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선 1년간 앱 버튼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데이팅앱 기업 입사한 공대생
[스타트업 인턴일기 ③] 데이팅앱 ‘넥스트매치’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창업을 해 보고 싶은 대학생’과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대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 바로 ‘스타트업 인턴’이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까지 해 볼 수 있는 스타트업 인턴십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턴의 하루일과를 통해 스타트업에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조명해본다.
① 휴식시간엔 ‘개발 공부’, 휴가 땐 ‘세미나 참석’… 박근우 8퍼센트 인턴의 24시
② 스타트업 인턴 디자이너의 하루일과는? ‘경기도주식회사’ 인턴 실습기
정유경
1996년생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 4학년 1학기
2017년 10월 아만다 인턴 입사
정유경 씨는 학교와 스타트업 산학연결프로그램 ‘POVI’으로 ‘아만다’에 입사했다. 3학년에 접어들면서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만 수업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는 자괴감에도 빠졌다. 차라리 학교를 조금 쉬고 다른 학생들처럼 인턴을 해 보자고 결심했다.
대신 딱 하나 신념은 가지고 가고 싶었다. ‘인턴만큼은 가장 잘 알고 자신감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해 보자’는 것. 그러던 중 ‘아만다’가 눈에 들어왔다. 전부터 호기심을 갖고 아만다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인 ‘얼굴점수 매기기’도 즐겨 해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데이팅’ 어플은 공대생이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기에 절호의 기회다 싶었다.
“인턴을 결심하고, 저도 대기업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 말을 들으니 대기업은 체계적으로 일을 배울 수는 있지만 주도성을 갖기에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직무관련 문제지에 대한 답을 제출하는 것으로 아만다 입사가 확정됐다. 부서는 서비스 기획. 학교에서 사용자 경험을 공부하는 UX수업을 관심 있게 수강하고 나서 막연하게나마 진로로 염두에 뒀던 분야였다.
넥스트매치(Nextmatch)는?
넥스트매치는 2013년 7월 설립된 데이팅 서비스 기업이다. 누적 가입자수 400만 명의 국내 1위 데이팅 앱 ‘아만다’와 관심사 기반의 매칭 서비스 ‘그루브(Groove)’를 운영하고 있다. ‘아만다’는 2014년 출시 이후 기존 회원들의 심사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특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그루브’는 지난 6월 중순 출시된 신규 서비스로, 관심사 및 취미 기반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였다.
# 오전 10시 00분 ~ 오후 12시 30분
아만다의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다. 본가가 경상남도 진주인 그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울 언주역 근처 셰어하우스 기숙사에서 묵고 있다. 회사에서는 걸어서 20~30분. 관리비 외에는 추가 비용도 없다.
오전 8시 30분쯤, 정 씨는 미리 회사에 출근해 탕비실의 커피와 과자를 먹으면서 일찍 나온 동료들과 간단한 담소를 나눈다.
정 씨의 업무는 앱의 새로운 기능을 기획하고 중간 중간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버그 제거 방안도 논의하는 것. 앱의 전체 줄기를 잡는 역할인 만큼 가지를 쳐 줄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절대적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문구나 팝업창 등 세밀한 작업이 정해진 기획 콘셉트를 벗어나지 않게 중심을 잡는 역할도 해야 한다.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도 기획자의 몫이다.
워낙 변화가 빠른 산업의 특성상 정 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오전에는 주로 앱 개선방향에 관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전날 하루 동안 사용자가 남기고 간 데이터들을 분석하면서 현재의 서비스 지표를 점검하고 개발자와 함께 발전방안을 구상한다.
잠깐의 회의를 마치고, 오전 11시가 되면 QA팀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앱의 버그를 개발자와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기획서로 문서화 한다.
# 오후 12시 30분 ~ 1시 30분
아만다의 점심시간은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다. 메뉴는 스타트업답게 관련 어플이 정해주는 것으로 결정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맛있게 한끼’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무작위로 조를 짜서 다른 팀원들과도 함께 점심식사를 하도록 하는 시간이다. 정 씨는 “벌써 대표님과 연속 세 번 한 조가 됐다”면서 “친해져서 좋지만 일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어려웠다”며 웃었다.
# 오후 1시 30분 ~ 7시
점심 식사가 끝나면, 정 씨는 사수격인 PM과 또 다른 인턴과 함께 다음 기획을 논의한다. 또 디자이너와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콘셉트가 최종 정리되면 문서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정 씨가 온전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작품도 있다. 바로 ‘매칭피드’다.
“페이스북의 피드처럼 사용자들이 업데이트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게재되면서 다른 사용자가 좋아요나 댓글 등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예요. 아직 초기단계라 외부 반응은 확인이 어렵지만 선배들은 흥미로운 기능이라고 칭찬해주셨어요.”
실제 직장인으로서 기획 작업을 해 보면서, 정 씨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도 충분히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작년 가을학기에 ‘UX디자인 개론’ 수업을 들었어요. 당시에는 ‘이게 도움이 되나’ 의구심이 들었는데 요즘 일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때 수업 때 배운 체계적인 사고방식이 큰 역할을 해 주고 있어요. 이를 테면, 사용자의 피드백이 있을 때 기획자는 이런 피드백을 어떻게 개선하고 세분화할지 이런 사고의 과정이 필요한데, 바로 이 내용을 학교에서 배웠던 거죠.”
오후 5시쯤에는 마케팅팀과 함께 정리한 기획가 맞는 마케팅 방안을 이야기한다. 6시에는 하루를 정리하는 팀 전체 회의에 참석한다. 오늘 하루 사용자의 유입량, 결제금액 등의 지표를 공유하고 각 부서도 하루의 업무내용을 발표한다. 기획팀에 새로운 기획서가 발생할 경우 정 씨도 직접 개발자나 다른 부서원들과 내용을 공유한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저녁 7시가 되면 퇴근한다. 퇴근 후에도 정 씨는 여간해선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는다. 앱을 계속 확인하고 싶어서다. 앱 특성상 주로 저녁에 틈이 나는 20~30대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도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또 늘어나는 사용자만큼 아이디어도 샘솟기에 정 씨는 저녁까지 앱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기록해 둔다.
스타트업 인턴근무 약 10개월 차. 그가 느끼는 스타트업 인턴의 특징은 무엇일까. 정 씨는 “가장 좋은 것은 인턴도 실무에 직접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바로 기획 업무를 받았을 때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나는 그냥 대학생인데 어떻게 기성 개발자와 회의를 하고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그만큼 업무를 빠르게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만약 지금 대기업에 있었다면 아직도 앱의 버튼 하나를 못 만들었을지도 몰라요.”
물론 어려움도 있다. 직원이 40명으로 많지 않다보니 기획자로서 여러 생각을 공유하기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대신 회사와 연계를 맺은 대학교 경영학회를 종종 방문해 대학생들의 피드백을 듣고 있다.
곧 학교로 돌아가게 될 정 씨는 “이제 회사에서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배워 최종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길게는 어떤 분야든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품에 제대로 녹여내는 서비스 기획자가 되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학생일 때는 긴가민가했지만, 이곳에서 제 진로를 확정했어요. 학교로 돌아가면 관련된 UX, UI이나 개발, 마케팅 수업을 듣고 전문지식을 쌓아서 언젠가 제대로 된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