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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l K Feb 08. 2018

형제



 오늘따라 와일드맨의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바로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오늘 또 가족들이 찾아오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지나는 길에 들리게 되는 'Olallie lake'에서 동생과 삼촌네 가족을 조우할 생각에 그는 한껏 들떠 있었다. 서로 떨어져 지냈기에 한참을 못 봤다는 와일드맨의 동생은 와일드맨과 한 살 터울로 'Bank of America'에서 근무 중이라고 했다. 나도 형과 한 살 터울이라 그런지 그 관계가 어떨지 약간은 상상할 수 있었고, 그의 삼촌네 가족들도 자기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오는 거라 할 만큼 그들이 와일드맨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걷는 길은 완벽하게도 평평했다. 오르막을 거의 느낄 수 없었고, 스스로 빨리 걷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코스의 연속이었다. 지친 하이커들에게 오레곤의 평평한 숲길이 주는 배려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빠르게 걷고 있는 나를 제치고 갈 정도로 더 빠르게 움직이는 하이커들도 볼 수가 있었는데, 그들은 'Oregon Challenge'를 하고 있는 하이커들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이 아름다운 숲을 빨리 지나치려고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걸 통해서 자신들이 무언가를 이뤄내고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말릴 필요가 없었다. 그것 역시 본인이 선택한 것이니까 말이다.

 

 간지럽히듯 스산히 부는 숲 속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고 걷고 또 걷다, 지칠 때면 잠깐 길 가에 앉아 분위기에 어울리는 커피도 한잔 하면서 여유로운 길을 걸었다.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던 와일드맨은 여유로움보다는 가족을 택한 듯 점심도 건너뛰고 마냥 달리고만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낮에 출발하면서 본 이후로 볼 수가 없었다.

 와일드맨과는 반대로 너무 여유를 부렸던 나는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가족상봉을 마친 와일드맨과 그의 가족들이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었고, 나보다 먼저 도착한 42와 썬더버니는 이미 그들과 한 가족인 양 한쪽 테이블을 차지하고는 편한 자세로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때 묻고 핼쑥한 동양인이 안되어 보였는지, 숙모님께서 내 손을 잡고 테이블로 데려가서는 나를 위해 남겨둔 커다란 샌드위치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배낭을 벗기도 전에 샌드위치부터 건네받은 난 그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해 불편함을 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그 큰 샌드위치를 다 먹어치웠다. 와일드맨의 삼촌네 가족들은 아이들까지 모두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와일드맨의 동생은 뭔가 분위기가 남달라 보였다. 영국의 유명한 액션배우인 '제이슨 스타뎀'과 비슷하게 생긴 그는 바이크로 이곳까지 왔고, 그래서인지 미 해병대 출신인 그의 형보다 더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다. 은행원과는 안 어울리는 외모와 분위기 때문에 진짜 은행원이 맞냐고 묻자, 자기는 부드러운 남자라고 웃으며 바이크 뒤의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족히 2kg은 나갈듯한 사이즈의 M&M과 위스키 한 병을 귀여운 표정과 함께 꺼내 든 그는 그것을 선물이라고 우리에게 건네주었고, 초콜릿 성애자인 썬더버니와 위스키를 받아 든 우리는 환호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고, 저녁 즈음 삼촌네 가족이 숙소로 돌아가고 나서야 묵혀 둔 위스키와 맥주를 꺼내 파티를 시작했다. 나름 와일드맨이 술 냄새를 풍기지 않고 조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술을 참았던 우리의 배려였다. 'Olallie lake'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우리는 이내 도착한 다른 하이커들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위한 건배를 나누었다. 이 길을 시작할 때와 달리 지치지 않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건 이 모든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족인 바로 하이커들 덕분이었다. 'HBG' 뿐 아니라 매일 마주치는 동료 하이커들도 이제는 서로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하고 걱정할 정도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잔이 부딪히고,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왠지 모르게 그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헤어진 피쉬와 셰프, 위키의 얼굴이 떠올랐다.



< 와일드맨의 가족들과 함께. 와일드맨의 삼촌과 그의 가족들이 마련한 트레일 매직으로 모처럼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



 "그 좁은 텐트에서 어떻게 둘이 잔 거야?"

 "아냐, 난 그냥 밖에서 잤어. 아이고 머리야..."


