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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Mar 30. 2019

괜찮아, 밥 안 해 먹고살면 되지

신혼집 입주 D-4 _ 주방 리모델링

신혼에 대한 로망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원래 식구(食口)라는 건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그만큼 식탁 앞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와 눈 마주침의 시간이 이제 한 식구가 된 신혼에 대한 로망이자 바람이었다. 자연스럽게 미래의 신혼집을 상상할 때면 넓은 주방에 아일랜드 식탁, 요리하기 좋은 환경을 떠올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도 매우 달랐다. 새 아파트를 포기하고 30년 된 낡은 주택에 전세로 들어왔는데, 넓은 주방에 아일랜드 식탁을 기대한다는 건 마치 어불성설과도 같았다. 실망감에서였던 것 같다. 신랑에게 괜히 "괜찮아, 밥 안 해 먹고살면 되지" 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가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할 리가 없지... 심지어 나는 요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음식을 하는 건 나의 취미이자 그 음식을 잘 먹는 가족들을 보는 것은 기쁨이기도 하다.  나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자는 생각으로 주방을 바꿔볼 생각이었다. 싱크대를 바꾸는 것은 비용이 너무 비쌌다. 최소 200만 원은 드는데, 우리 집도 아닌 전셋집에 남 좋은 일은 하기 싫었다. 그렇게 준비한 아이템은 보닥 타일, 시트지, 손잡이 세 가지였다.


우선 타일작업을 시작했다. 이전에 붙어있던 알록달록한 시트지를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내 취향에 맞는 화이트 허니컴 모양의 보닥 타일을 주문했다. 이건 정말 '꿀템'이다. 입체감 있게 나온 타일 시트지인데 일반적으로 아는 얇은 비닐 시트지가 아닌 접착식으로 된 타일이다. 간편하게 붙이는 거지만 진짜 타일을 붙인 것과 흡사하다. 내구성이나  내습성면에서도 뛰어나다. 욕실에 붙여도 될 만큼 물에도 강하고 불에도 강하다.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나는 포인트를 주고자 허니컴 모양을 주문했다. (쉽게 시공하고 싶다면 스퀘어 모양을 추천한다) 허니컴 모양은 예쁜만큼 붙이기는 좀 까다롭긴 했다. 육각형 모양을 맞춰가며 붙이기는 쉽지만은 않았고 약간의 편집증 증세가 있는 나는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더더욱 많은 시간이 걸렸다. 



주방 싱크대 Before 사진 & 보닥타일시트지


보닥타일 작업

주방 타일만 바꿨는대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냥 붙이기만 해도 무방하지만 나는 사방 모서리를 방수 실리콘으로 마감했다. 


다음으로는 싱크대 시트지 작업을 시작했다. 싱크대 문짝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지만 하부장 아래가 습기에 파열되어 들뜬상태였다. 그게 사는 동안 내내 눈에 거슬릴 거 같아서 시트지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총 12개의 문짝과 1개의 서랍을 모두 떼어내어 사이즈에 맞게 시트지를 잘라 헤라로 밀어가며 붙였다. 문짝이 붙어 있는 채로 붙여도 되지만 이왕 하는 거 전동 드라이버도 있겠다 나사를 다 풀어서 깔끔하게 붙이기로 한 것이다. 


들뜬 하부장과 씽크대 시트지 작업 Before & After


들뜬 하부장 문짝에 그대로 시트지를 붙이면 제대로 붙지도 않을뿐더러 들뜬 상태 그대로 보기 안 좋을게 뻔했다. 먼저, 커터 갈로 들뜬 부분을 깎아내고 실리콘을 조금 짜서 발라 마무리했다. (대게 MDF라는 목재 톱밥을 뭉쳐서 만든 합판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나무가루가 떨어지게 된다. 가루가 떨어지는 걸 막고 물에도 강하도록 코팅하는 차원에서 실리콘을 발랐다. 실리콘이 없다면 목공용 풀을 발라도 된다) 시트지를 붙이는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사이즈만 적당하게 잘라 붙이고 삐져나온 부분은 커터칼로 밀어내 마무리하면 됐다. 


마지막으로는 마음에 드는 나무 손잡이를 개수에 맞게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사실 주문했던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로 오배송되었는데, 작은 사이즈가 오히려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달기로 했다. 신랑은 원목나무로 된 나무 손잡이라 물 묻으면 섞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그래도 뭐 손 닦고 만지면 되지' 하고 쿨하게 원하는 바를 이뤘다. (덕분에 손수건 걸이는 필수로 부착했다:)


주방 셀프 리모델링 Before & After



주방이 넓어졌다거나 구조가 바뀐 건 아니었다. 여전히 작디작은 주방이지만 내 감성이 묻어난 것 같다. 보닥 타일, 시트지, 손잡이 이 세가지만 바꾸었지만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누구에게나'는 아니지만 '나에게' 만큼은 만족스러운 주방이 되었다.


부디 저 주방에서 하게 되는 모든 요리들이 우리 부부의 삶에 소소한 행복이자 에너지가 되길...





주방 셀프 리모델링 Tip

-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는 세 가지 아이템 '보닥 타일, 시트지, 손잡이'를 기억했으면 한다.


1) 보닥 타일

- 보닥 타일 디자인은 다양하다. 허니컴이나 다마스크, 헥사 모양 등은 모양에 맞춰 붙여야 하기 때문에 버리게 되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으므로 타일이 조금 더 많이 필요하다. 비용절감 및 쉬운 시공을 위해서는 사각형 모양으로 된 타일을 고르는 게 좋다. (하지만 나는 어렵고 예쁜 쪽을 택했다:)

- 보닥 타일은 붙이고 난 뒤 완전히 접착이 될 때까진 3일 정도 소요된다. 이 말은 즉 시공 중에는 붙였다 뗐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이고 3일 뒤부터는 진짜 타일처럼 단단하게 붙어 강한 내구성과 내습성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 보닥 타일은 그냥 붙이기만 해도 무방하지만 싱크대와 닿는 부분의 모서리 마감을 할 때에는 방수 실리콘을 쏘는 것도 괜찮다. 벽에 박혀있는 수전 주위를 붙일 때면 타일 모양을 따라 조각내서 붙이면 된다. (가위나 칼로 쉽게 잘린다)


2) 시트지

- 싱크대 상부장과 하부장이 많이 낡은 경우, 혹은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옛날 스타일의 촌스러운 문짝일 경우에 주로 시트지를 붙이게 된다. 후자의 경우엔 그냥 붙이면 되지만 전자의 경우처럼 문짝이 낡아 들뜬 경우라면 커터칼이나 사포로 표면 정리를 해주는 게 좋다.

- 시트지를 구입할 때는  '에어 프리'제품을 사면 기포발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모서리부터 헤라로 밀어가며 밀착시키면 되고, 기포가 생긴 부분은 칼집을 조금 내어 공기를 빼내고 헤라로 밀어서 붙여주면 된다. 

- 시트지 부착도 마감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가장 먼저 떨어지거나 들뜨게 되는 부분은 단연 모서리 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모서리 부분을 조금 더 단단하게 부착하기 위해서, 시트지 부착 후 라이터로 살짝 그을려 꾹꾹 눌러주면 된다. 


3) 손잡이

- 싱크대 손잡이는 인터넷에 다양한 디자인이 수없이 많이 판다.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고르고 사이즈에 맞게 주문하면 되는데, 이때 사이즈는 싱크대 손잡이 나사와 나사 사이의 간격을 기준으로 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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