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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Nov 03. 2020

기회주의자가 말하는 승진 노하우

슬라바 아크미첫, 20/09/28 / spakhm's newsletter



성장하는 회사의 직원으로서 어떤 커리어 조언을 주로 받을까? 일을 잘하거나, 도전적인 자세를 유지하거나, 모든 단계마다 배움에 집중하거나, 멘토를 찾거나, 혹은 멘토링을 해주거나, 혹은 OKR(Objectives & Key Results)을 분쇄하거나. 몇몇 분기마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실무 평가를 수용하면서, 성장과 학습을 위한 준비를 마친다. 당신의 실적을 토대로 보스와 일대일 면담을 매주 하면서 지속적으로 나아갈 길을 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상황은 사회적인 픽션(fiction)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깨우치기 마련이다. 자기계발에 관련해서 공공연한 메커니즘을 따르는 것은 충분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또한 이것은 심지어 보다 엄청난 해를 끼치기도 한다. 일을 대단히 잘하거나, 실무 평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비교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만 실컷 할 뿐이다. 자, 당신이 속한 조직에서 상당한 권위를 내뿜는 자리에 차지한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자. 그들 가운데서 그 누구라도 중간급 관리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그 자리에 도달한 걸까?


대학 시절에 나는 생물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주로 생명과학대학 건물에서 놀았다. 근처에는 작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우리는 종종 그곳에서 산책을 하며 평온함을 즐겼다. 한 번은 꽤 똑똑한 식물학자와 함께 걸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었던 것을 한 시간 동안 얘기해주자, 숲은 목가적인 작은 안식처가 아닌 야만적인 전장으로 나에게 보였다. 태양빛을 용이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나무는 무자비한 효율성을 강조하며 주변 1평방 인치마다 적과 싸울 것이다. 덤불은 남은 잔재로 여겨져 밀려날 테고, 땅바닥의 이끼와 풀은 그보다 더 적은 양의 빛으로 생존을 근근이 유지할 것이다. 젊고 밝은 녹색 식물은 나이가 든 암녹색 식물이 있는 영역에 끊임없이 침범할 테고, 상대방을 굶주리게 하려는 수고를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씨앗과 포자도 라이벌보다 넓고, 더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기발한 메커니즘을 발명할 것이다.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당신이 보는 것은 유능하고 이상적이면서도,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위대한 목표를 이뤄내는 일련의 성과 지향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당신이 회사를 떠날 때, 고의적으로 눈을 멀게 하거나, 특별히 순진한 성격이 아니라면, 당신이 보는 것은 무자비한 정치적 갈등이 가득한 무대(arena), 즉 다시 말해서 이메일을 통한 교묘한 책략이 벌어지고, 간단하게 로스팅이 된 커피로 말미암아 전쟁의 승패가 판별 나는, 오늘날의 '왕좌의 게임'이다.


Opportunists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의 시선으로 결코 볼 수 없는 무대의 역학관계는 과연 무엇일까?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연봉, 성장, 인지도, 그리고 지위 등등 빠르게 발전하는 기업의 매혹적인 혜택에는 거래(a trade off)가 언제나 뒤따른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기업이 그러한 혜택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더욱 끌어당길 테고, 기업이 성공할수록 이것이 지니는 매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우리 모두는 부와 지위를 추구하지 않는 걸까? 아니다. 다만 꽤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유니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여가 시간에는 엑스모나드(xmonad)에 패치를 기부하는 해커는 부와 지위를 원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만의 확고하면서도 광범위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는 텍스트 편집기, 프로그래밍 언어, 또는 API 이름 지정 체계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의 원칙은 유리하거나, 아니면 어리석거나, 또 아니면 역효과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품고 있다.


