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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럼 Jan 24. 2018

‘몰입’과 ‘발견의 기쁨’에 답이 있다!

"중학교 입시에 실패한 아이는 어떻게 위대한 수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

수학사의 난제인 ‘3대 문제’를 해결하고, ‘다변수 복소함수론’이라는 수학 이론을 정립한 천재 수학자. 

그의 이론을 처음 접한 프랑스 수학자들이 ‘이 이론을 만든 건 수학자 한 사람이 아닌 천재 수학자 집단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했던 인물. 

베스트셀러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오랫동안 매달린 끝에 ‘특이점 해소 문제’를 마침내 풀고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는 데 결정적 영감을 불어 넣어준 위대한 수학자, 오카 기요시. 


세상을 놀라게 한 위대한 수학자가 한때 중학교 입시에도 실패한 적 있을 정도로, 천재보다는 평범한 아이에 가까웠다고 한다면 믿어지시나요? 사실입니다. 


“단순 계산문제보다 응용문제가 시험에 잘 나왔다. 6학년이 되자 응용문제가 어려워졌다. 그런 터에 당시 5년제였던 중학교 입시에서 쓴잔을 마셨다. 수학 점수가 나빠서 불합격한 것은 아니었을 터다. 응용문제를 제대로 풀질 못했다. 수학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이듬해에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입시에 한 번 실패한 뒤였다. 로그(대수)를 배운 것은 2학년 때였다. 학기말시험에서 두 문제를 겨우 맞혔다. 총 다섯 문제가 출제되었다. 나는 가장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먼저 푸는 버릇이 있었다. 그 바람에 1학기에 배웠던 풀잇법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 나머지 풀 수 있는 문제까지 틀리고 말았다. 

학기말시험은 더 중요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로그 영역에서 68점을 받았다. 참담했다.”


중학교 입시에도 실패한 적 있을 정도로 평범했던 아이는 어떻게 세상을 놀라게 한 위대한 수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무엇이 대중은 물론이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도 우러르게 하는 천재와 대가를 만들까요? 우월한 유전자? 뛰어난 지능지수? 타고난 재능? 아닙니다. 오카 기요시에 따르면, ‘몰입’ → ‘발견(의 기쁨)’ → ‘몰입’ → ‘발견(의 기쁨)’의 지적 순환 구조에 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오카 기요시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영향을 받아 교토대 물리학과에 입학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물리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고민에 빠지지요. 결국, 오카는 자신에게 일어난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물리학과에서 수학과로 전과를 결심하는데요…….     


“물리학과에서 수학과로 전과를 결심했다. 야스다 료라는 강사의 수학 강의를 들은 직후였다. 물리학과의 첫해 기말시험에 선생이 출제한 것은 두 개의 응용문제였다. 평소 습관대로 어려운 문제부터 풀기 시작했다. 한 문제당 2시간 정도 걸려서 답안을 작성했다.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는 확신에 나도 모르게 ‘해냈다!’라고 소리 질렀다. 감독관으로 들어와 있던 야스다 선생과 주위 학생들이 모두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연필을 집어 들고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공원으로 달려가 해가 저물 때까지 벤치에 누워 있었다. 그 뒤의 시험을 몽땅 내팽개친 채였다.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내 인생에서 찬란한 수학의 발견, 증명법에 대한 최초의 발견 순간이었다.”


오카 기요시가 ‘몰입’ → ‘발견의 기쁨’을 처음 경험하는 장면인데요. 이후 그가 “수학과에서 보낸 2년여 시간은 서서히 수학에 눈을 뜨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오카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납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다변수 함수론을 전공하기로 결심하지요. 그 무렵, 하인리히 벵케와 페터 툴렌이 함께 저술한 『다변수 해석수론』이 출간되었는데, 오카는 그 책을 읽고 난 뒤 다변수 함수론 분야에서 세 가지 중심적인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그 난제들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죠.


“두 달 남짓 그 일에 매달리자, 세 가지 문제가 하나의 산맥처럼 명료하게 드러났다. 이듬해 3월부터 그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해결 문제인 만큼 녹록하지는 않았다. 처음엔 어찌해야 좋을지 알 수조차 없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어느 길을 타고 산맥을 올라가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아침마다 방법을 바꾸어 하루가 끝나는 밤까지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올바른 방법인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며칠을 걸려 문제를 풀어도 그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낙담하여 한숨짓는 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석 달여 시간이 하릴없이 지나갔다. 맥이 풀릴 대로 풀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지극히 단순한 문제마저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를 억지로 붙잡고 있으면, 10분 정도 긴장되었다가 그 뒤부터 집중력이 떨어졌다. 졸음이 쏟아지기까지 했다.

 …….(중략)

9월이 되어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카야 씨가 자기 집에서 아침 식사를 같이하자고 불렀다. 식사를 마친 뒤, 연구실에서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생각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모이는 느낌이 들더니 점점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두 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흐르자, 어디를 어떻게 손을 대야 좋을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두 시간 반이라고는 해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 대상이 확연히 떠오르는 데는 놀라우리만치 적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말할 수 없이 기뻐서 내 생각이 맞는지 그른지 의심하지도 따져보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도 휙휙 바뀌는 차창 밖 풍경만 무심히 바라보았다. 한껏 고무된 나머지 수학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품지 않은 채로 앉아 있었다.

