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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Feb 05. 2017

크루즈 여행기-멕시코 리비에라  

라디오코리아 <아침마당>이 청취자 200명과 함께 한 여행 이벤트

120명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모집한 최고 기록이 그 정도였고 인솔하기도 적당한 규모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미 20여년 가까이 해온 여행이고, 다녀올 만한 사람은 다 다녀온 코스라서 그 숫자도 벅차다 싶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고 <아침마당>이 선택한 전략은 선상에서의 보물 찾기였다.

광고주들의 전폭적인 협조로 4만 불 가까운 선물을 배에 실을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기특한 판단이다. 

덕분에 크루즈 선상에서 숨겨진 봉투를 찾아오면 한 장당 100불씩 주는 cash 찾기 행사도 할 수 있었으니까. 

총 207명 - 주최한 여행사에서도 창사이래 20년 만에 처음 기록한 숫자란다.

그것도 한달만에 예약이 끝났다. 행사장소 헌팅 관계로 배 안에서 미리 만났던 Princess Cruise사의 마케팅

담당자도 그 한달이라는 기간에 깜짝 놀란다. 미국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에도 그렇게 짧은 기간에 

그만한 인원이 모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예정에 없던 점심 대접까지 받았다.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 하나만 보고 신청해주신 분들 - 고마운 분들 모시고 다녀온 멕시코 여행기다.

Ruby Princess 발코니 방 내부

10년 전에도 같은 코스를 다녀왔는데 그때는 8만톤급 카니발이었다. 역시 발코니가 있는 방을 사용했는데

내부는 거의 비슷한 구조다. 그러나 당시 8만톤과 지금 프린세스의 12만톤은 신체 반응이 전혀 다르다.

항해 첫날, 폭풍으로 인해 12시간 출항이 지연될 정도로 날씨가 불순했는데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진중하다. 비용이 약간 더 들더라도 큰 배를 타고 볼 일이다. 차원이 다르다.

뿌에르또 바야르따의 선박장 풍경

이틀을 넘게 내려간 첫 기항지인 뿌에르또 바야르따. <The love Boat> 방영 덕분에 특히나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휴양지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함께 살기도 했던 곳.

버튼이 테일러의 생일을 맞아 이곳의 저택을 선물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리쳐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한 저택

일생을 살면서 모든걸 다 얻었던 여자.

사랑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믿었던 테일러는 8번의 이혼을 감당해야 했다.

사랑이 사라지면 결혼도 사라져야 했던 악순환을 굳이 감수해야 했던 이유가 뭘까?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아가며 그녀가 필생을 걸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쩜 그녀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반복을 거듭했던 건 순간일지라도 진실하고 싶었을지도.

이 골목길을 걸으며, 우리가 살던 곳에 놓고 온 시름과 걱정을 잠시라도 잊는 것처럼...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나라인 만큼 어디를 가도 랜드마크는 성당이다.

아무 사고없는 뜻깊은 여행이 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이루어진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라서 리무진 버스 5대가 움직여야 했고, 현지 가이드 12명이 따라붙었다.

무료할까봐 베사메무초를 불러주는 할아버지 가이드가 계신가 하면, 마자틀란이 왜 새우의 도시인지를 

보여준다며 일부러 시장에 들러 왕새우 두 마리를 들고 와서는 그 웅장함을 보여주는 친절남도 있었다.

(새우 두 마리로 얼굴이 가려지는 기적이라니 ㅋㅋ)

그리고 점심 식탁에 펼쳐진 메뉴는 2인용이라지만 3인용은 훨씬 더 되는 용량이었다.

새우 한 마리로 배불러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공룡이 물을 마신다는 모양의 암벽이다. 12명 정도가 탑승하는 소형보트를 타고 나갔는데 이거 찍다 바다에

빠질 뻔했다. 그런데도 다들 목숨 걸고 사진을 찍는다. 

군집 동물 처지에 무리를 떠나 하늘에 호소하는 듯한 처연함에 눈길이 갔다.

저 녀석을 보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환상>이 스쳐 지나가던 이유는 뭐였을까?

지도자이기를 원하지 않았던 지도자, 메시아이기를 원하지 않았던 메시아.

결국 누군가는 외롭다, 그 외로움이 우리를 구원하긴 하지만...

로스 카보스가 설레였던 건 이놈들 때문이다.

알래스카에서부터 헤엄쳐 내려왔다는.  지금이 고래철이기 때문이다.

사육되지 않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의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결국 꼬리만 비춰주는 치사함...

비루한 현실에 새우잠을 자도 고래꿈을 꾼다. 언젠가 정면으로 마주할 날이 있겠지.

카보 산 루카스에서도 유서깊은 레스토랑이지만 200여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방문한 적은 없다고 한다.

크루즈를 배경으로 스테이지를 만들어 놓고 한국손님들을 위해 직원들이 댄스를 선보인다.

이 무대에 200명이 모두 올라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맞춰 떼춤을 추는 걸로 마무리했다. 

설마 여기서 말춤을 추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비즈니스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친구들이다. ㅋㅋ

수영장 주변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밤이면 영화를 상영해준다.

제이슨 본이 나오길래 빈자리를 찾아 누웠는데 영화보다 밤하늘의 별이 더 아름답더라는...

안내서에 <Cinema under the star light-별빛 아래서의 영화>라는 타이틀이 참 유치하다 싶었는데

누워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원래 그런거다. 가장 아름다운건 가장 유치한 법이니까 - 사랑도, 여행도, 인생조차...

항해 마지막 날, 15층 수영장 주변에서 펼쳐진 풀댄스 파티 - 이러고 세시간을 노는걸 보면 체력들 장난아니다.

떠나오기 전에 필라테스 샘님과 약속했다. 여행 중에도 운동은 거르지 않겠다고.

운동복을 세벌이나 준비해 가서는 입지도 못하고 선상 Gym은 결국 마지막 날에야 올라가 구경만 했다.

10년 전 카니발 크루즈 때, 다음에 오면 꼭 뛰어보리라 결심했건만

바다를 향해 뛰는 이 장엄한 운동은 이제 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하는건가?

7박 8일 - 바람처럼 다녀온 기억.

샌 페드로항의 아침풍경이 한가로와 보이지만 저 불빛은 이미 새벽부터 누군가의 분주함으로 켜져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우리들의 일상도 그럴 것이다.

지치고 고단한 생활에서 지금같은 하늘색을 만났을 때, 오늘을 기억하게 될까?

함께 웃고, 춤추고, 먹고 마시며 시간이 여기서 멈춰주기를 소망하던 그 시간들을...


* 함께 해주셨던 분들 가운데 혹시라도 이곳을 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미쳐 드리지 못한 말씀 남겨놓습니다. 

  "부족한 사람들에게 보내주셨던 그 웃음과 박수, 그리고 수고많았다는 인사와 격려.

    왜 마지막 날,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은 또 다음 기회의 도전이 되겠지요.

    우리가 다시 지금처럼 만날 때까지, 부디 건안하시길.

    지렁이를 용으로 여겨주시는 배려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 아침마당 큰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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