 전날 21시가 넘어 자리를 파하고도 아쉬움에 동생과 술을 더 마시다 잠들었는지, 비몽사몽 하는 와일드맨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얼마나 마신 거야?' 하는 궁금함은 누워있던 와일드맨 머리맡에 뒹굴고 있는 빈 위스키 병과 여러 개의 맥주캔이 대신 풀어주었다. 술을 죽어라 마시지 않는 하이커들이라 그런지 어제 자리를 파할 때까지만 해도 반이 넘게 남아있던 위스키였다. 진한 형제애를 나누고 싶어 진하게 마신 듯했다.


 "오늘은 먼저 출발할게! 50km 앞에 있는 'Timothy lake'에서 만나자고~"


 오늘도 여유로운 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싶어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남은 친구들과 와일드맨의 동생에게 인사를 하고는 길을 나섰다.

 온통 초록인 오레곤의 숲은 걸을 때마다 포근함은 물론 편안함까지 느낄 수가 있어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늘 고요했지만, 때로는 고요함을 깨우는 새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기도 했다. 초록색 이끼 옷을 입고 겹겹이 서있는 나무들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온화하고 따뜻한 빛깔로 주변을 물들여 주었고, 억겁의 세월을 비켜 갈 수 없어 쓰러진 시커먼 고목 위에도 새 생명이 자라 또 다른 초록색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었던 '숲'이라는 단어가 아마도 이런 '숲'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몽환적이고 또 온화한 숲을 걷고 있으니, 자연이 우리에게 내어준 이 모든 것들의 숭고함이 느껴졌다.


 PCT를 관리하고 있는 PCTA는 트레일 전반에 걸쳐있는 이 아름다운 숲과 대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이 길이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길을 걷는 사람들과 이 길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헌신 때문이었다. 하이커들은 다른 누군가가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게 행동했고, 만약 누군가가 자연을 훼손했을 때는 냉정하게 지적하고 자정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자세는 그들의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전달되었고, 또 그들이 성장해서 반복될 수 있었다. 길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하이커들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자연을 훼손하기보다는,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수작업만 시행했다. 그 보수작업도 트레일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길을 걷는 하이커들도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없었다. 그들의 이런 정신은 오늘날 'Leave No Trace'라는 야외활동의 윤리지침에도 녹아져 있다. 살포시 왔다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 세상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자연을 마주 할 때는 늘 지켜야 할 하나의 약속인 것이다.


 Leave No Trace

1. Know before you go

2. Stick to trails and camp overnight right

3. Trash your trash and pick up poop

4. Leave it as you find it

5. Be careful with fire

6. Keep wildlife wild

7. Share our trails and manage your pet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오랫동안 걷고 싶었다. 이 길이 끝나더라도, 꼭 트리플 크라운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또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말이다.

 이 길, 이 길에서 만나는 대자연, 함께 걷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 말없이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는 와일드맨의 뒷모습.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오레곤의 숲과 함께한 데이트가 끝날 때쯤, 약속한 'Timothy lake'가 눈앞에 펼쳐졌다. 드넓은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며 멍하니 감탄만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와일드맨이었다. 그도 무언가 내게 말을 건네려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를 보고는 한동안 말없이 호수만을 바라보았다. 그가 내게 뭘 말하려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알 수가 있었다.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니까.

 뒤이어 도착한 선샤인이 한층 더 분위기를 잡기 위해 우쿨렐레를 꺼내 들고는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했다. 호수 위로 저무는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애처로운 듯 담담하게 울려 퍼지는 우쿨렐레 소리를 듣고 있으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와일드맨과 그의 동생 때문인지 지금까지는 잘 참았던 형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미안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고 밀려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렸던 나와 달리, 장남인 것을 인정하고 장남이기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바른 모습만 보여왔던 형이었다. 그런 형에게는 가끔 철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다니는 내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늘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응원해주던 형이었고, 가끔 술을 한잔 할 때마다 "그래도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니잖아. 나라고 안 그러고 싶겠냐?"라고 얘기하던 형의 모습은 늘 내 마음속에 미안함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꼭 한번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이 모든 것들을 형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형제끼리 느껴보고 싶은 것.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느끼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을 한 번쯤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형"

 


 

 "33km를 걸어 오후 3시 전에 도착할 수 있으면 훌륭하기로 소문난 올~유캔 두 잇 뷔페를 먹을 수가 있을 거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꾸리던 썬더버니가 우리를 깨우며 말했다. 33km를 진행한 지점에 있는 'Timberline lodge'는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Mt.Hood'를 배경으로 해발 1,900m에 위치한 프랑스의 고성 같은 분위기의 이 산장은 공포영화 '샤이닝(The Shining)'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어 오레곤, 특히 포틀랜드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원데이 코스로 인기가 있는 곳이었다. 이런 유래 깊은 산장도 배고픈 하이커들에게는 그저 훌륭한 수준의 뷔페로 유명한 곳일 뿐이었다.


