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디투스 May 03. 2020

코로나보다 분열이 더 무섭다

코로나 19 사태로 보는 미국의 극단적 분열

'코로나 19는 백신이라도 기대한다지만 [분열]은 약도 없다.'


미국 재향군인병원에서 나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라는 코로나 치료제 후보군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보도하는 CNN과 Fox News의 논조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먼저 CNN이다.

출처 : CNN

CNN의 논조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보다는 

트럼프가 말하던 그 약이 효과가 없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이 기사에서는 재향군인병원의 발표 후에 Fox News와 트럼프는

그렇게 찬양(?)하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기사가 나간 4월 22일 Fox News에서는 The Ingraham Angle을 통해 반박하고 있다.

 

출처 : Fox News

왜 미디어는 이런 조잡한 연구결과에 천작하고 있느냐는 반박이다.

(재향군인병원의 연구결과는 대상환자의 수가 적고, 복용량에 대한 언급도 없어서 말이 많았다...)

여기서 언급한 미디어가 어디를 지칭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디어가 이렇게 싸우는 동안, 국민들만 헷갈린다. 먹어도 되는 건지, 먹으면 죽는다는 건지...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의 극단적인 분열을 다시 목도한다.

생업이 미디어 쪽이라, CNN도 보고 Fox News도 볼 수밖에 없는데

이게 같은 나라에서 방송되는 뉴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철저하게 배치된다.

그리고 국민도 덩달아 양 극단에 선다.


30년을 미국에 살면서 지켜본 미국은 이기적이고 개인적 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국가적인 재난이나 위기 앞에서는 하나가 되는 저력이 있었다

그게 미국의 위대함이었고 이 거대한 땅덩어리를 유지하는 배경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 19라는 세계적인 대재앙 앞에서의 미국은 

철저히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런 균열을 예전에는 당파의 정쟁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분명한 노선 표명을 요구하게 만들고 있다는 거다.

최근에 벌어지는 선거 결과 유형을 보면 그런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공화당이라고 다 우파는 아니고 민주당이라고 다 좌파는 아니다.

그 안에도 중도적인 입장의 의원들이 있는데 이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실제로 합리적인 중도라고 불리는 의원들은 유약하고 기회주의적이라는 오명 아래

선거 때마다 떨어져 나가고 있다. 물론 당의 지원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이 그런 상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선거 결과가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의원에 도전했다가 

민주당이 내세운 길 시스네로스 후보에게 밀린 영 김의 패배다.

미국에서 영 김의원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1990년에 친한파로 알려진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직출마, 정치, 기업, 사회봉사 분야에서 눈에 띄게 활약한 

여성 4명을 지목해 발표하는데 공직출마 분야에서 영 김이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된다.


이 선정은 영 김이 선거에 패배한 다음 해에 이뤄지는데 패배한 여성을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다룰 만큼 영 김의 역량은 공화당에서는 물론 미국 정계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런 영 김을 상대로 출마한 민주당 후보는 2010년에 2억 6,600만 달러 복권의 당첨자였다.

정치경험은 일천하고 복권 당첨 후 장학재단 등의 비영리 단체를 운영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민주당 간판을 걸고 나오는데 사실 이 사람도 2008년까지 공화당원이었다.

그러다가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는데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다. (찾을 필요를 못느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영 김의 정치적 스승인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1992년 이후 13번 연속 연방 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에드 로이스 지역구에서도 힐러리 표가 더 많이 나왔지만 

같은 해, 하원선거에서 15% 포인트 차이로 당선될 정도로 입지가 확고한 인물이다.

미국 의회 내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의장이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던 인물이다.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결의안 통과 10주년 행사에서는 

일본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기도 한 사람이다. 

그런 행보가 가능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그의 보좌관이었던 영 김이었다.

에드 로이스가 정계를 은퇴하면서 후계자로 지목한 인물이 영 김이었고 

그 지역구인 오렌지카운티는 한인 수십만이 모여사는 밀집지역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낙선하고 싶어도 낙선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나갈 때도

당연히 샴페인을 터트리고 환호가 터지겠거니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간다. 

개인적으로 낙선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영 김이 공화당의 후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유튜브에는 영 김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영상이 올라온다.

투표하지 말라는 이유라는게 뜬금없이 영 김이 트럼프와 같기 때문이고 트럼프의 꼭두각시라는 식의 매도다.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와 똑같다고 몰아가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다행히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6,300명 정도 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캘리포니아 39지구 유권자들의 선택은 민주당이었다.

30년 정치 역량을 가진 영 김이 복권에 당첨된 게 전부였던 일천한 경험의 상대방 후보에게 패배를 한다. 

왜 유권자들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어떤 분들은 영 김이 한인이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런 판단을 일부러 도출하는 게 아니냐고도 하실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영 김은 선거 내내 자신이 한인이니까, 여성이니까 

한인 여러분이, 여성 여러분이 자기를 찍어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한인 유권자들이 판단할 때 제가 일을 잘할 사람이라고 판단되시면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영 김에게 크레딧을 주는 이유다.

우리도 이제 한인이라고 찍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정계에 진출해서 한인을 위해 일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런 요구는 어렵게 정계에 진출한 한인 정치인들에게 족쇄가 되고 부담이 된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분명한 입장 표명이 안되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외면받는다고 분석한다. 

즉 극우거나 극좌가 아닌 소위 합리적인 중도로는 자기편을 끌어모을 수가 없다는 거다.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왜 트럼프가 저토록 이해가 안되는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해대는지 설명이 될거다. 

