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BAMBI>의 작사, 작곡가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
안무를 만들고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머,
시각적인 요소들을 기획하는 비주얼라이저.
이 모든 수식어를 하나로 모으면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 SAAY가 된다.
엑소(EXO) 멤버 백현의 세 번째 솔로 EP <BAMBI>의
동명 타이틀곡 ‘BAMBI’ 작사, 작곡, 코러스로 참여해
K-Pop 팬들에게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SAAY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초의 음악적 영감은 마이클 잭슨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순간이 기억나나요?
9살 때 TV에서 마이클 잭슨의 웸블리 콘서트를 보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부모님이 대단한 팬이셔서 집에 항상 MTV가 틀어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춤을 따라 추다가 노래도 부르게 됐어요. 학교 동아리에서 춤을 추다가 스트리트 댄서와 강사로도 활동했으니 사실상 퍼포머 경력이 제일 오래됐네요.
곡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나요?
작곡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려고 마음먹고, 중 3 때부터는 편곡법도 깊이 공부하고 미디 프로그램으로 작곡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건반을 가지고 Pop 스타일부터 스케치를 시작했는데, 마이클 잭슨을 뿌리로 퀸시 존스, 어스 윈드 앤 파이어, 프린스, 로린 힐까지 폭넓게 들으면서 저의 음악 스타일을 점점 블랙뮤직 쪽으로 확장해 나갔죠. 데모를 만들어 기획사에 여기저기 보내고 오디션도 많이 봤는데 고 2 때 연습생으로 발탁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어요.
2012년에 걸그룹 EvoL로 데뷔했어요. EvoL은 K-Pop 과도기에 조금 일찍 도착한 팀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연습생 상태로 정시를 통해 동아방송예술대 보컬 전공으로 입학했는데, EvoL이라는 팀으로 데뷔하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데뷔 앨범부터 자작곡을 수록했고 안무도 직접 만드는 등 셀프 프로듀싱을 했죠. 제가 리더였고 멤버들 실력도 좋았지만 팀으로서는 잘 안됐어요. 너무 앞서갔다는 얘기는 그때도 많이 들었는데, 쓴 맛도 보고 힘든 시간들을 통해 얻은 경험들이 지금의 제 포지션을 만드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EvoL 시절부터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로 활동했어요. 헨리와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만났나요?
2013년부터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곡을 주고 프로듀싱을 했어요. 대학 친구에게 소개받은 헨리 씨와 ‘NoizeBank’라는 작곡 팀으로 슈퍼주니어 M, 헨리 두 번째 미니 앨범, OST 등에 참여하면서 SM과 인연이 닿았고 당시 루키즈 멤버였던 NCT 마크, 레드벨벳 슬기 씨하고도 작업했어요.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커리어를 쌓다가 유니버설 코리아와 계약하고 솔로로 데뷔했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보컬 트레이너, 프로듀서로 일하는 와중에도 제 노래를 만들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하고 있었어요. 사실상 <CLAASSIC> 앨범에 실린 곡들 절반은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였는데 전 소속사에 계시던 분이 유니버설 코리아를 연결해줘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회사에서는 딘(DEAN)을 데뷔시킨 이후에 마침 여자 솔로 아티스트를 찾고 있었는데 ‘LOVE DROP’과 ‘OVERZONE’을 들어 보고 계약하자는 얘기가 나왔죠.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디즈(Deez)와는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디즈 오빠는 EvoL이 속해 있던 스타덤 엔터테인먼트의 보컬 트레이너 겸 프로듀서로 처음 만났어요. 연수(YUNSU) 오빠는 인하우스 작곡가였고요. 팀 해체 이후에 디즈 오빠가 저랑 연수 오빠에게 소울트리 프로덕션에서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죠.
디즈, YUNSU와 함께하고 있는 소울트리(SOULTRiii)는 회사인가요? 크루 개념인가요?
소울트리는 프로덕션 팀이에요. 디즈 오빠가 대표 프로듀서로 있고 저는 아티스트 겸 작곡가로 소속되어 있어요. 연수 오빠와 다른 작곡가 분들도 있고 트랙 메이커와 사운드 엔지니어들도 있어요. 보통 음악 작업을 밤늦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저희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 마치 일반 직장인들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주로 일과 시간 중에 곡을 쓰고 만들어요.
<CLAASSIC> 앨범부터 최근 <FEELosophy> EP까지 디즈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쎄이에게 디즈는 어떤 사람인가요?
디즈 오빠 덕분에 음악의 1부터 100까지 다시 배웠어요. 사실 처음 만났을 당시에 저는 이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었고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 있었는데, 디즈 오빠가 많이 눌러 주셨죠. (웃음) 그때 겸손함을 배우지 않았으면 금방 바닥으로 추락했을지도 몰라요. 10년 넘게 디즈 오빠하고만 작업하고 있는데, 음악도 정말 잘하지만 항상 겸손하고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에요.
