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거나 기만적인 시사 평론가에 관해
자로 잰 중립이나 양비론을
정치•시사 평론가들이 마치 그게 바람직한 일인 양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자주 눈에 띈다. 어떤 때는 평론가 자신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이미지로 치장하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초부터 권력 지형이나 이 권력의 행사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 또는 통념이나 편견의 힘 때문에 여론이나 이념 지형이 기울어져 있을 때, 여기서 두 진영이나 주장 사이를 정확히 자로 재, 그 가운데 있는 주장을 펴는 건 제대로 된 중립이 아니다. 이건 직업적 평론가가 현장에서 가지는 착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측 주장에 일부의 진실과 거짓 모두가 부분적으로 다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두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맞다. 이 주장엔 이런 부분은 맞고, 또 저런 부분은 거짓이나 반만 진실인 것에 더 가깝다고. 반대 편 주장도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평론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평론가의 일이 끝나선 안 된다. 양쪽 주장에 이러저러한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지만, 그럼에도 권력이나 여론 지형의 편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양측 주장 중에 어느 주장이 더 비난받고, 어느 주장에 더 많은 진실이 즉,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고 타당한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게 평론가의 임무다.
정치 평론가들은 시사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한 발짝 떨어진 시점에서, 그리고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서 각 사안을 판단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정치판 전체 즉, 큰 그림에서 그 이슈가 갖는 의미까지 평가해 주어야 한다. 요약하면, 특정 주장에 얼마만큼의 진실과 거짓이 들어 있는지, 혹은 설득력과 타당성 정도를 1~10의 스케일에서 어느 정도의 수치를 가진 주장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저 찬반의 주장 가운데에 서서 평가하는 것, 혹은 양진영의 주장의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의견을 내는 것은 시청자나 청취자를 기만하는 것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평론가 자신들이 속거나 착시한 것일 수도 있고. 또한 두 주장에 있는 일부의 진실과 거짓 모두를 주장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이미지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당연히 이는 평론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명심해라. 당신들의 평론을 보는 시청자의 눈, 귀, 그리고 판단이 매섭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