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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Dec 31. 2022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언론은 속으로 웃는다?

20분기 연속 청취율 1위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를 둘러싼 시선들

# 이글은 사단법인 '평화나무'에서 발행하는 '쩌날리즘' 2023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평화나무 바로보기] 


방송인 김어준씨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하차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라운드에서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차지한 이후 20분기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정치적이면서 외부적인 요인’으로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2022년 한 해 ‘뉴스공장’ 청취율은 1라운드 14.3%, 2라운드 14.7%, 3라운드 13.9%를 기록했다. 관련해서 TBS는 “서울시 출연금 삭감 여파로 제작 여건이 악화되고,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이 발의돼 회사 안팎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묵묵히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다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지역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TBS의 이 같은 입장은 ‘공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가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제외하고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조례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TBS의 상당수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적이고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했는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꼽았다. 


재원의 70% 정도를 서울시에 의존하고 있는 TBS 입장에선 이 같은 조례안 통과는 사실상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다. 방송 진행자와 출연자들 출연료는커녕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 주게 되는 상황에서 ‘지역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방송의 기본적인 역할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훨씬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20분기 연속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프로그램 진행자가 정치권에 의해 사실상 마이크를 내려놓게 되고, TBS 예산 지원이 중단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초유의 일인 것은 분명한데 상당수 언론을 비롯해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과 분석은 필자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대다수 언론은 TBS의 지금 상황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김어준씨에게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어준씨가 지금까지 ‘뉴스공장’을 통해 편파적인 방송을 해왔기 때문에 예산지원 중단과 프로그램 하차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김어준씨가 방송 중에 특정 정당, 특히 야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지속하면서 방송이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성조차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한국일보 12월2일 <김어준, TBS ‘뉴스공장’서 6년 만에 하차할 듯>)는 지적은 많은 레거시 미디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김어준 방송’이 문을 닫게 된들, 이는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라는 주장까지 하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가 대표적이다. 유창선 평론가는 12월8일 아주경제에 기고한 칼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남긴 것>에서 “김어준 방송은 멀쩡했던 TBS를 결국 고사의 위기로 몰아넣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야 이제 하차설이 나오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에서 김어준 방송이 문을 닫게 된들, 이는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이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TB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평가가 부정적인 것과 해당 방송사에 대해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재정 지원 중단의 주체가 국민의힘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재원을 빌미로 프로그램 진행자를 하차하게 만들고, 심지어 프로그램 중단까지 언급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반언론적이라는 얘기다. 


유창선 평론가는 ‘멀쩡했던 TBS를 김어준씨가 고사의 위기로 몰아 넣었다’고 비난했지만 김어준씨가 뉴스공장을 맡기 이전, 아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전의 TBS 방송을 제대로 듣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이른바 ‘남산’ 시절 TBS에 고정 출연한 적이 있었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을 때 당시 TBS는 ‘멀쩡한 방송’이 아니었다. 유창선 평론가가 시정 홍보방송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거라 믿는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김어준과 TBS’에 대해 필자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유창선 평론가가 “김어준 방송이 문을 닫게 된들, 이는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주장하는 대목에 이르러선 경악과 함께 참담함마저 느끼게 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성 언론과 전문가들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유 평론가는 만약 민주당이 지배한 서울시의회가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방송 진행자를 공격하며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해도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했을까. 진보든 보수든 방송 프로그램에 불만이 있다고 해당 방송사를 존폐 위기로까지 몰고 가는 건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그건 그냥 탄압일 뿐이다. 김어준과 ‘뉴스공장’에 불만이 있다고 정치권의 비정상적인 행동까지 옹호하는 ‘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다. 


