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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Sep 04. 2024

팀장의 시간도 소중합니다

대화의 시작은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시간도 자원이다. 돈을 쓰는 것만 비용이 아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것, 이것 자체도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어렵고 내가 제일 바쁘고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혼자만의 착각인데 좀처럼 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남녀노소 모두가 그렇다. 일을 할 때도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오늘 저 친구가 집에 일찍 가는 건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사정이 있겠지, 혹시 점심도 안 먹고 일한 거 아니야?

나도 이렇게 힘든데 신입은 더 힘들겠다, 점심이라도 한 끼 먹자고 해볼까?


이렇게 되면 좋겠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쟤한테는 왜 일을 안 시키냐고 불만, 나만 일이 너무 많다고 불만 … 일을 안 하는 사람은 나중에 평가로 그 대가를 치르지 않을까?


팀원 한 명이 와서 업무를 3가지 보고한다고 가정해 보자. 팀원이 10명이면 팀장은 하루에 몇 가지의 업무를 듣게 되는지, 팀장의 머릿속에 중요하게 들어가 있는 업무는 무엇일지,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하다.


팀장이 메신저를 방해금지모드로 바꾸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도 다가오는 팀원은 늘 있다,


나중에 이야기할까요? 지금 좀 바쁜데

아, 간단히 말씀드리려고.. 2가지만

(2가지나 있어?) …

이렇게 시작한 대화가 짧게 끝나는 경우가 없다


팀장님 어떡하죠?

(뭘?)…

아 제가 어제 말씀드린 거 있잖아요

???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왜?

데이터가 괜찮았는지, 더 산다고 하네요

근데 무슨 문제 있어요?

아 제가 문제 있다고 그랬나요?

???


2시 회의인데 같이 가시나요?

무슨 회의인데요?

아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못 들었는데…

다들 팀장님하고 같이 온다는데 저만 갔다 올까요?

???


팀장님 잠깐 시간 되세요?

저 지금 퇴근해야 되는데, 내일 이야기할까요?

아 잠깐이면 됩니다

뭔데요?

(어쩌고 저쩌고 말이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지금 결정이 필요한 거예요?

아니요 급하진 않습니다

???


대화를 하고 나면 뭐가 좀 선명하게 결정이 나던지, 서로가 모르고 있던 정보를 교환한다던지, 웃음보라도 터져야 되지 않을까?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도 모르게, 귀에 들어오는 말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대충 끄덕이고 마는 대화를 꼭 해야 될까?


지금 바쁘다고 그냥 보내면 나중에 업무보고를 안 할까 봐 혹은 마음이 상할까 봐, 긴 이야기를 그냥 듣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들어야 하는데 머릿속에는 방금까지 작성하던 자료 생각, 이제 출발해야 된다는 생각들이 같이 있다. 잘 듣지 못하면 다음에 비슷한 걸 또 묻게 되고 적절한 의사결정도 어려울지 모른다.

내가 오늘 보고했으니까, 메일로 알려놨으니까 당연히 알고 있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 중요한 일이라면 팀장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엄마한테도 가끔 엄마가 필요하다고 말하듯이 팀장에게도 가끔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팀원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을 먼저 상대에게 해주라고 했던가?


아 바쁘시구나 다음에 보고해야겠다,

본부장님한테 혼나셨구나 커피 한잔 하자고 할까

이따 발표가시니까 지금 정신없겠다


미루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매번 까칠한 피드백을 받는 팀원들이여 스스로를 돌아보자. 내용만큼이나 보고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내 시간이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다

퇴근 후에 연락받기 싫은 것처럼, 휴가에 전화 오면 싫은 것처럼, 바쁠 때 말 걸면 싫은 것처럼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말로 내뱉고 누군가는 인내할 뿐, 내가 하는 건 정당하고 남이 하는 건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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