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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Apr 09. 2018

어떤 언어가 배우기에 가장 좋을까?

로버트 레인 그린 / 이코노미스트 1843 매거진 3~4월호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잔혹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40년 간 유럽연합에 속했던 영국에서는 A-Level(대학 입학시험)의 불어 및 독어 응시생 수가 20년 전과 비교해서 약 절반 정도가 줄었다. 한때 스페인어가 인기를 끈 적이 있지만 최근 20년 동안은 정체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영국처럼 암담한 상황이다. 9/11 테러가 벌어진 수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에서 아랍어를 통역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지난 10년 간 맹위를 떨쳤지만, 이제는 약발이 서서히 줄어드는 듯한, [오로지 영어만을(English only)] 캠페인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외국어 학습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미국인들의 애국심에만 더욱 호소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외국어를 배우는가? 결국 당신이 지금 이 기사를 읽고 무엇이라도 말을 했다면, 아마도 그 언어는 전 세계에서 제일 유용하고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영어는 몇몇 선진국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영어는 통용된다. 스웨덴에 여행 온 일본인 관광객이 구사하거나, 혹은 스페인에서 이륙하는 터키 항공사의 비행기 내에서도 언제나 영어가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말고 다른 언어를 배우는 중요한 이유가 많다. 지적 추구부터 경제적인 의미, 그리고 실용적인 생활 유지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첫 번째, 외국어를 배우면 지구촌 다양한 언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영미권 사람들은 '과거 분사(past participle)'라는 개념을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 수업에서 먼저 맞닥뜨린다. 두 번째, 문화적 확장이다. 문학은 지금까지 외국어 원문을 읽는 데 최고의 교재로 자리 잡았다.


서정시를 비롯한 시는 번역하기가 참으로 까다롭다. 그리고 외국어 학습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사고의 지평을 알려준다. 각기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론이 꽤 과장되고, 오해를 받곤 하지만, 다른 문화권은 이것, 저것, 혹은 그 무엇을 어떻게 부르는지를 추가적으로 배울 수가 있다.


실용적인 이유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일련의 사람들이 당신의 언어를 구사하지만, 당신이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당신과 당신의 기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당신은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는 꼴이 된다. 협상 자리에서 당신은 우위에 서 있지 못하게 된다. 일례로, 중국의 수많은 투자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언제나 그릇된 결정을 내리곤 했다. 또한 유능한 언어학자의 부족은 외교, 전시(wag waging) 기간, 그리고 지식 분야의 틀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공공 영역이든지, 아니면 민간 영역이든지 간에, 한 개인의 커리어 대부분은 외국어 지식에 의해 추동되기 마련이다.


자, 그렇다면 당신, 혹은 당신의 자식들은 어떤 언어를 배워야만 할까? 미국 뉴욕의 광고판이나, 혹은 영국에서 'A-Level'의 관련 문구를 흘끗 보게 된다면, 답은 어느 정도 명백해 보인다. 바로 중국어(mandarin: 북경어)다. 현재 중국의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최전성기 20년 동안 기록한 미국의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그로 인해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 사업가들은 미국 기업부터 시작해서 아프리카의 광물, 그리고 러시아 석유 채굴권까지, 모든 걸 다 사가고 있다. 만약 지구촌의 미래가 중국에 의해 달렸다면, 앞으로는 미래의 언어가 바로 북경어가 될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 지구촌을 호령했던 일본을 기억하는가? 비록 그 국토 크기는 작았지만, 중국만큼 전 세계에 크나큰 영향력을 준 일본의 경제 성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본인들이 지구촌을 점령할 거라는 두려움을 심어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일본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에 밀려 세 번째로 떨어졌다) 자, 그렇다면 지금 일본어가 지구촌에서 가장 실용적인 언어가 되었는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만약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순으로 10가지 외국어를 선정해서 배우고 싶다면, 일본어는 그 리스트에 들어가 있지도 못한다. 한시적으로 일본어가 잠깐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만 사례는 중국어 열풍에도 제동을 걸 여지가 높다.


중국어를 쓰는 방식도 여기에 한몫한다. (약 몇 백 년 전에 중국어의 한자를 빌려 차용해서 만들어진 언어가 일본어다)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일단 간단한 문장을 서술하려면 3,000~4,000가지의 한자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보다 더 많이 외워야 한다. 또한 중국어 특유의 어조는 외국인들이 익히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중국어를 제대로 읽고 쓸 줄 아는 과정에 요구되는 엄청난 기억력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이는 아무리 외국어 학습에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도 제풀에 지쳐 포기하거나, 혹은 더 많은 실수를 거듭하게 만든다.


[피플스 데일리]의 최신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4%가 중국어 학습 요령이 점차 줄어든다는 점에 동의를 표했다. 물론 외국어를 배우는 데 이러한 불평이 있는 건 당연한 거지만, 유독 중국어에 그런 경향이 높다. 그리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오직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오래된 활자체에서 글자를 터득하는 법을 배운다. 그 대신에, 그들도 글을 쓰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로만 알파벳(Roman alphabet)을 이용해서 중국어 한자 표기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서, "우"라는 글자를 치고 싶으면, 한자 표시 관련 소프트웨어를 가동한 뒤, "우"와 비슷한 발음을 내는 여러 한자들을 검색한 후에 자신이 원하는 하나를 그저 고르면 된다. (쉽게 말해서, 내가 중국어로 '나는 중국인입니다'라는 뜻의 "워 슈 쭹궈런"이라는 글귀를 친다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이걸 탐색한 다음 가장 올바른 한자로 병기해서 보여준다) 오래되거나, 쓰기 어려운 한자들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중국학자인 데이비드 모서(David Moser)는 북경대학에 다니는 대학원생 세 명에게 "재채기"를 중국어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물었던 일화를 소개해준다.