 

< 멀리 보이는 Mt. Hood의 위용. 인근에 영화 '샤이닝'의 무대로 유명한 'Timberline lodge'가 위치하고 있다. >




 "도착할 수 있을까?"

 "뭐 한번 해보는 거지, 아님 말고"


 물론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뷔페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먹어도 되는 것이니까. 사실 난 'Timberline lodge' 보다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신들의 다리(Bridge of God)'를 더 고대했다. 그 다리가 주는 특별한 의미보다는, 그곳에서 열리는 'PCT Days'에서 만날 반가운 얼굴들 때문이었다. 길에서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한국인 하이커 스폰테니어스와 히맨 그리고 지금까지 도움을 주신 제로그램의 이현상 대표님과 주영 선배님을 그곳에서 뵙기로 했다. 윤은중 어르신고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뵙고 싶었는데, 벌어진 거리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고 해 아쉬웠다.

 무리하지 않고 늘 걷던 대로 걸어 저 멀리 산장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지만, 시간 안에 도착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마지막 약 4km의 오르막길은 길이 모래로 되어 있는 데다 푹푹 빠지기도 해 걷기조차 힘들었고, 앞서가던 와일드맨도 중간중간 뒤로 돌아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3시 전에 도착할 수는 있었지만, 이미 뷔페는 저녁 타임을 위해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찰나였다. 미련을 버리고 하이커들이 모여있는 로비로 배낭을 내리고는 앉아서 몸을 식혔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산장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역시 트레일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누구 하나 더럽고 냄새나는 하이커들에게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한 번쯤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찌푸릴 만도 했지만, 늘 미소로 우리를 대하는 이 곳의 직원들과 관광객들에게 괜히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거지 행색의 하이커라...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웃기기도 했지만, 개방적인 산장 덕분에 무료 와이파이는 물론 여러 편의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

 곧이어 도착한 썬더버니, 42와 합류한 뒤 뷔페를 못 먹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지하에 위치한 펍에서 피자와 맥주로 허기를 채웠다. 숙소를 잡고 하루 쉴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다들 빠르게 생각을 접고는 산장 주변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이후 각자 하고픈대로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역시나 42는 산장에 있는 펍이란 펍은 다 돌아다니며 맥주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술이 어느 정도 올랐을 때, 나는 그에게 셰프랑은 어떻게 되었냐고 넌지시 물었다. 내심 반전의 결말을 바랐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미운 정도 정이라고 벌쳐를 떠나지 못한 셰프와 그런 셰프의 행복을 바라는 친구로 남기로 했다는 그의 말에 위로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행동하지 못한 셰프가 얄밉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해피엔딩에 만족하며 우린 42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시간이 흘러 이 곳에 도착한 하이커들이 펍의 빈자리를 메꾸기 시작했고, 이제 곧 끝이 보이는 오레곤의 추억을 서로 공유하며 다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이내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여러 하이커들이 저물어가는 이 밤의 끝을 잡기 위해 노력할 때쯤, 난 배낭을 가지고 나와 산장 주변에 있는 나무 아래서 야영을 하기 위해 텐트를 쳤다.



 아직도 흥겨운 음악소리와 환한 불빛을 밝히고 있는 산장과는 달리, 짙은 어둠이 깔린 텐트 안에 누워 높이 떠  반짝이고 있는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영롱하게 빛을 내는 별들을 한참 바라보다 눈을 감으니, 이 길에서 보냈던 수많은 밤들이 스르륵하고 스쳐 지나갔다. '4,300km나 되는 이 길의 끝이 있기나 할까?' 숨이 턱 막히는 더운 사막의 길에서 느꼈던 의구심이, 곧 끝이 보이게 될 이 길의 마지막에서는 현실이 될 거란 생각을 하니 왠지 흐뭇함 보다는 씁쓸함이 더 느껴졌다. 뭔지 모를 감정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는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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