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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Dec 12. 2021

명품과 거리가 먼 샤넬의 ‘노무 관리’

[띵구리의 세상읽기] 샤넬코리아 노조의 파업 선언, 무엇을 읽어야 하나

# 이 글은 2021년 12월11일 CBS '주말 뉴스쇼-민동기의 색다른 시선'에서 방송된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질문1) 오늘은 ‘명품’ 브랜드와 관련한 얘기를 가져온 듯?


- 브랜드는 명품인데 전해드릴 내용은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  

- 샤넬. 많은 분들이 아는 브랜드죠? 샤넬코리아 노동자들이 합당한 임금보장과 성희롱 근절 정책 수립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 샤넬코리아 노조는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전국 85개 매장 중 60개 매장에서 파업이 진행될 예정. 390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


질문2) 샤넬과 파업이라는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나.


- 사실 샤넬 코리아 노동자들과 사측의 갈등은 오래됐다. 샤넬코리아 노사는 지난해 12월 단체교섭을 시작. 1년이 지나도록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 노조는 지난 9월14일부터 △합당한 임금 보장 △법정유급휴일 보장 △직장 내 성희롱 근절 정책 수립 △온라인 매출 기여노동 인정 등을 요구하며 쟁의를 시작.

- 노조는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382억원이라는 역대급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성과이익을 독식하고 노동자에게 합당한 임금과 휴일 수당도 안 주며 일을 시킨다”고 주장.

- 샤넬코리아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9월부터 4개월 동안 유니폼을 입지 않고 출근하는 쟁의 행위를 이어오고 있다.

- 노조는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17일부터 무기한 파업 진행하기로 결정. 오는 16일까지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샤넬코리아 본사 앞에서 300여명의 직원들이 아침, 점심 시간을 이용해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예정.


질문3) 노조의 주장을 보면 샤넬에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가지만 려서 정리하면 이렇다. 노조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법정유급휴일 수당을  2년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300 이상 사업장은 공휴일에 대한 유급보장 규정을 적용받는다. 샤넬코리아도 이에 해당.

-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부실 처벌도 지적. 지난해 샤넬코리아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갑질과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자가 최소 15명에 달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개선책이 부족하다”고 지적.

-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월급은 줄었지만 물 한잔 마실 짬이 없을 정도로 노동 환경은 오히려 나빠진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 샤넬이 온라인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마케팅. 화장품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9년 3.8%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12.5%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21.9%로 2년 만에 5배 증가. 반면 백화점 매장에는 손님이 줄었다.

- 백화점 매장에 와서 제품을 테스트만 해보고, 구입은 온라인에서 하는 비율도 점점 증가.


질문4)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고 오프라인 매출은 하락했네. 그 영향을 샤넬 코리아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거라고 봐야 하나.


-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듯.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 앞서 언급했듯이 백화점 매장에 와서 제품을 테스트만 해보고, 구입은 온라인에서 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 그런데 매장에서 제품 구입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고객들 상대하는 건, 직원들. 샤넬 제품 특성상 온라인에서 사진이나 이미지만 보고 제품 구입하는 분들,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샤넬 노동자들의 메이크업 서비스, 제품 테스트 같은 판촉 업무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코로나로 사측이 직원을 줄이면서, 업무 강도는 더 세졌다는 게 직원들의 하소연.
- 온라인 쇼핑 매출 증가와 매장 직원들의 ‘노동’을 단순히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이유.

- 샤넬 코리아 노동자들 월급은 기본급과 판매수당으로 구성. 그런데 기본급이 낮은 편. 때문에 판매수당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오프라인 쇼핑 비율이 줄어들면서 판매수당이 하락. 샤넬 코리아 노동자들은 온라인 매출 증가에 기여한 자신들의 노동을 인정할 것을 요구.


질문5) 샤넬코리아 측은 어떤 입장인가.


- 샤넬코리아는 “지난 11개월간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면세사업부 매출이 전년 대비 81% 하락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직원 고용 안정을 위해 민첩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 참고로 샤넬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샤넬코리아 매출은 9295억원.전년(2019년)에 비해 1조638억원에 비해 12.6% 감소. 하지만 영업이익은 1491억원으로 전년(1109억원)대비 34.4% 증가. 순이익도 1068억원으로 전년(810억원) 보다 31.7% 늘었다. 사측이 주장한 내용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데이터다.


- 성희롱 대응에 대해서는 “회사 인사위원회는 사내 규정에 걸맞은 합당한 처분을 결정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조사 결과 세부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직원 의견 수렴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 내부교육을 더욱 철저히 하는 등 개선방안 강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 하지만 노조는 지난 5월 본사 간부가 여성 직원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를 적용 받아 검찰에 송치. 그런데도 사측은 제대로 된 성폭력 예방 체제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


질문6) 이 사안, 어떻게 봐야 해?


- 이번 사안을 보면서 JTBC 드라마 ‘송곳’의 대사가 생각났다.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만 들어오면 노동 탄압을 하는데 이유가 뭘까.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라는 대사.

- 샤넬코리아 지부는 사측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한국연락사무소(KNCP)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

-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에는 Δ다국적기업이 인권을 존중할 것 Δ재무제표와 경영진의 보수 등 기업 전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때 공개할 것 Δ기업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거버넌스에 기업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대표와 노동조합을 참여시킬 것 등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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