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난 늘 조그만 생각공장(인문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칠 때
나비 효과에 대해 말하며, 무력감에 빠질 (나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았다. 불의와 편법, 그리고 불공정이 판치는 걸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인식케 하면, 늘 뒤따라 오는 질문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요? 혹은 우리 힘만으로 될까요?”였다. 그때마다 이렇게 얘기했다.
“카오스 이론에서 나비 효과는 초기 상태에 있는 아주 작은 인과적 차이이고, 결정론적으로 비선형인 체계에서의 작은 초기 변화는 그 이후 상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라고. 물론, 브라질의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미세한 기류 변화를 일으켜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유로 설명해줬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얼마나 이 말에 격려가 되었는진 지금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난 나비 효과를 믿었다. 아니 믿어야 했다. 물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이 나비 효과는 지푸라기 같은 거였으니까. 이거라도 잡아야 내가 좌절하지 않고, 계속 내 가치와 꿈을 향해 계속 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이 가지 않는 좁은 길, 때론 길이 나지 않은 길을 걸었다. 내 뒤에 나처럼 없는 길을 찾아 헤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만 10년을 날개 짓을 쉼 없이 했다. 아직도 나비 효과를 믿는다. 내 날개 짓이 가끔 기류의 변화를 일으켜 다시 어떤 기류와 만나 내게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내게서 나갈 땐 작은 소리였지만, 내 귀로 그 소리가 다시 울려올 땐 수많은 이가 들을 수 있는 엄청난 음파로 온다.
어둡고, 그래서 무거운 무력감이 엄습할 때에
이 나비 효과가 나에겐 여전히 위안이 되며 동시에 믿음을 준다. 기진맥진한 몸을 일으켜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한다. 너무나 먼 길이라 아직 그곳이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지만, 이렇게 계속 내가 정한 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언젠가 내가 생각하며 꿈꿨던 그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도 그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경로에 꽂아 둔 주요 거점 중에 한 곳이니까. 작은 날개로 기류를 바꾸고 그 기류로 그래도 꽤 멀리 왔다. 나를 날려, 조금 더 빨리 그곳에 데려다 줄 바람을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