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입주 D-2 _ 화장실 페인트칠하기
도배, 장판을 새로 하기 전, 가장 먼저 온 집안의 몰딩과 문, 창문틀에 1박 2일을 꼬박 페인트 칠을 했다. 결혼 전 월세방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자취를 할 때에도 (둘 다 미대생이라 견딜 수 없는 미적 욕구에 의해) 온 방에 페인트칠을 다 했었다. 그때도 "내 인생에 더 이상 페인트칠은 없다. 다신 안 해"라고 말했었는데, 인생이란 참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결혼을 하고 나서 신혼집이 생기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페인트 칠'이었다. 고생스럽게 마친 페인트칠 덕분에 도배, 장판까지 하고 났을 때 집은 매우 깨끗하고 밝아졌다.
그런데 웬걸, 새하얗게 깨끗하고 밝아진 방들 덕분에 욕실이 매우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욕실의 상태는 청소만 깨끗이 하면 사용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오래된 베이지색의 타일과 회색 시멘트 줄눈이 내내 거슬렸다. 줄눈이 만이라도 새하얗게 깨끗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일반적인 흰색 줄눈이 아닌 회색 시멘트 줄눈이라 더욱 지저분해 보이는 듯했다. '그래, 그럼 줄눈만 하얗게 돼도 깨끗해질 거야' 하는 생각으로 줄눈에 실리콘을 쏘려고 시도했다. 일단 너무 힘이 많이 들고, 줄눈에 딱 맞게 깔끔하게 되지가 않았다. 여기저기 타일에 실리콘이 너무 많이 묻어서 타일 두세 칸 정도에 포기했다. 그 다음, 줄눈이 전용 코팅제를 샀다. 경화 속도가 엄청나다는 후기들과 한 칸 줄을 긋자마자 다 굳어버려서 버렸다는 후기도 많이 봤다. 나는 왜 이런 제품에 도전의식이 생기는가? 가격이 얼마 안 하니까 한번 사서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샀다. 역시나 타일 두 칸 만에 다 굳어버려 쓸 수가 없었다. 마지막이었다. 천 원짜리 타일 마카를 구매했다. 이 역시도 정말 마카를 타일에 칠하는 격으로 회색 시멘트 줄눈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타일 시공을 다시 하자니 내 집도 아닌데 일도 커질뿐더러 돈도 많이 든다. 그럼 욕실에도 보닥 타일을 붙일까 했지만 그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고, 아무리 보닥 타일이 내습성이 좋다지만 주방에 붙이는 것과는 다른 의심과 불안감에 선택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타일에 젯소라도 발라서 페인트를 칠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타일에 페인트'를 검색했는데 이 무슨 '타일용 페인트'가 시중에 잘 나와있었던 것이었다. '허허허...'
당장 타일 페인트 3통을 구매했다. 경화제(깡통에 든 것)에 주제(흰색 플라스틱 통)를 부어 섞어서 사용하는 것으로 마찬가지로 경화되는 시간이 있기에 한통을 2시간 30분 안에 다 써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아주 넉넉했고, 페인트 양이 적어 2시간 30분 안에 칠하기는 매우 수월한 일이었다. 가장 먼저 욕실 내 변기, 세면대, 거울, 등등의 욕실가구(?) 혹은 기구(?) 들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커버링 작업을 꼼꼼히 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초벌로 한번 다 발랐다. 한번 바르고 나면 덧칠하는데 까지 5시간 정도의 건조시간을 권장하기에 신랑이 퇴근 후 오면 두 번째 덧칠을 함께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욕실에서 불금을 보냈다.
페인트칠을 다 하고 난 후, 욕실을 사용할 수 없으니 신랑과 나는 집 앞 사우나에 가서 씻고 찜질방 데이트를 했다. 매실차를 한잔 마시며 노곤 노곤한 몸의 피로를 풀고 집으로 왔다. 타일 페인트를 칠하고 완전히 경화되어 물을 사용하려면 2-3일은 말려야 한다. (손으로 만졌을 때나 육안상으로는 이미 다 마른 상태지만) 고로 우린 씻지 못한다. 세수와 머리 감는 건 싱크대에서 해결했고, 샤워가 하고 싶으면 사우나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일부러 주말 동안 건조할 계획으로 약속을 잡지 않고 방콕을 즐겼다. 제대로 씻질 못하니 마치 원시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인(?) 부부로 주말을 보내고 새하얘진 욕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한층 깨끗하고 밝아진 욕실이 되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새하얀 욕실이라 상대적으로 빠진 머리카락들이 눈에 심히 잘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그 외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아쉬운 점은 작업을 할 때 조금 더 신경 썼으면 했던 부분들이며, 타일 페인트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하단 욕실 타일 페인트 칠하기 Tip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럽다. 계속 연재해오고 있는 '내가 빚은 신혼집' 매거진의 콘셉트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는 셀프 인테리어'에 맞게 이번 욕실 셀프 리모델링도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욕실 타일 페인트 칠하기 Tip
- 제품 구매 전 몇 통을 사야 할지 욕실면적을 미리 고려하고 구매하길 추천한다. (칠하다 부족한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자)
- 욕실 내에 있는 세면대, 변기 및 액세서리에 커버링 작업은 필수
- 페인트칠하기 전 곰팡이나 찌든 때,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실리콘 같은 게 묻어 있을 수 있다. 깨끗하게 제거 및 건조 후 페인트칠을 시작해야 한다.
- 내 경우 실리콘이 큰 문제였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실리콘 막이 타일 여기저기에 묻어있었고 그 부분에는 페인트가 발리지 않았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으나 헤라로 열심히 긁고 사포로 때 밀듯 문질러 벗겨내는 방법이 최고였다.
- 타일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보다 좀 더 묽은 편이다. 따라서 잘 흘러내리고, 흘러내린 자국이 잘 남기 때문에 소량씩 묻혀 칠하는 것을 권한다. (내 경우 급한 성격대로 듬뿍듬뿍 칠하다 흘러내린 자국을 보며 내내 아쉬워하고 있다 ㅠㅜ)
- 줄눈을 포함한 타일 사이사이는 붓으로 칠하고 전체 면적은 롤러로 칠한다. 이때, 붓칠을 먼저 하고 전체 면적을 롤러로 칠하는 게 붓 자국이 남지 않아 더 효과적이었다.
- 마지막으로 인내를 가지고 완전히 경화될 때까지 욕실을 비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