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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Apr 03. 2019

나는 성가신 고객이다

신혼집 입주 D-3 _ 도배&장판 시공

도배와 장판은 도저히 셀프로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실 안 해봤던 건 아니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본가의 내방을 꾸미고자 벽지를 사서 직접 도배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 작은 방을 도배한 후 깨달았다. 도배와 장판은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고민 없이 도배와 장판은 시공업체를 찾았다.


인터넷으로 인테리어 전문 견적을 내주는 사이트와 동네 지물포 여러 곳을 다녀봤다. 발품을 팔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고 오래 살아 봤자 4년 정도 살 전셋집이기에 가장 저렴한 도배지와 장판으로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업체에 맡기게 됐다. 견적이 단 10만 원이라도 다른 곳들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깎고, 굽도리 시공을 서비스로 받기로 했다)


도배하기 전날 밤, 아빠가 다른 볼일로 서울에 올라오셨다. 집이 낡아서 외풍이 엄청날 거라고 하셨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단열재를 넣고 도배를 하라고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걱정해서 하신 말씀이었는데, 나는 당장 단열재 비용이 추가되는 것과 더불어 시공 하루 전날 밤 도배 시공업자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짜증 났던 것 같다. (도배업체 사장님은 성격이 매우 급하고 목소리가 크신 스타일이라 대화가 좀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빠는 그날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일러를 먼저 키셨다. 본인은 더위를 많이 타심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보일러를 가장 먼저 킨 건 순전히 딸을 위한 행동이었다.


"사장님, 집이 낡고 오래되다 보니 외풍이 심하네요. 외벽만 단열재 추가해서 작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역시나 사장님은 노발대발 이제 와서 어떻게 하냐 등등 말씀하시다가 급하신 성격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아빠와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의 말은 즉슨 이 집에 그동안 살아온 세입자들은 벽지 위에 도배를 계속 반복해왔고 그러므로 벽지가 매우 단단하고 두꺼운 상태라 벽지를 다 떼어내긴 어렵고, 단열재 작업을 하려면 벽지를 다 떼어내야 한다는 거다. (보통은 도배를 할 때 그냥 벽지 위에 도배를 한다고 한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우리 아빠는 그 방에 붙어있던 오래된 벽지를 모두 헤라로 긁어서 떼어주고 밤늦게 지방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우린 도배 시공업자에 서포트할 인부 한 명을 추가하고 단열재 값을 추가 지불해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도배시공 _ 벽지 작업 전처리 : 단열재 및 방습지 부착


아침 일찍부터 주스와 간식을 사들고 도배시공을 하고 있는 우리 집으로 찾아갔다. 내가 고른 벽지가 맞나, 단열재는 잘 왔는가, 방습지도 가져오셨나 빠르게 눈을 돌려 스캔하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렸다. 온데 벽지 폐기물과 도배 자재들과 기구들이 놓여있어서 발 붙이고 서있기 조차 어려워 금방 나왔다. 그렇게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아 놓고 3-4번은 더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영업 미소'를 장착하고 이런저런 요청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성가신 고객이었다.


"아 이게 단열재예요? 외풍 안 새어 나오도록 꼼꼼히 잘 부탁드릴게요"

"저 욕실 벽에 곰팡이가 슬었더라고요. 욕실 습기가 올라와서 그런 거 같아요. 이럴 때는 방습지(?)를 부착하면 된다던데, 같이 잘 부탁드릴게요"

"콘센트랑 천장 등은 다 떼고 해 주시는 거죠?"


작업을 서포트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작업하는데 이렇게 많이 와보는 주인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평소에 어른들이랑 이야기를 잘 섞는 편이라, 또 한참을 전셋값부터 시작해서 집의 상태 등등 별 이야기를 다 했던 것 같다. 도배 시공하시는 분도 거들어 대화를 나눴고, 약품처리부터 단열재, 방습지 작업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서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저런 요청들도 이미 다 얘기된 부분이고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싶은 부분이지만, 사람 심리라는 것이 쉬운 길이 있다면 쉽게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콘센트랑 천장 등을 떼지 않고 도배지를 발라 대충 오려놓고 시공한 집을 실제로 몇몇 봤던터였다) 그래서 한 번 더 부탁드리는 어조로 상기시켜드렸다.


다이닝룸 Before & After


장판 시공 때는 신랑이 들러서 꼼꼼하게 잘 부탁드린다고 얘기를 했다. 특히 장판과 벽지가 맞닿는 부분에 굽도리를 신경 써서 해주시길 당부했다.



장판시공 & 도배장판 시공 완료 모습



솔직히 도배장판 시공이 완료된 후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와~"하는 탄성은 나오지 않았다. 현실은 벽지에 풀이 덜 말라서 얼룩덜룩했고 내가 고른 벽지인걸 확인했는데도 이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난 후에 벽지가 다 마르고 나서는 뽀얗게 변하면서 집이 한층 더 깔끔해졌다. 단열재를 추가한 것도 잘한 일인 것 같다. 확실히 외풍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단열재를 붙이고 도배를 하라던 아빠는 당장 비용이 좀 추가가 돼도 단열하는데 드는 이 비용은 당장 여름철 냉방비, 겨울철 난방비 한철씩만 겪으면 다 뽑아낼 돈이라고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날은 추가적으로 셀프 단열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도배&장판 시공 팁 Tip

- 도배장판은 시공업체는 비교해서 잘 선정하되, 굽도리 같은 건 서비스로 부탁해보자.


- 벽지, 장판은 어차피 정해진 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에 쓰고 남은 건 우리가 받아서 챙기는 게 맞다. 쓸 일 이 생길지도 모르니 남은 벽지와 장판은 받아서 챙겨주는 걸 추천한다. (실제로 우리 집의 경우 받아놨던 장판을 꼭 필요한 곳에 잘 썼다. 조만간 연재할 예정이다)


- 만약 단열재 작업을 추가할 예정이라면, 단열재만 인터넷으로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제비가 훨씬 저렴하다. 자재를 따로 주문하고 시공만 도배와 함께 하는 것으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경우,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도배업체에서 샀지만 내내 아쉬운 부분이다)


- 이미 도배장판을 다하고 있는 집인데 단열재를 붙이고 싶다면, 벽지처럼 예쁘게 나온 기성 단열재가 잘 나온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접착제도 붙어있어서 필름만 떼어내고 붙이면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베란다 단열을 위해 사서 사용했다. 추가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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