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요약 시대에 반하는 나만의 습관 3가지
우리는 드라마도 1.5배속으로, 비디오는 숏츠로, 아티클과 책도 AI에게 요약시켜 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AI 가 점점 발전하고 숏폼 플랫폼이 많이 생김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얼마만큼의 지식이 남아 있나요?
이런 시대에서 저는 트렌드에 굉장히 반하는 습관 몇 개를 가지고 있어요.
특히 작년부터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보기보다는 체화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쓰고 있기도 하고요.
1. 좋은 책이면 스키밍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
2. 밑줄도 긋고 낙서도 하며 열심히 읽는다.
3. 요약할 만큼 좋은 책이면 밑줄 그은 부분만 골라 타이핑해서 정리한다.
4. 정리한 글을 책 목차가 아닌 내 맘대로 재구조화한다.
5. 필요할 때 반복해서 다시 꺼내 읽는다.
언제 다 읽고, 언제 다 정리하고, 언제 다 카테고리화하냐고요? 맞는 말이에요. 이렇게 읽으면 읽는데 일주일 이상, 정리하는데도 4-8시간, 카테고리화 1시간 이상이 쓰여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읽은 책은 제가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이 되더라고요. 밑줄을 그으면서, 타이핑하면서, 카테고리화하면서 총 3번이나 똑같은 내용을 보잖아요. 특히 단순 노가다처럼 보이는 타이핑할 때 그 지식을 후루룩 맛보고 뱉는 게 아니라, 꼭꼭 씹어먹는 것처럼 느껴요. 그리고 카테고리화하면서 저자의 지식 체계가 아닌 저만의 체계대로 정립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되고요.
저는 이렇게 저만의 지식 저장고를 가지고 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다들 노트필기 많이 하셨죠? 요새는 손글씨를 얼마나 쓰세요?
필기량이 많은 회의 말고 배우는 세션을 들을 때는 보통 아이패드를 사용해서 필기를 해요. 그렇게 하면 저에게 와닿은 내용, 중요한 핵심 내용만 기록해 둘 수 있더라고요. 패드를 안 들고 다닐 때는 노트나 스케치북에 막 여기저기 적어놓고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온라인으로 옮겨 적어두는 편이에요.
이게 정말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요.
최근 여러 연구에서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뇌의 미세한 근육운동을 유발하며, 이는 기억력, 집중력, 감정표현 능력, 창의성 등 다양한 인지 능력을 향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손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뇌는 글쓰기와 동시에 손글씨의 형태와 의미를 이해하고, 이러한 정보를 기억하려고 노력하며, 이는 뇌의 기억력 회로를 활성화시킵니다.
또한 노르웨이과학기술대의 오드리 반 데르 미르 교수 연구팀은 손글씨가 타이핑보다 뇌의 연결성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연구팀은 손글씨를 쓸 때와 타이핑을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망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손으로 글씨를 쓸 때는 서로 다른 뇌 영역 간의 연결성이 증가했지만 타자를 칠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프레임워크가 있다면 꼭 다시 그려봐요. 평일 밤이나 주말에 정말 여유가 있을 때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제가 이해한 그대로를 가볍게 시각화하기도 하고요.
또는 책에 나온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따라 그려보면서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데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와 상관없이 지식이 한번 추상화 단계를 거치면서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해당 정보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겉모습 특징을 열거하거나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단어에 대한 다른 그림을 보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림을 그려 얻는 기억의 정보가 다른 방법을 통해 얻는 기억의 정보보다 훨씬 오래 남은 것이다.
왐메스 교수는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다른 방법들에 비해 그림 그리는 것이 항상 가장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며 “그림을 그리면 뇌에서는 그 정보에 대한 기억 응집력이 향상되는데 이는 통합 시각적 정보나, 의미론적 정보보다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간을 오래 요하는 그리고 AI 시대와는 정말 거리가 멀어 보이는 습관들 어떠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체화한 지식은 평상시에 글을 쓸 때, 말할 때, 무의식적인 순간에 마치 원래 제 것인 것처럼 나오는 경험을 하곤 해요.
또 AI 서비스를 써야 하는 곳에 쓰고, 쓰지 않아야 하는 곳에는 과감하게 쓰지 않는 현명한 판단과 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ChatGPT, Dot 등의 AI 서비스를 좋아하고 자주 쓰지만 과연 ‘우리가 기술의 유용성을 의미 있게 제대로 누리고 있나?’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