올해 1월 발매된 백현의 일본 첫 EP <BAEKHYUN>의 수록곡 ‘WHIPPIN’’과 4월 발매된 세 번째 솔로 EP 타이틀곡 ‘BAMBI’는 어떻게 작업한 곡인가요? ‘BAMBI’는 백현 씨가 직접 디즈에게 의뢰했다는 후일담을 공개했더군요.
보통은 각 회사의 A&R 팀을 통해서 새 곡의 콘셉트와 레퍼런스, 방향성에 대한 리드를 받고, 누가 부를지 결정이 안 된 상태로 작업을 해요. 그런데 ‘BAMBI’는 백현 씨로부터 디즈 오빠에게 어쿠스틱 베이스에 정통 R&B 스타일, 거기에 퍼포먼스까지 가능한 곡을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WHIPPIN’’이랑 ‘BAMBI’ 모두 디즈, 연수 오빠와 같이 작년에 만든 곡입니다. ‘WHIPPIN’’을 먼저 쓰고 ‘BAMBI’를 나중에 썼는데, 두 곡 모두 스케치를 하루 이틀 정도 했고 초안은 일주일 정도 걸려서 만들었어요.
BAEKHYUN 백현 'Bambi' MV
2021년 4월 말 현재,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긴 백현의 'BAMBI' 앨범과 동명 타이틀의 뮤직비디오.
3번째 EP에서 타협 없는 정통 R&B 사운드를 구사하며 청자들과 팬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BAMBI’의 크레딧에는 디즈, YUNSU, SAAY, Adrian McKinnon의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요?
저는 ‘BAMBI’에서 가사와 탑라인 파트를 담당했어요. 저는 곡을 만들 때 항상 가사를 먼저 써요. BPM이나 비트에 대한 고민은 그다음이고요. 의뢰를 받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제가 평소 정말 좋아하던 디즈니의 밤비(BAMBI)라는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곡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어요.
거기에 디즈 오빠와 연수 오빠, 백현 씨가 ‘밤에 내리는 비(Night Rain)’라는 아이디어를 더해 ‘밤비가 내리는 밤에 BAMBI 같은 너와 사랑하고 싶다’는 테마가 완성됐죠. 저는 가사를 쓸 때 단어로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데 밤비-단비-BAMBI가 자연스럽게 연결돼서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트랙 메이킹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디즈 오빠가 초안을 만든 이후에 애드리언 매키넌에게 보내서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냐고 물어봤고 애드리언이 마지막 한두 구간에 소스를 추가한 걸로 알고 있어요.
‘BAMBI’의 기타는 디즈가 연주했고, 두 사람이 코러스까지 담당했는데 녹음할 때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디즈 오빠가 직접 기타를 쳤는데 빈티지하면서도 R&B에 잘 맞는 특유의 시그니처 톤이 있어요. 디즈 오빠와 코러스도 넣었고, 그 가이드 버전을 제가 불렀죠. ‘WHIPPIN’’, ‘BAMBI’를 녹음할 때는 제 스케줄이 있어 아쉽게도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요.
브리지 파트 후반에 ‘My Neverland~’하는 가사가 있는데 그 하이노트 구간이 굉장히 어려워서 가이드 버전에서 저도 다섯 번 정도 불렀거든요. 그런데 백현 씨는 원테이크로 OK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실제로 아카펠라 트랙이 한 개 밖에 없더라고요. 녹음 마치고 디즈 오빠와 스태프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녹음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수정 작업을 했는데 그때는 디즈 오빠가 고생을 많이 했죠.
완성된 노래를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제 곡을 만들어서 부를 때 하고 다른 가수 프로듀싱과 보컬 디렉팅을 할 때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는 편이거든요. 웬만하면 감흥이 크지 않은데 헤드폰을 끼고 녹음본을 모니터링을 해보니 너무 좋아서 감동받았어요. 튠(Tune) 작업 없이 그냥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셔서 좋은 자극을 받았죠. 리듬을 밀고 당기는 R&B의 레이드백(Laid Back) 스킬도 거의 본능적으로 나오고, 저음부터 고음까지 한 톤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더라고요. 이미 탑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데도 꾸준히 보컬 레슨을 받으러 다니거나 웬만한 연습생들보다 더 연습한다는 얘기를 듣고 잘 되는 게 당연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소위 말하는 한국식 로컬라이징을 거치지 않은 정통 R&B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의도한 바가 있었나요?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딱 하나, ‘백현 씨가 만족할 만한 곡을 만든다’였어요.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확고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오직 백현이라는 아티스트를 위해 맞춤형으로 만든 곡이에요. 디즈 오빠는 백현 씨의 솔로 1집부터 계속해서 참여했는데, R&B 보컬리스트로서 백현 씨의 Originality를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신뢰가 쌓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BAMBI’를 영어 가사로 직접 커버해서 유튜브에 공개했는데요.
