떤 상황에서 더 빠르게 창출해낼 수 있을까의 관점에서 참 좋은 경험인 듯 하다.

키보드부터 모니터까지, 그러한 장비들을 갖추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다른 영역에서 말하고싶다.

 당장의 입력속도가 빨라지고, 더 큰 화면으로 출력값을 볼 수 있는 장비들을 셋팅하자는 이야기보다는, 본인의 '업무를 진행하는 환경' 그러니까 다시 말해 '몰입하는 나 자신'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셋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관점에서의 장비와 책상을 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업무환경과 가장 유사하게 만들까 했는데, 양옆에 사람이 있고 밀접하고 몰입된 하나의 강력한 팀의 일원으로 근무할 때의 '나' 자신과, (다양한 툴을 통한 연결과 관계없이) 어찌되었든 방금 자고 일어난 침대가 2m 뒤에 있고 밥도 먹고 영화도보고 했던 집 의자에 앉은 '나' 자신은 확연히 다르더라. 키보드 있고 모니터 있다고 해서 완성되는게 아니었다. 뭐랄까 일을 할 때에는 Charles의 물건이 필요한데, 여전히 임찬균의 물건들만 잔뜩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구비한게 책상을 크게 덮는 '긴 장판 패드'와 책상 위에서 밥 먹을 때 쓰는 '테이블 매트'였다. 검정색 긴 장판 패드를 통해 내 시야에 걸리는 것들을 최소화/단일화시킬 수 있었고, 좀 더 차분하고 빠르게 업무 모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살면서 긴 패드를 써본적이 없기 때문인지, 그 촉감이 계속해서 '일 하는 Charles'를 상기시켜주고 만들어주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밥 먹을 때만 까는 '테이블 매트'가 무언가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뭐랄까 근무시간과 식사시간을 완벽하게 구분해줬다고 해야할까? 테이블 매트를 깔고 밥을 먹을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거나 평소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을 틀고 밥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식사를 즐기고, 식사가 종료되면 매트를 치우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업무 모드.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큰 경험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서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커피도 다수 구매하여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물도 다수 구비해서 넣어두었다. 이는 사무실에서 커피와 물을 두 세시간에 한 잔씩은 마셔내던 나 자신을 위한 준비였다. 이 셋팅이란건 별거 아니다. 그저 일하는 '내 자신 Charles'가 빠르게 될 수 있도록 가장 최소한의 것들을 구비하는 것. 그리고 집에서 있던 '내 자신 임찬균'을 (근무시간 동안만은) 최대한 빠르게 버릴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아 물론 집이 커서 부엌도 있고 업무방도 따로 있고 침실도 다 따로 있으면 이거 다 필요없ㅇ...




(대충 나 집중하고 있으니까 말 걸지말란 뜻)

3.

'몰입'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구분해서.

 

 이거는 조금 직종에 따라 또는 개인 및 팀의 의견에 따라 좀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다. 아주 작은 개인적인 깨달음이고 방법론이니 참조만 해달라.

 우선 나는 처음 리모트 워크를 할 때 '팀원들의 이야기에 바로 대응해야지. 좀 더 신경써서 슬랙을 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이게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의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 생각했고, 우리에게 필요한 오버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했다. 확실히 이렇게 신경써서 하니까 커뮤니케이션간 지연도 없고 부족함도 없고 좋았다. 그런데 정작 내 진짜 업무는 점점 속도가 느려지더라.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에는, 궁금한게 있어도 이 사람이 진짜 빡집중하고 있구나 싶을 때는 말을 안 걸고, 슬랙으로 메세지 남길까 했어도 그냥 저 사람 끝났을 때쯤 메세지를 남기곤했었다. (슬랙 알람조차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는 이러한것들이 참 애매했다. 필요할 때마다 콜(=태깅)을 하긴 했는데 참 어렵더라. 이 사람이 빡집중을 하고 있는지, 지금 내 콜이 방해가 되는건 아닌지... 그리고 또 역으로 내가 다른 사람의 콜을 빠르게 못 받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슬랙화면을 쳐다보게 되더라. 생각해보니 이러한 어려움 자체가, 사무실에서는 '나나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금방 알수 있었지만,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는 그게 매우 어렵고 안된다는 것에 기인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자신부터 바꾸기로 마음 먹은게, 이제 내가 '몰입'할 때에는 슬랙에서 pause notification을 30분이고 1시간이고 설정을 해버린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리는 것이다. 보통 1시간 이상은 설정하지 않는데,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슬랙을 확인해주는 편이 좋기도 하고, 사실 무엇보다도 내가 정말 제대로 '몰입'에 들어간 순간부터 1시간 이후에 알람이 올리든 말든 내가 알아서 다 무시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 부분은 팀원들과 이야기해본건 아니지만, 동료들도 종종 notification off 한 status 표시가 되더라. 다들 같은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슬랙의 Set a status 기능을 통해 현재 내 상태를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했었는데, 슬랙에서 너무 정보가 과하게 표시되는 듯해서 이 기능은 쓰고있지 않다.


