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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Oct 28. 2024

3.31살, 내 나이 평범하게 1억을 모았다.

뭘 해야 자유로울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자유라는 단어는 참... 로망을 불러일으킨다. 왠지 자유로운 사람은 바닷바람에 휩쓸리듯 인생으로 들어왔다가 휙 하고 사라질 것만 같다. 긴 생머리와 함께 흩날리는 영혼을 가지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내가 갖는 자유의 로망을 추상적인 표현 말고, 구체적인 단어로 풀어보자면 '행복', '시간적 여유', '풍족함'이다. 여기서 행복은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며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얻어지는 것이라고 보고, 시간적 여유는 자유롭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풍족함은 아무것도 갖지 않아도 -자유로워도- 만족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모은 1억은 나에게 행복, 시간적 여유, 풍족함을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해 줬을까? 


1억을 가지고서는 풍족함을 느끼긴 어렵다. 조금만 사용해도 단위가 금방 낮아지기 때문에 1억 이상 모아야지 1억은 유지한다(?)에 대한 풍족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적 여유는 돈이 많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나는 낮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길 원하는데, 낮시간이 자유롭려면 회사를 다니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것도 1억이 가져다줄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유의 기준 중 하나인 행복,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앞서 말했다. 1억과 크게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1억이 있으닌깐,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다'라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재택근무하는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를 찍었다. 별거 없었다. 그냥 폰을 켜놓고 일하며 느끼는 불평불만과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했다. 


꽤 여러 개의 영상을 찍었다. 생각보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게 편안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괜히 스스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영상은 큰 편집 없이 자동 자막 생성 ai를 활용해 자막만 입혀서 올렸다. 사실 영상프로그램도 쓸 줄 알지만, 편집에 긴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편안하게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40분 동안 혼자 떠들었던 영상은 '7년 차 디자이너, 재택근무 장단점 브이로그'라는 제목으로 올라갔다. 이것저것 공백으로 있던 시간들을 빼고 나니, 영상은 14분짜리가 되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 같지만,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와 자유로웠다!"를 느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건 1억이 없어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역시,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지금 이 글은 1억이 있어서 자유를 생각했고 그래서 유튜브를 올렸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바로 알 수 있다. 1억의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그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고, 자유로운 삶에 책임은 지기 싫어서 그걸 1억을 모을 때까지 미룬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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