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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Apr 02. 2019

쇼핑에 흥미 없는 당신을 위한 추천코스

하와이 허니문 이야기 (3)

"뭐? 하와이에 가면 구찌백을 3개는 사야 한다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니, 주위에 하와이를 다녀온 여자 지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구찌백을 사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함께 패키지 투어를 한 신혼부부들도 모두 구찌, 버버리 명품 얘기였다. 가이드도 어떻게 하면 세관에 안 걸리고 혹은 덜 내고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한 온갖 팁을 방출했다. 그 와중에 신랑과 나는 차창 밖을 내 다보녀 파란 하늘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다. 신랑과 나는 쇼핑에 흥미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여행까지 가서 쇼핑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고,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명품에 관심이 없었다. 사실 신랑과 나는 쇼핑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신랑은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쌀 때 왕창 사서 쟁여두는 스타일이고 나는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아무리 싸도 사지 않고 필요한 타이밍에만 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명품을 대하는 자세는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았다. 나라고 명품백 들고 싶지 않겠는가. 나름대로 '하와이에 왔으니 구찌백 하나 사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과 하늘, 여유로운 외국인들을 보고 있자니 명품백을 사려고 여기저기 다니며 비교하고 고민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하와이 여행에 있어 명품쇼핑에 대해선 해 줄 말이 없어졌다. 우리가 한 쇼핑이라고는 ROSS(아웃렛 같은 흔한 쇼핑몰)에서 왕창 구매한 신랑과 남동생들(나는 남동생이 3명이 있다)의 CK 속옷과 내의, 지인들 선물로 산 빅토리 시크릿 바디로션, 그리고 호놀룰루 쿠키가 전부다. 그 유명한 와이켈레 아웃렛을 가지 않았던 건 아니다. 패키지 투어 날 마지막 코스가 와이켈레 아웃렛 쇼핑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곳에 있던 미국 브랜드들은 한국에서 살 때보다 저렴하긴 했다. 그곳에서 주어진 2시간의 쇼핑도 가족들 선물과 평소 입을 옷 몇 벌을 구매하고 나니 시간이 남아서 신랑과 나는 카페를 찾아 나설 정도였다.


패키지 투어도 하루만 하고 모두 자유여행으로 바꿨고, 렌트도 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스카이다이빙도 갑작스러운 몸의 이상증세로 캔슬했다. 우리 부부 1주일 동안 도대체 뭘 하고 논 걸까?



1) 최고의 교통수단 BMW

한국에서 흔히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BMW(Bus, Metro, Walk)라 이야기한다. 우린 하와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조금 다른 BMW를 탔을 뿐. Biki, Music, Walk...

신랑과 나는 호놀룰루 시내를 자전거를 타고 누볐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유 자전거 시스템이 호놀룰루 시내에도 있었다. 시내 곳곳에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도록 장치들이 잘 마련되어있고, "Biki"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주차공간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어느 주차장소에 반납 가능한 여유공간이 몇 개인지를 미리 확인이 가능하고, 필요한 만큼 결제도 가능하다. 우린 300분에 20불짜리를 결제했고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부족함 없이 잘 타고 다녔다. 물론 음악을 듣는 것과 걷는 것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하와이 공유자전거 Biki

2) 재즈를 좋아한다면 Blue Note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뉴욕의 블루노트 재즈바를 알 것이다. 그 블루노트가 호놀룰루 시내에도 있다. 신랑과 자전거를 타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을 하고 하와이 이에 있는 동안 한 번은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니문 기간에 크리스마스가 껴있던 터라 그날이 딱이다 싶었다. 신랑이 블루노트 재즈바를 모바일로 미리 예약해줘서 좋은 자리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밤을 즐길 수 있었다. 뉴욕만큼 붐비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하와이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생각보다 라스트 오더가 일렀던 것 같다. 든든히 저녁을 먹고 같은 것을 추천한다) 이와 같이 음악을 즐길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밴드 연주가 흘러나오는 라이브 바도 있고, 해변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하와이 전통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도 있다.

Blue Note in Hawaii


3) 물놀이를 좋아한다면 Hilton Hawaiian Village

하와이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를 숙소로 염두했을 것이다. 우리 부부가 묵었던 숙소이기도 하다. 호텔 룸 컨디션에 대해서는 실망한 바가 많기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힐튼 빌리지의 라군과 바로 앞에 있는 해변, 그리고 여러 개의 야외 수영장들은 물놀이를 즐기기엔 최적화된 장소인 것은 틀림없다. 힐튼 숙소에 묵지 않더라도 라군이나 수영장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타월 빌리는데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영장에는 선베드 자리를 차지하는 게 관건이지만, 라군이나 해변가는 아무래도 돗자리가 있는 게 좋다. 가능하면 작은 돗자리를 하나 챙겨가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해변가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있는 예쁜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으니 말이다.


Hilton Hawaiian Village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행에 모범답안은 없다.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나만의 답안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남편이라는 존재와 처음 함께한 해외여행이었기에 나에겐 그것이 여행의 이유이자 의미였다. 마지막으로 배우자 혹은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무엇에 집중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단 서로에게 집중하고 몰두하는데 시간과 마음을 쏟는 건 어떨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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