사실 밤비는 언젠가 제 앨범에 쓰고 싶어서 너무 아끼던 주제였고 곡도 정말 잘 나와서, 잠시 내가 부르고 싶다.. 는 욕심을 내기도 했어요. (웃음) 그만큼 애착이 큰 곡이라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영어 가사로 바꿔서 커버해 봤죠. 백현 씨는 소울트리가 쓰는 복잡하고 화려한 R&B 스타일 곡을 잘 소화하시는 남자 보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듀엣도 해보고 싶어요.
주로 R&B 장르의 곡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으로 R&B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 데뷔곡인 ‘CIRCLE’의 주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세련된 곡선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소 명도 1, 2 차이도 알아챌 정도로 색감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인데 음악부터 스타일까지 다양한 컬러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는 것도 매력이에요.
SAAY - CIRCLE ft. Tish Hyman
2017년 8월에 발매한 SAAY의 데뷔 싱글, 'CIRCLE'
시기는 역순이지만 마치 여성 아티스트가 'BAMBI'에 보내는 답가처럼 들릴 정도로
디즈 특유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곡 구성이 흥미롭다.
2019년 ‘ZGZG’ 싱글로 활동할 때는 음악 방송에도 출연했고, 전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잘 알려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명미나 안무가와 콜라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R&B 마니아나 리스너가 아니면 저를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음악 방송을 다니면서 만난 다른 가수 분들이 저에게 음악 너무 잘 듣고 있다고 사인을 요청하셔서 좀 놀라기도 했고, 기분이 좋았죠.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와는 음방용으로 만든 ‘ZGZG’의 오리지널 안무보다 조금 더 프리한 스타일로, 파워를 더해서 일종의 이벤트처럼 즐겁게 찍었어요.
국내 R&B씬의 다른 뮤지션들과 교류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나 앨범 수록곡이 있나요?
백현 씨의 앨범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콜드(Colde)라든가, 딘(DEAN), 미소(MISO)와 친한데 각자 작업에 바쁘다 보니 자주 보지는 못해요. 아소토유니온, 윈디시티로 활동하셨던 김반장 님의 음악을 즐겨 듣고요. 가요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꼽을 만한 건 보아의 ‘공중정원’. 최근에는 BTS의 ‘Dynamite’도 재미있게 들었어요.
좋아하는 해외 아티스트는? 추천 앨범이 있다면
2001년에 발매된 Raphael Saadiq의 <Instant Vintage> 앨범을 즐겨 듣고, 개별 곡으로는 Rahsaan Patterson의 ‘Feels Good’(2007), Raphael Saadiq의 ‘Never Give You Up’(2009)을 추천합니다.
최근에는 드라마의 OST에 가창자로 참여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스스로 곡을 만들고 부를 때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저는 작곡도 그렇고 가창도 그렇고 일단 곡이 마음에 들고 좋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하는 편이에요. 최근 들어 소울트리에 곡을 의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저희 팀과 함께 작업한 곡들이 있는데 조만간 순차적으로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아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CLAASSIC>에 이어 저의 두 번째 정규 앨범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려 주세요.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유튜브로 90년대의 R&B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았다.
자넷 잭슨, 메리. J. 블라이즈, SWV, TLC, EN VOGUE, ASHANTI…로 이어지는 추억의 이름들 덕분에
인터뷰라기보다 함께 R&B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와 편안하게 음악 이야기를 하다 온 듯한 기분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올라운드 플레이어, SAAY의 다음 스텝을 기대해 본다.
SAAY Discography
2017.07 CIRCLE (Feat. Tish Hyman)
2017.11 SWEATY (Feat. Crush)
2018.02 COLD VIEW
2018.05 CLAASSIC 정규 1집
2018.08 HORIZON : THE MIXTAPE
2019.06 ZGZG
2020.02 겨울탓 (Feat. 우원재)
2020.05 DON'T KNOW (FEAT. punchnello)
2020.07 I'M OKAY
2020.10 PLAYER
2020.10 FEELosophy EP
2021 Myoflix & Absolutely Flawless Presents:
Creative Director, Post editing / 김 피죤 (broken.camelsback@gmail.com)
Interview, Editor / 커튼로프 (curtainrope@gmail.com)
● Photo: OSTONE KWON (Instagram @ostone_kwon)
● Hair & Make-up: 한다미 실장 (Instagram @damdamty)
Special Thanks to the Artist, SAAY (Instagram @saayworld), Universal Music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