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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지앵 Feb 06. 2024

아들 이름을 짓다.

아들 이름 작명기

논어 요왈(堯曰) 편에서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요순(堯舜) 시대라는 말을 들어는 봤을 것이다] 왕위를 선양하면서 “堯曰 咨爾舜 天之曆數 在爾躬 允執厥中.”이라고 한 데에서 윤집궐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를 서경(書經)에서 다시 이야기했는데, 人心惟危 道心惟微(인심유위 도심유미) 惟精惟一 允執厥中(유정유일 윤집궐중)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풀어보면 아래와 같다.

人心惟危 : 사람의 바뀌고 욕심내고 의심하고 분노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들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여 위태롭고,

道心惟微 : 인간이 선천적으로 나면서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품성은 밝히기는 어렵고, 어두워지기는 쉬워 아주 약하고 미미하다.

惟精惟一 : 오직 정밀하게 살펴서 외부 자극의 사사로움에 섞이지 않게 하고, 한결같이 지켜서, 그 사람 본연의 도덕적인 품성(道心)으로 외부 변화에 흔들리는 사람 마음(人心)을 이끌게 되면,

允執厥中 : 말하고 행하는 것이 저절로 지나치고 부족함 [과(過)·불급(不及)]이 없이 진실로 그 적합하고 합리적인 중도(中道)를 잡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원체 어려워 해석도 많고, 그래서 일반인인 내가 더 일반인인 사람들에게 풀어주기도 힘든 오묘한 말이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작은 감정 변화에도 쉽사리 흔들리는 내 마음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글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이름을 짓는 데, 뭐 따지고, 뭐 따지고 하는 것을 많이 봐 왔는데, 사실 별 소용없더라. 어떤 부모든 자식 잘못되라고 이름 함부로 지어주는 사람이 있겠나. 다만, 여러 통속의 작명 방법을 따르지 않았을 뿐. 그래서 자칭 이름 전문가라고 하는, 호사가들이 보면, 음양이 안 맞고, 사주에 안 맞고, 어쩌고 저쩌고 하겠지만, 그저 이 오욕이 넘치는, 모든 것이 돈으로만 통하는 이 천박한 세상에, 진솔한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을 담아서 너의 이름을 짓는다. 글에서 자구(字句)를 발췌하는 법도 따르지 않은 거 같은데, 그것도 뭐, 의미를 중시한다는 의도에 묻히기를 바란다. 또 이 문장을 십육자심법(十六字心法) 또는 십육자요결(十六字要訣)이라고 부를 정도로 모든 글자가 중요한 것이니, 그중에 예쁜 글자들로 뽑아 이름 지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다.


2021. 3. 15. 아버지 박상우


아내의 변) 남편에게 아가의 이름을 부탁하며 1) 좀 묵직한 이름일 것, 2) 이야기, 서사가 담긴 이름일 것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처음 들었을 때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스토리가 있는 이름이라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발표를 하거나 좌우명을 정하거나 할 때 유용하리라. 역사에 정사와 야사가 있듯이 소똥이의 이름의 정사는 아버지의 저 글이지만, 야사는 또 따로 있다는 것도 이야깃거리. 이름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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