"너무나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당황하고 부끄러워 한 나머지, 어깨를 으쓱하더군요. 그들 가운데서 한자를 제대로 발음할 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현재 북경대학은 "중국의 하버드"라고 불리고 있잖아요. 제 말은,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밟고 있는 세 명의 학생들이 영어로 "재채기"를 쓰는 법을 까먹었다고 한 번 상상해 보라는 거죠. 이런 예가 중국에서 결코 드물지 않아요."


중국이 한자에 의존하는 언어 체계를 유지하는 이상, 그것도 꽤 오랫동안 지속할 경향이 있기도 하고, 또한 중화사상의 강한 애착과 더불어 나타나는 정치적인 염려가 맞물려 있는 이유로 인해, 중국어가 브라질인 화학자가 자신의 논문을 캐나다나 핀란드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사용하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보조 언어인 영어처럼 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중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비즈니스나 혹은 개인적 영달 때문이라면 중국어를 반드시 배워라. 물론 모서의 에세이인 '중국어가 짜증 날 정도로 어려운 이유(Why Chinese is so damn hard)'로 인해서 당신이 시간 부족과 심장이 덜컥거릴 정도로 어려움에 봉착하겠지만, 그럼에도 이 언어는 배울 만한 가치가 있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가 나에게 어떤 외국어가 가장 유용한 지를 묻는다면, (어떤 특정 이유로?, 혹은 어디서 사는지? 등 여러 변수를 제외한 채로) 나는 프랑스어가 제일 적합하다고 답하련다. 당신이 프랑스에 대하여 무얼 생각하든지 간에, 프랑스어는 대중의 인식 이상으로 활용 범위가 넓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여러 제국들이 분할되고 중간 단계의 영향력으로 줄어들자, 프랑스인들은 미국으로부터 여전히 거리를 둔 채 자신들의 과거의 문화적 유산을 그대로나마 유지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그들은 '프랑크포니(La Francophonie)'를 설립했다. 프랑스어 유산을 지니는 국가들을 문화적으로 통합하려는 이 단체의 현채 회원국은 56개국이며, 전 세계 국가들의 약 1/3 정도를 차지한다. 프랑스어가 공식 표준어로 지정된 국가들은 거의 없지만, 그 대신에, 프랑코포니에 적합한 민족이 있는 국가들이 많다. (스위스나 벨기에) 아니면, 한때 프랑스어가 표준어로서 현지 엘리트들 사이에서 통용되었던 국가들도 있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국가들 대부분) 또, 공식 표준어는 아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현지인들이 불어를 사용하는 국가들도 있다. (모로코나 레바논) 이와 더불어서, 프랑스어가 점차 사라지지만 정부 단계로서의 협력을 계속 유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그리고 심지어 프랑스나 프랑스어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국가(이집트)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프랑스어 문화권의 이점을 잘 살리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이들 국가 말고 프랑코포니에 속한 다른 국가들은 참관자의 역할에 가깝다.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의 수를 비교한다면 프랑스어는 현재 16위권 규모의 언어다. 하지만 그보다 상위권에 속해 있는 텔레구(Telegu)어나 자바(Javanese)어를 가지고 세계 언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인도인들이 힌디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어보다 순위가 높은 언어 가운데는 아랍어, 스페인어, 그리고 포르투갈 어가 있다. 이들 언어의 중요성은 무시 못할 수준이지만, 확실하게도 지역적인 특성이 강하다. 만약 당신이 이슬람 문화나 중동 정세에 관심이 있다면, 아랍어를 꼭 배워라. 당신이 만일 라틴 아메리카에 관심이 있다면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를 배워라. 두 가지 언어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면 나머지는 배우기가 참으로 시워 진다. 


하지만 당신의 관심사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면, 그리고 이 글을 지금까지도 읽고 있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지구 상에서 제일 유용한 언어가 무엇인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지구촌에서 널리 쓰이는 또 다른 언어를 원한다면, 물론 몇 가지의 후보군이 있겠지만, 나는 프랑스어를 제일 첫 번째 순위로 놓겠다. 프랑스어를 학습하면서 당신은 예술, 역사, 문학, 그리고 음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쁨을 즐길 수 있고,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중요한 도구로, 그리고 외교 단계에서는 유용한 무기로 활용 가능하다. 물론 지구촌의 각 지역마다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프랑스는 문화적 유산의 핵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 어떤 국가들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한다. 세계관광기구(WTO)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프랑스를 방문한 사람들의 수는 7680만 명으로 나타났다. 어떤 방문이든지 간에, 그곳의 언어를 좀 더 향유할 기회를 갖는다. 프랑스의 사람들과 나라 자체에 존경을 표할 시에 당신은 프랑스인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된다.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서리는 그들이 처음으로 완성된 프랑스어 문장을 구사할 때 따스하게 녹아들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상에는 여러 위대한 언어가 있지만, 쉽고 흔하면서도, 영어와는 약간 다른, 그리고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교육 기관에서 가르치는 그 언어. 그 언어는 프랑스어다. "vous ne regretterez 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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