 그리고 이 상태를 표시함으로서 내 자신도 마음놓고 당장 내가 해야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름의 데드라인 역할을 해주어서 조금 더 빠르게 몰입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정말 중요한 것(팀을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개인 업무를 위한 몰입)에 대해서, 구분짓고 상태를 명확히 표현함으로서 Charles다운 Charles가 될 수 있지 않았나싶다.(동료들 의견 안 들어봄ㅎ)







 물론 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게 팀차원 또는 회사차원에서의 가이드와 합의가 필요하긴하다. 어떤 툴을 쓰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방식이 그리고 그게 가져오는 행위의 그 결과값이 완전 달라지기도한다.


예컨대,

카톡+이메일+구글 드라이브를 쓰는 곳의 리모트 워크와, 

슬랙+비캔버스+줌을 쓰는 곳의 리모트 워크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아무렴, 이메일 열 통 주고 받는 것보다는 슬랙 메세지 30개 주고받는게 더 낫고, 슬랙 메세지 30개 보다는, 슬랙 메세지 4개에 비캔버스 캔버스1개 더 주고 받는게 나은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여기에서 캔버스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맥락 전달하는데 정말  역할을 한다  추상적인 표현들이나 상황에 대해서 시각화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해줌으로써 말 하는 이의 ‘맥락’을 더 명확하게 전달해준다 

 이처럼 조금 더 '상황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전체적인 리모트 워크에서 최적화된 소통을 가능하게 할뿐만 아니라 팀 내 인원들의 engagement와 productivity 또한 크게 향상시킨다고 본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이라하면 '말을 하는 것' 내지는 '대화'에서 출발하는데, 사실 (업무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란 것을 조금 더 명확히 표현해보자면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간에 서로의 의도를 단시간내에 최대한 정확하게 주고받는것'이고 이에 따라 전달하는 방식은


이 될수도(이메일, 슬랙 등)

이 될수도( 등 화상회의)

시각화된 것일수도(비캔버스 등) 있는 것이다.


이는 다음 글에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요즘 뭔가 이유 모를 우울함이 생겨나길래 왜 그럴까 고민을 좀 해보았다.

우리집에 갑자기 '일하는 Charles'가 (매일 매일) 등장해서 '이 집에 살고 있던 임찬균'을 잃고 있는건 아닐까. 또 '사무실에서 일하던 Charles'가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뭔가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적고보니 그나마 더 나아지는 듯 하다.







애비야 맥북이 따땃하니 좋구나

*덧. 같이 사는 고양이를 배려하자.


사실 전일 리모트 워크로 가장 당황스러운 친구는 내가 아닌 우리집 고양이 가을이일 것이다. 내가 7일 내내 집에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그리고 계속 모니터 보고 혼잣말하고..(화상회의)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본인도 이리저리 방황하고(실제로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적극적으로 회의도 참여하다가(내가 말하면 가을이도 따라말해서 회의 때 음소거 필수ㅎ...) 이제는 아예 내 맥북과 키보드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얘가 이렇게 누워버려서 나도 당황스럽고 일에도 좀 방해되는 느낌이어서 들어서 내려놓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혼란스러워하다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편한 자리를 찾은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내가 24시간 집에 있게 되었을 때, 반려동물은 어떠한 입장이 될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아직 결론 못 냈음)

 그래서 요즘은 그냥 거기 누워있게 둔다. 내 마우스를 좀 치우면 되니까(이럴 때 트랙볼 마우스 쓰던게 큰 도움이 되더라) 리모트워크로 내가 내 자신을 잃는게 아닐까 고민되던 찰나, 고양이도 내 냥냥성을 잃는게 아닐까 많이 고민되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같이 리모트 워크에 대해 잘 고민해보도록 하자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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