내 편만 잘 관리하고 그들이 제대로 투표만 하면 재선된다는 계산에서다

내 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고, 내 편이 하고 싶어하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거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그 전 대통령도 사실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의 분열은 트럼프가 시작한게 아니다. 트럼프는 그 분열을 이용했을 뿐이다.

 트럼프가 몇 년 만에 이런 분열을 조장할 수 있었다면 정말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일테니...)


알다시피 미국은 양당 제도다. 공화당과 민주당, 민주당과 공화당이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백악관의 주인도 되고, 상하원을 점령하기도 한다.

당연히 정파가 갈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이 배우지 못한 저소득층 백인 시골 노동자들의 표 덕분이라고

분석하곤 했지만 그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저소득층 백인 시골 노동자들의 표가 대통령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많다면 

미국의 인구당 GDP는 한국만도 못했을 거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리고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나의 판단은 옳은건가?

이런 분열이 당연한거고 그걸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생각이 오히려 잘못된 건 아닌지...

솔직히 너무 혼란스럽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예전에는 정당이 나서서, 정치인이 나서서 대중을 선동하고 자기편을 만드는데 몰두했다면

이제는 그 선동의 방향이 내 편이 되라는게 아니라 저 쪽은 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거다.

내 논리가 빈약하더라도 상대방의 논리를 따르는 것은 적의 입장에 동조하는 거라고 선동한다.


이번에 코로나 19에 전염됐다가 트럼프가 그렇게 찬양하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회복된 

민주당의 미시건주 캐런 휫셋 하원의원이 트럼트에게 감사를 전한 건 보도를 통해 다 아는 사실이다.

그 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 사람이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나 감사인사를 한걸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견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 캐런 의원은 창피한 처사라며 자신은 결코 침묵하지 않을 거라고 맞받아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적을 만나 감사를 전한다는 건 적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는 거다

이게 요즘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이다. 


정당도 양쪽 끝으로 갈리고

거기에 유권자들도 노선이 분명한 사람들만 뽑고

그러면 중간에 남아나는 정치인이 있을 수 없다.

재선을 원한다면 결국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선동한다고 대중이 현혹될 만큼 개 돼지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중의 입장표명이 정치인들보다 더 분명하다

정치인들이 선동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대중의 그런 입맛을 맞추느라 전전긍긍한다

게다가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2016년도에 나온 자료에서도 그 조짐은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출처 : Huffpost

제목 자체를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역대 최고라는 타이틀로 뽑았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서 갖는 자부심은 민주당이 더 높게 나온다.

그리고 각각 상대방 하는 걸 보면 불안하고 염려되는 걸 넘어 화가 난다는 거다.

이런 적개심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16년 조사만 해도 벌써 반이 넘는데

그 열 받아하는 비율은 점점 상승하는 중이다. 

저것들 하는 짓거리를 이해 못한다는 거다.


그리고 지금 Reopen 시기를 두고 그 대중들은 길거리로 나와 각자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쪽은 열어라, 저쪽은 안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신념이 아닌 정파와 이익에 따라 각자의 주장에 반응하게 될거다.


NBC와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차이는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셧다운과 관련된 질문에서 민주당원의 77%는 경제문제보다 코로나 19 확산을 더 우려한 반면,

공화당원의 48%는 경제적 피해를 더 우려했다.

이 통계가 맞다면 셧다운 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원일 확률이 높다는 거겠고

리오픈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화당원일 개연성이 크다고 하겠다.

예전에는 셧다운을 풀자, 풀면 안된다를 그저 개인의 의견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개인 의견으로 들리기보다는 집단의 소리로 듣게 된다.


미국에서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무당파라고 밝히는 사람들의 비율은 대략 40%대다

그렇다면 공화당원이나 민주당원보다 무당파의 비율이 더 높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공화당이던 민주당이던 어떤 노선을 선택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말 무당파가 40%일까? 여론조사 결과는 그것조차도 의심하게 한다.

실제로 학자들은 미국 내 진정한 무당파는 10% 정도일 거라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미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공화당 쪽과 민주당 쪽에서 어느 쪽이라고 생각할까? 

답은 민주당이다.


희한한 건 이런 민주당의 이념에 진저리를 치고 텍사스 같은 공화당 성향의 주로 이주한 사람들조차 

정작 텍사스에서 투표를 할 때는 민주당적인 입장의 표를 던진다고 한다. 

이런 성향에 대해 요즘 학자들 사이에서는 연구 거리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는 속지 않을려고 공부를 했다.

이 어수선한 시기에 모르면 당한다고 생각했다.

SNS의 발달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내가 모르면, 또는 잘못 알고 있으면 그 정보에 당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CNN도 보지만 FOX도 본다. 

그런데 CNN을 봐도 FOX를 봐도 공중파 방송을 본다는 생각보다는

돈 들여서 잘 만든 유튜브 방송을 보는 것 같다. 

유튜브 방송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다만 공중파 방송 같지 않다는 거다.


그래도 CNN만 보고 있으면 또는 FOX만 보고 있으면 확증편향의 오류-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오류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어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본다. 

이유는 한 가지다.  내가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불안이 다시 공부하게 한다

이렇게 올리는 글도 틀린 정보가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I would never die for my beliefs because I might be wrong - Bertrand Russell

나는 내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을 것이기에...  


영상으로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https://youtu.be/wuW4jg6iXnQ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부부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