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묻힌 보석을 파내어 그 보석이 맘껏 빛나게 하는 것이다. 왜?
인문•철학 고전 전집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며, 사상가가 평생 연구하며 고민해 얻은 통찰을 발견하며, 그때 그 생각의 빛을 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 글과 강의로 그 느낌을 우리 시대의 언어와 현실에 맞게 잘 만져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지식과 통찰은 나누면 나눌수록,
우리 사회의 정신 즉, 문화가 맑고 건강해지니까. 문화는 우리 의식에 자리한 추상적인 것들이 모인 거대한 강이다. 난 내 책에서 문화를 ‘생각의 강’이라 정의한 적이 있다. 편견, 통념 혹은 상식,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정의로운 생각과 그 가치, 여러 유형의 신념이나 취향이 다 이 생각의 강에 녹아 있다.
깨끗하고 맑은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이 강에 풀어놓으면, 그곳부터 맑아진다. 그리고 거기서 그 생각을 접한 작은 물고기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통해 맑음이 퍼져 나간다. 마치 밈(meme; 문화 구성 요소)이 바이럴 되며 온 사방에 퍼지는 것처럼.
그래서 누군가는
계속 이런 맑고 정의로운 밈을 찾아내고 유통해 철 지난 편견이나 상식,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신념이 나 가치를 조금씩 걷어 내야 한다. 점점 깨끗해지는 강에선, 무지에서 비롯한 혐오, 그 혐오에서 비롯한 차별과 불공정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상대나 타 집단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나와 너, 우리와 그들로 나뉘었던 경계가 점점 흐려진다. 타인과 그들이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내가 아프면 너도 똑같이 아프고, 우리가 기뻐할 때, 그들도 똑같이 기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인식이 퍼지면 퍼질수록
관계와 그 여러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나와 우리처럼, 타인과 그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 서로 다르지 않고, 우열의 차이가 정말이지 너무 미미하단 걸 알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는 문화(생각)가 생겨난다.
이런 문화 형성의 시작은
사상가의 통찰에서 비롯한다. 그러니 그 깨달음을 읽고 나누면, 작은 문화가 태어난다. 그리고 그 작은, 많은 문화가 다른 문화와 만나고,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생각의 강에 흘러들어온다. 이 강에선 누구나 서로 이해와 존중을 받으며, 그 존엄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소리 없이 찾아온 평화가 그 강 위를 덮게 된다. 강 위에 내려앉은 아침 안개처럼. 아침의 고요함이 그 강위 즉, 우리 문화에 선물처럼 찾아온다. 그 강에 사는 모든 생명에게.
그러니 책 속에
깊이 묻힌 보석을 힘들어도 캐내어 그 빛이 땅 위에서 맘껏 빛나게 해야 한다. 그 빛을 모든 이가 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