발견의 기쁨이었다! 그 전에도, 후에도 발견의 기쁨을 맛본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커다란 기쁨을 느끼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듬해부터 ‘다변수 해석함수론’이라는 표제를 사용하여 2년에 한 번꼴로 다섯 차례에 걸쳐 논문을 발표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몰입 상태에서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완성한 작업이었다.

몰입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난생처음 가는 길을 걷듯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계속 진행하기. 거기에 더해 졸음만 쏟아지는 일종의 방심 상태에 놓여 있기. 이 두 가지가 ‘발견’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씨를 뿌려두고 발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물질의 결정(結晶) 작용도 마찬가지다. 일정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한동안 내버려 두어야 한다. 성숙할 준비가 되어 있고 조건이 갖춰져 있다 해도 반드시 일정한 시간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성숙할 수 없다. 더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의식의 밑바닥에 잠재해 있는 것이 천천히 자라서 표면에 드러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한때 중학교 입시에도 실패한 적이 있을 정도로 평범했던 아이가 어떻게 학문의 세계에 빠져들고, ‘몰입’ → ‘발견(의 기쁨)’ → ‘몰입’ → ‘발견(의 기쁨)’의 지적 선순환 구조를 계발하여 마침내 세상을 놀라게 한 위대한 수학자가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 좀 길지만 위에 인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중에서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내용은 천재 수학자가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정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책 전체 내용의 첫 문장이 “인간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정서’다”인 점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정서’를 중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카 기요시는 수학이 인류에게 무슨 득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피어 있으면 되는 것이지, 그것이 봄의 들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위는 제비꽃이 상관할 바 아니지 않소?”라고 대답합니다. 오카 기요시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 ‘교육’의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제 글보다 원문을 인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조금 길지만 아래에 인용합니다. 


“인간은 동물이다. 단순히 동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떫은 감나무에 단감나무를 접붙인 것 같다고 할까. 동물성이라는 나무에 인간성이라는 나무를 접붙여 생긴 나무가 인간인 셈이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는 그 나무가 바르게 자라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빨리 자라기만 하면 좋다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다.

자라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떫은 감이 열리기에 십상이다. 떫은 감은 단감보다 생장이 빠르므로 그만큼 서둘러 열매를 맺는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두르기보다는 느긋한 편이 좋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근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의무교육 기간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그와 비례하여 여성의 초경도 빨라진다. 교육과 여성의 이른 초경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따져 묻고 싶을 수도 있겠다. 나는 인간성을 등한시하고 동물성을 키운 결과라고 본다. 소나 말 같은 짐승은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걸어 다닌다. 인간은 스스로 걷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1년이 되어서야 겨우 자기 힘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소나 말보다 열등하지 않다. 걷기를 준비하는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수학자의 공부』의 저자 오카 기요시에 관한 인상적인 일화가 많은데, 그 중 두 가지만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일화. 오카가 새롭게 구축한 수학 이론이 프랑스에 소개되었을 때 그 이론을 맨 처음 접한 수학자들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 이론을 천재 수학자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에이, 그럴 리가 없어! 그건 불가능하다고!! 이 이론을 정립한 건 틀림없이 천재 수학자 집단일 거야!!!”


두 번째 일화. 베스트셀러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와의 대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히로나카가 복소다양체의 특이점 해소 문제를 해결하고 마침내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장면입니다.


“나는 속으로 울컥했다. 오카 선생님은 수많은 업적을 세운 위대한 수학자일지는 모르지만, 당시 ‘특이점 해소’ 문제에 있어서 나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인 학자는 없었다. 또 나에게는 이 문제에 관한 업적을 이미 몇 개 세웠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훌륭한 선생님이었으므로 그 자리를 적당히 넘기려고 나는 말없이 머리를 숙였다. 그랬더니 오카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제를 추상화시켜서 이상적인 형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모양이 되면 그 문제는 자연히 풀릴 것입니다.’

나는 하버드대로 돌아간 후 이 문제에 대한 사고방식을 약간 바꾸어 보았다. 이상적인 형태로 해본 것이다. 그리고 수개월 노력한 결과 드디어 완전한 해결을 볼 수가 있었다.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문제에 여러 가지 조건을 붙이면 본질을 놓칠 수 있고, 반대로 이상적인 형태로 깨끗이 하니 본질이 뚜렷이 보이게 된 것이다.


                                                                              _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 중에서



이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몰입』의 저자인 황농문 교수의 말대로, “평생 수학자로 살아왔지만 오카 기요시의 삶, 문학, 예술에 대한 통찰은 남다”릅니다. “그는 삶을 많이 경험하기보다는 깊이 경험했”고, 우리는 그의 삶으로부터 “인생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귀중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오카 기요시 선생의 수학을 대하는 자세와 인생의 지혜가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겨 있다. 수학자뿐 아니라 학문을 하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공부의 본질’에 대한 대가의 대답을 들어보길 권한다.”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교수이자 2015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한 김성연 교수의 추천 글인데요. 그는 오카 기요시가 정립한 ‘다변수 복소함수론’을 전공한 학자라 더욱 의미가 있고 귀담아 들을 만합니다. 그의 말대로, 『수학자의 공부』에는 “수학자뿐 아니라 학문을 하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공부의 본질’에 대한 대가의 (명쾌한) 대답”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해제를 쓴 인류학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나는 이 책 『수학자의 공부』가 현대인의 필독서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서 구조의 파괴가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카 기요시의 책 『수학자의 공부』는 나카자와 신이치의 말대로 “현대인의 필독서가 되어야 마땅”한 책이며, 이 시대의 빛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몰입을 통해 학문과 인생의 기쁨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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