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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아 Sep 23. 2023

하루키상 건강만 하세요

책은 한국에서 계속 살게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그가 쓴 글만으로 '나는 이 사람 팬입니다'란 마음을 갖는 건 어찌보면 고결하고, 어찌보면 책 잡히는 일이다. 하루키의 신간을 일찌감치 예약 걸어두고 설레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이번이 그의 유작이 될까 약간은 두려워 그토록 기다린 책을 들춰보기를 망설였다. 책 소개멘트처럼 하루키가 31살에 구상했던 책은 71살이 되어서 세상의 빛을 보았고, 출판기념회에 나선 그의 모습은 94년 하와이를 뛰던 모습과는 많이 멀어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나이드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팬입니다, 했던 작가가 시간의 흐름 앞에서 젊은 날과 멀어졌음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새삼스럽게 내 주변의 시간도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마는 것이다. 나도 30대 중반이라 약간은 우겨야 하는 나이가 된건가 하면서 놀랍가다가도, 요 몇 달 사이에 부쩍 커버린 아들을 보며 항상 아기는 아니겠구나라는 짐작이 들고는,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 듯한 단어인 '젊음'을 쑥쑥 커가는 아들에게 주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네-라고 웃어넘기는 일상을 정신 없이 살다보니 하루키의 새 책을 곁에 두고도 고작 130여쪽 밖에 읽지 못한 2023년 9월의 중순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이러한 소회는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떠나가는 달의 중력 같은 것이고, 출근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열심히 따릉이 페달을 밟고 있을 내가 지구의 중력처럼 더욱 확실하기에 오늘의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나는 아마 잠들면서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루키의 새 책은 750쪽쯤 되니 내게 남아 있는 페이지가 620쪽은 되는구나, 즐거워 하면서. 


그의 책이 계속 나와주길. 계속 건강하시길. 

언젠간 와세대 대학에 가서 그의 물건들을 볼 날이 오겠지?


#무라카미하루키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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