부와 지위에만 매달리는 기회주의자.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은 부와 지위에만 축적을 한 나머지 그것을 넘어서는 원칙 따위를 전혀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감각이나 판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손쉽게 채용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미적 감각(sense of taste)을 표현하고픈 충동을 지녔더라면, 아마 오래전부터 일차적이면서도 유일한 관심사였던, 기업의 사다리에 오르는 것에 종속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당신이 이러한 부류를 처음에 마주할 때면, 정상적인 경험 범위에 벗어나기에,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마르크스(Marx)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일의 최종 결과와 관련성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목수는 의자나 책상을 완성하고 나서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연관성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서 성취감을 빼앗기곤 한다. 마르크스는 이런 현상을 두고 "노동 소외(estranged labor)"라고 불렀다. 오로지 부와 지위에만 이끌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들은 이러한 조건에서도 소원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래전에 스스로 이런 감정을 뿌리 뽑았거나(eradicated), 아니면 애초에 전혀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당신은 원칙 조차 없는 사람들을 제지할 아주 성공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없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그만큼 매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창업가의 방어선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기자(actor)들로부터 조직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 최상위 직급 대부분은 채용이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은 트로이 목마로 변모한다.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그들은 빗장을 풀면서, 자기 측근들을 조직 곳곳에 널리 퍼뜨려 심는다. 마치 물이 담긴 컵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것과 같다. 되돌릴 수는 없게 된다.


Exploit


승진이 당신의 유일한 원칙이라면, 조직 내 계층을 토대로 그것을 어떻게 공고히 할 것인가? 악질적인 해커(black hat)가 하는 것처럼, 당신은 그 체계에서 취약점을 발견하고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이상적으로, 공격 벡터는 성장하는 기업에 내재되어 있고, 패치는 할 수 없다(something that can't be patched). 이러한 취약점 가운데 하나가 기회주의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패치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성공과 분리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또 다른 건 무엇일까?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들의 내재적인 취약성을 어떻게 무심코 포착했는지에 대한 제프 베이조스(Jeff Bazos)의 구절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 소개하겠다.


"누군가가 아마존의 분기 실적이 좋다고 축하할 때, 나는 고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분기별 실적은 실상 약 3년 전에 이미 완전히 구워진(baked) 것입니다. 오늘 저는 2020년에 일이 벌어질 분기에 대해서 일을 하고 있지요. 다음 분기가 아니에요. 다음 분기의 모든 실용적인 목표는 이미 수립되었고, 지난 2년 동안 완료에 이르렀을 겁니다." (제프 베이조스, 2017)


기업 기회주의의 핵심이 이 인용문에 있다. 평범한 사람이 읽으면, "우와! 아마존은 정말 장기적으로 사고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이건 베이조스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회주의자가 읽으면, "우와! 3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가 있고, 그것은 지표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회사 지표에는 모멘텀(momenturm)과 지연(lag)이 있다. 거의 모든 정치적 행동은 이 두 가지 속성을 악용한다. 움직이는 지표일수록 계속 꿈틀거리려고 한다. 이것을 바꾸려면 좋은 의사 결정, 커다란 운, 그리고 강력한 영향력의 적용이 필요하다. 지표를 따져 보는 것은 마치 멀리 떨어진 별에서 나오는 빛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즉, 과거에 있었던 일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주의자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 기업의 지표를 완전히 무시하고, 18개월마다 프로젝트 사이로 이동하여, 아무도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승리 전략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부류를 눈치재지 못할까? 직원들을 순위 매기고 정리하는 사람들은 파악하겠지만, 경영진은 그렇지 않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상황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활기로 가득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새로운 프로젝트와 팀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제품은 출시되고, 다시 또 모든 게 재편성되고, 가치 평가나 사무실 이전, 신입 등장과 단계별 투자, 신규 고객 유치 및 사용자 감소, 출장, PR 성공, 그리고 스캔들 등, 그 누구도 이 과정 모든 것을 추적할 수는 없다. 지난 분기는 고사하고 2주 전의 상황이 어땠는지도 기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2년 전이라고? 그냥 무시해버려라! 그때 네가 잘 보이기만 했다면 그 누구도 당신이 마지막 프로젝트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설사 기억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모든 것을 현재에 귀속시키려는 경향을 보인다. 만약 당신이 어떤 프로젝트를 말아먹는다고 하더라도, 보직을 바꾸고 나서, 이제야 그것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만 명백해진다면, 아마도 그에 따른 책임은 당연하게도 당신이 아닌 현재의 책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임무는 기업의 성과 측정 지표를 개선하고자 좋은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멋있어 보이면 된다. 무슨 말이냐면, 당신은 기본적인 교리(tenets)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Rituals