레거시 미디어들과 적지 않은 학자·평론가들은 그동안 김어준과 ‘뉴스공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에 김어준과 ‘뉴스공장’ 제작진이 반성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지점도 분명히 있다. 그들의 비판에 동의하는 면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뉴스공장’은 20분기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김어준씨와 ‘뉴스공장’에 비판적인 이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뉴스공장’이 강성 민주당원 혹은 친문 지지자들의 방송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조차 지난 8월 ‘신동아’에 기고한 글에서 “김어준은 부정확한 사실과 무리한 해석 등으로 사실상 친문 지지자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선동에 충실했다. 그의 방송은 친문 세력 결집의 구심점이 됐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동의하긴 어렵지만 그런 비판이 존재한다면 그것도 김어준과 ‘뉴스공장’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다만 필자는 이런 식의 비판이 매우 불성실하고 게으른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친문 지지자들의 방송’이라는 진단과 ‘20분기 연속 청취율 1위’라는 수식어는 양립하기 어려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청취율 조사를 친문 강성지지자들만 대상으로 했단 얘긴가. 그건 아닐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언론과 학자들 그리고 평론가들이 뉴스공장을 단순히 편파적이라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어야 했다고 본다. ‘강성 민주당원과 친문 지지자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선동 방송’이라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왜 ‘뉴스공장’ 청취율이 다른 방송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를 분석해야 했다는 얘기다. 


수년 동안 김어준과 ‘뉴스공장’에게 제기된 비판을 많이 접했지만 이런 식의 비판은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교체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했음에도 ‘뉴스공장’ 청취율엔 변동이 없었다. 왜였을까. 상당수 언론과 일부 평론가들·학자들이 그동안 해왔던 지적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들이 전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란 얘긴데 왜 선거결과는 이렇게 나왔을까. 


오히려 뉴스공장이 청취율 1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비롯해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20분기 수도권 청취율 연속 1위’라는 결과가 왜 나왔는지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분석하고 진단해야 할 언론과 학자들이 김어준과 ‘뉴스공장’의 편파성만, 마치 고장난 축음기처럼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불성실하면서 게으른 아니 매우 나태한 비판이라고 지적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튼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진행자만 교체될지 아니면 아예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뀔지, 완전 폐지 수순으로 갈지 그것은 TBS가 결정할 문제지만 김어준씨가 TBS에서 진행했던 ‘뉴스공장’을 더 이상 청취자들은 접할 수 없게 된다. 이 모든 과정과 결정이 철저히 외부요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행됐지만 이를 특별히 문제삼는 언론과 전문가들은 소수다. 필자가 봤을 땐 그게 더 비정상으로 보인다.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주요 매체는 TBS와의 연대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TBS가 무너지는 것이 그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TBS가 ‘독자적으로’ 운영될 경우, 광고 수익이 TBS로 넘어갈까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 역시 라파엘 라시드 기자의 의견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이런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수년간 압도적인 청취율 1위를 기록했음에도 광고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 TBS가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이런 구조’에서 탈피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필자는 TBS의 재정 독립방안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TBS 구성원들과 민주당 서울시의원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극적인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안이함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구조 개선’ 작업에 소극적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스공장’이나 현재의 TBS를 불편해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되거나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재정 압박을 통해 방송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음에도 TBS 일부 구성원들은 ‘설마 그렇게 하겠어’라는 안이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안이함은 민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민주당의 경우 좀 더 정확히 말해 ‘김어준의 뉴스공장’ 청취율에 기대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영향력 확대에 무게중심을 뒀을 뿐, 정작 가장 중요한 TBS의 재원독립 방안은 등한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TBS 상황에 민주당 역시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건 방송통신위원회다. TBS 상업광고 허용문제와 관련해 가장 소극적이었던 곳이 방통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지상파 출신이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포진해 있었던 점 △라파엘 라시드 기자의 지적처럼 TBS가 독자적으로 운영될 경우, 광고 수익이 TBS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지상파의 반발 등을 방통위가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김어준에 대한 기성 언론의 부정적 평가가 맞물리면서 상당수 언론은 ‘뉴스공장 폐지’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상황 전달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TB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평가가 부정적인 것과 해당 방송사에 대해 특정 정치세력이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 기본적인 구분조차 하지 못한 채 각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TBS사태’에 침묵하고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 필자로선 안타까울 뿐이다. 


강준만 교수는 ‘신동아’ 기고글에서 “김어준 옹호자들이 매우 비겁하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렇게 노골적인 정치권의 언론탄압에 눈을 감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 당신들이 탄압받을 때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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