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온다. 열흘이 남았는데 손을 꼽는 중이다.
이년동안 아빠 두번 동생 한번 다녀갔지만 엄마는 한번도 안왔다. 아니 못왔다. 누구보다 먼저 와서 내 잠자리 먹거리 눈으로 보고 잘못된 것 일일히 좋게 고쳐놓고 가고싶어했다. 뜬눈으로 밤을, 아니 퉁퉁부은눈으로 밤을 지샜고, 다음날 잠긴 목소리로 잘 잤니? 밥은 뭘 먹니? 옷은 따듯하게 입니? 발목 드러내고 배 드러내고 그러지 마라 같은 통화를 하며 못내 아쉬운 안도를 했다.
못와봐서 아직도 마음에 내내 걸린다며 저번 방학에 서운해하시는 모습이 또 내마음에 내내 걸렸다. 동생이나 아빠는, 다들 자기 일로 바쁘다가 한가해질 틈이 생기면 왔지만. 엄마는 동생일때문에 못오고, 아빠일때문에 못오고, 그래서 내 일을 못봐줘서 마음이 너무 아프단다. 엄마들은 그렇게 프로그램 된걸까. 내장 된 시스템인걸까. 내게는 늘 피라미드보다 신기하고 의문인 엄마 사랑의 한계.
엄마가 오면, 엄마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분위기의 까페와 밥집을 가야지. 서점과 미술관에 가야지. 짧은 로드트립을 가야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끝내고 한시쯤 집에 오는길이었다.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엄마 뭐 먹고싶어? 미리 좀 알아놓게. 어디가고싶어? 뭐 보고싶어? 스케줄좀 짜놓게 얘기해봐~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너가 보고싶어.
였다.
역시 엄마는 미스테리하다.
말썽부리지말고 속썩이지말고 엄마딸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