첫째, 지표가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 언제나 두 가지 상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의미한다. 지표가 올라가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기업은 평화로운 상태다. 상승이 멈추기 시작하면 기업은 전쟁 상태로 돌입한다. 정의에 따른다면,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은 평화로운 상태이기에, 당신은 이때 적절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돈이 흘러가고, 모든 것이 팽창하고, 다수 구성원들이 행복할 때, 설사 어떤 징조가 훗날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종말론자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업이 "비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나쁜 소식(bad news)은 비난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는 걸 항상 의미한다. 그래서 기업 상부에서는 부정적인 정보의 흐름이 극도로 세심하게 통제된다.


물론 당신도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을 것처럼 보일 리가 없다. 포장의 문제다. 나쁜 소식은 절대로 개별화되지 않는다. 만약에 지금 어떤 팀이 형편없이 일처리를 한다고 암시를 무심코 한다면, 당신은 조직 내 모든 기회주의자들의 표적이 되는 꼴이다. 그 대신에, 나쁜 소식은 언제나 일반적인 어구(terms)로 전달되며, 항상 연속 변수에 대한 약간의 조정을 거치는 차원일 뿐이지, 결코 바이너리 스위치(binary switch)처럼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코드베이스가 너무나 엉망이어서 우리가 3개월 동안 재구성(refactoring)을 할 때까지 이 팀은 아무것도 출하할 수가 없다"는 것은 정말로 나쁜 소식이다. 기회주의자들은 "기술적인 빚(debt)을 갚기 위해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달리 말을 할 것이다. 이제야 알겠는가? 코드베이스 품질은 단지 약간의 수정을 해야 할 또 다른 아날로그 노브(knob) 일뿐이다. 별일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우리는 바로 집단적인 의미로써의 "우리"다. 그 어떤 사람도 이 문제를 특별히 경험하려 하지 않는다.


둘째, 당신은 KPI, OKR, 회의, 그리고 기업 가치는 수행 의식(performative rituals)이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실행 가능한 정보가 들어가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하지 마라. 한 번 잘 살펴보자. 성공적인 기회주의자들은 이것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의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다른 사람들의 명성이나 커리어 계획, 그리고 돈의 흐름을 방해할 것이다. 이건 현명한지 못한 건데, 왜냐하면 권력자들은 겉보기에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소스를 통해 당신에 관련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커리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전통적인 커리어 조언을 따르면 왜 중간급 관리자 이상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지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때때로 의식은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는 한편 당신의 경력을 좋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의식 대부분은 외관상 나쁘게 않다. 그저 별거 없을 뿐이다.


셋째, 수행 의식을 액면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당신은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 러시아, 동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어떤 사람과 일을 잘하려고 할 때, 술 한 잔을 함께 해야 한다. 음주는 신뢰를 쌓는 의식이며, 자신이 집단의 일부라고 신호를 알리는 하나의 메커니즘이다. 음주도 없다면 승진도 없다. 미국 기업에서 이 같은 신호의 알짜배기(lion's share)는 매니지먼트 기술로 개종되면서 이루어진다. 회의에 참석하기, 핵심 성과 지표에 대해 논의 하기, 목표 및 주된 결과 설정하기, 애자일(Agile) 등, 이 모든 행위는 당신이 그룹 내 일부라는 것을 알리는 일종의 암호(shibboleth)다. 같은 방식으로써, 술을 마시는 것도 다른 세계에서는 그룹 내 신호인 셈이다. 암호도 없다면 승진도 없다.


