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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Apr 28. 2016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바라보았나요?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그렇게 아이를 알아가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 학부모 참관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어린천사들이 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대해 표현하는 공부를 하더군요.      


교실 뒤편에 선 부모님들은 아이의 수업태도는 어떤지, 발표는 잘하는지, 수업에 집중은 잘하는지, 교실 안엔 31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지만 부모님들의 눈은 단 한명의 아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단 하나뿐인 아이만을요.      

하늘이 선물로 주신 우리 아이 서연이는 3분단 맨 앞줄 오른편에 앉아 있습니다.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대로 교과서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 수업을 잘 따라가더군요. 특히 스티커를 떼고 붙이는 작업을 할 때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지난 주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기분을 얼굴표정을 통해 그리고 글로 쓸 때에는 맞춤법이 맞는지 몰라 고개를 뒤로 돌려 아빠, 엄마에게 공중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며 확인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감정 상태를 퀴즈로 풀어보는 시간에는 자신 있게 손을 높이 들기보다는 친구들이 정답을 미리 말하고 (또래로부터 답에 대한 확인이 섰을 때에) 그 때서야 손을 들고 발표를 하려고 하는 아이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연이의 노란 가디건이 의자에서 떨어졌을 때 선생님이 다가와 친절히 주워 의자 뒤에 걸어주는 모습도 보았죠.       

서연이의 45번 사물함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리는 잘 되었는지 보았고, 교실 뒤편에 붙어 있는 아이의 그림과 교실에서 키우려고 가져간 다육이 식물이 창가 뒤쪽에 놓여 있는 것을 눈으로 관찰했습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을 통해 저는 사랑하는 제 아이 서연이를 관찰했습니다. 아이의 얼굴 표정과 행동 하나 하나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고 관찰하니 그 아이의 마음, 저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렇게 아이를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더군요.  

     


이렇게 누군가를 말 없이 바라본다는 것,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관찰만으로도 아이를, 연인을, 배우자를, 부모를, 또 다른 타인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대학원 질적연구 수업 중에 <희망의 이유>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제인구달이란 학자는 침팬지를 연구하기 위해 침팬지가 살고 있는 숲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관찰하기 시작하죠.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각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향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도구 사용, 학습 능력, 무리에서의 관계 방법 등을 찾아낼 수 있었죠. 바로 참여관찰을 통해서 말입니다.

     

<슾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의 저자 김용규 선생님 역시, 작은 곤충들과 식물들, 숲을 관찰하며 깨달은 인생의 철학들로 우리네 인생 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동식물들을 바라보고, 바위 위, 볕이 들지 않는 자리에서도 싹을 틔우는 씨앗의 생명력을 관찰함이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성장으로의 길을 열어준다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참여관찰을 통해 깨달은 가르침을 말이죠.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고(관찰) 있나요?"      

놀이터에서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이와 함께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카페에서 아메리카노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사람들을 관찰해봤습니다.


가장 쉽게 가장 많이 볼 수 있던 장면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연인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연인의 눈이 아닌 스마트폰을, 아이들의 또래관계와 사회성을 관찰할 수 있는 놀이터의 부모님들도 아이가 아닌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더군요.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슬픈 때는?”이란 문장완성검사(SCT)의 질문에 초등학교 6학년의 아이는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아빠가 오랜만에 집에 들어왔는데 핸드폰만 볼 때” 이 문장은 제 마음 깊이 새겨졌고,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닌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부모들을 바라보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은 아빠가 스마트폰이 아닌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란다는 마음의 욕구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죠. ‘두산베어스 10경기 9승 1패, 혼다 CBR 250r 오토바이, SNS 등’ 이것이 현재 제가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것들이더군요. 


이젠 눈을 돌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 승희를, 서연이, 재훈이를, 하늘 아버지를 (말 없이, 빠른 반응 없이) 바라보기로,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의 변화와 더불어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니 관찰하게 되고, 관찰하니 마음으로 느끼게 되고, 마음으로 느끼게 되니, 아이와 연인을, 남편과 아내를 알 수 있게 된다’ 것, 그리고 그 시작은 ‘바라봄과 관찰’로부터라는 것, 오두막바리스타의 짧은 생각 끝!

     

오두막바리스타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wooyul82     


- 2016. 4. 27. 엄마들이 맘(mom &amp; 마음)편이 노는 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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