Covert


지금까지 당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로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명시적인 목표는 그저 수행에 불과하므로, 실제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다행히 기회주의자들은 성장을 거듭하는 모든 회사에서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들이 진짜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흥신소 직원 같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주된 목표는 간단하다. 머릿수(headcount)를 늘리는 것이다("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 성과를 거둔다"라는 말은 또 다른 암호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기업 내에서 기준 머릿수 성장률(baseline headcount growh rate)을 파악하고, 적어도 당신의 팀만큼만은 성장해야 한다. 뭐라도 적어진다면, 당신은 흙 속에 파묻힐 것이다. 더 많은 것이 더 낫다. 슈퍼스타들은 항상 기준보다 훨씬 빨리 자신의 머릿수를 늘린다.


이 모든 인원들이 훗날 누굴 위해 일을 할지는 걱정하지 말자. 한가하게 놀고 있는 사람은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편이니까(The devil will completely find work for idle hands). 성장을 거듭하는 조직일수록 비즈니스 기회나 프로젝트, 혹은 업무가 결코 부족하지 않는 법이다. 업무는 저절로 생겨날 것이다. 당신의 임무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머릿수를 늘리고, 그들을 잘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특히 후자는 수행과 거의 완벽하게 가깝다. 원활하게 관리되어 있다는 팀들을 살펴보고, 화려한 껍데기(trappings)를 따라 모방하자. 일반적으로, 껍데기라 함은 회의, 상호 교차적인 협업, 문서 작성, 일대일 만남, 실적 평가, 그리고 애자일을 의미한다. 많은 것을 실어 날라야 하겠지만, 그렇게 많이 하지는 말자. 이 가운데 어떤 것이든지 간에 객관적으로 평가될 때쯤이면, 당신은 그때 아마도 다른 역할을 수행할 테고, 또 다른 사람이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그것을 다룰 것이다.


당신의 목표가 대부분 수행적(즐거운 척 하기, 회의를 소집하기, 문서 작성하기)이거나, 은밀한 것(머릿수 늘리기)이라면,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는 액면 그대로 이뤄내야 한다. 책임을 지는 영역에서 심각한 실패를 겪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아날로그 노브 속임수를 쓰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제품도 괜찮다. "시간이 더딘 사례가 급증하는 게 중요한 문제이긴 한데, 작업(engineering)하는 시간을 예산으로 책정해서 급증할 여지를 낮춘다." 그런 다음에 팀은 더딘 사안을 가지고 6개월 정도 일을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주요 보안 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난다. 보안 및 인프라 분야처럼 민감한 영역에서 기회주의자들이 적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깨우치기 전에 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팀 규모를 두배로 늘리기로 한 겁니까, 우리만 더디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왜 모든 회의 일정을 일일이 다 잡은 건가요, 부정적인 효과가 가중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회의를 줄이자고 말을 왜 하는 겁니까?" 내가 물을 때마다, 그 질문들은 당황스럽게 여겨진 것 같았다. "물론 회의 일정을 잡아야 하긴 하지. 그리고 물론 회의를 적게 해야 하고. 네가 궁금한 건 뭐야?"


처음에 나는 그들이 당황하는 척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언제나 같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에, 답변이 전혀 허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업의 수뇌부(apparachiks)는 더 많은 회의 일정을 잡으면서도, 그것의 비중을 줄이려고 할 때 완벽하게도 진실된 면모를 보인다. 연봉이 그들에게 달려있는 한 모순된 믿음을 갖는 것은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리(compartmentalize)하는 법을 배운다.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성의를 위장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이 같은 커리어 조언을 받아들인다면, 있는 그대로 믿는 법을 학습하는 것이 가장 좋다.


TL;DR:


요약하자면, 기회주의자의 커리어 조언은 다음과 같다. OKR 따위는 무시하고, 당신이 결정 내린 사안의 결과를 평가하기 훨씬 전에 프로젝트를 전환하고, 행복하면서도 편안하게 행동하고, 나쁜 소식을 지연되는 시스템을 약간 수정하자는 호소로 포장하고, 누구한테도 나쁘게 보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의식을 행하고, 기준 이상으로 빨리 머릿수를 채우고, 업무가 저절로 생겨나게 만들고, 매니지먼트의 최신 스타일을 답습하고, 심각한 실패를 방지하고, 이것을 진심으로 믿으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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