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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May 18. 2020

아시안을 위한 지침은 없다

캘리포니아 식당 Reopen Guideline

캘리포니아는 2020년 5월 17일 현재 2단계 해제 상황이다.

4단계로 나누어 이동 제한령을 완화한다고 하는데

1단계가 Essential Business(필수적 비즈니스)만 허용하는 수준이었다면

2단계는 꽃집과 의류점, 가구점, 스포츠 용품점, 서점 등 

감염 저위험군에 속하는 비즈니스들의 영업이 허용된다.

매장 안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고 픽업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3단계가 되면 네일숍, 미용실, 이발소, 식당 등의 Dine In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손톱을 손질하는 네일숍이나 미용실은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의 직접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감염 고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네일숍은 캘리포니아의 전염을 촉발시킨 공간으로 지목되어 더욱 그렇다.


캘리포니아는 미 전국에서 가장 먼저 격리령을 시행했으면서도 가장 천천히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놓고 또 사람들은 말한다.

공화당이 주지사인 주들은 최대한 빨리 경제 재개를 시작하겠지만

민주당 주는 어떡하든 그 시기를 늦출 거라고...

이유는 짐작하는 그대로다. 11월에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음모론이기만을 바란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뭐든 한다지만 이건 그럴 대상이 아닐 테니...)


3단계 해제를 눈앞에 두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 식당 Reopen 지침이고

식당 주인들은 그 지침 하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글을 올리는 오늘 아침, 샌프란시스코 Chronicle이라는 매체는 단독 보도를 싣는데

샌프란시스코 인근 216명의 레스토랑 주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 결과 기사다.

제목에서 벌써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식당 못해 먹을 지경이다.

조사 대상자 식당 주인의 47%가 격리령 기간 동안 종업원 모두를 일시 해고해야 했으며,

73%의 식당이 Takeout과 Delivery로 버텼지만 그중 60%가 손실만 쌓였다는 결과다.

전년 대비 매상이 50% 이하로 곤두박질친 가게가 62%에 달하고

다시 영업재개가 된다고 해도 그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가게 문을 열지 못할 거라는 비율도 20%다.

9%는 아예 식당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실업률과 경제 침체를 막고자 수많은 구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공화당은 규모가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입장에서 각자의 방향을 고수하는 탓에

중간에서 부대끼는 건 부자도 아니고, 가난한 자도 아닌 중산층 자영업자들이다.

(중산층이라고 표현하지만 현실은 노동한 만큼 겨우 먹고사는 수준이다.)


종업원들 급료를 제공하는 조건이라면 탕감해 준다는 소위 PPP (Paycheck Protection Program)라는 

구제방안도 나와 있지만 실업수당을 받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분위기 때문에

불러도 종업원들은 오지 않고, 급료를 줄 대상이 없다 보니 이렇게 받은 돈은 결국 빚이 될 공산이 크다.

(연방정부가 한시적으로 일주일에 600달러를 얹어주다 보니 실제 급료보다 실업수당 금액이 더 높다.)


겨우겨우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곳이 LA 한인사회고 

그중에서도 식당은 많은 한인들이 종사하는 분야다.


코로나 19로 Takeout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한인 요식업계는 Dine In이 가능한 시기가 어서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이제껏 나온 캘리포니아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그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는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외식 전문매체인 Eater.com 이 소개하고 있는 기사다.

정리하면, 

> 식당은 1회용 메뉴나 디지털 메뉴를 제공해야 하고

> 냅킨이나 식기도구, 접시 세팅 같은걸 미리 해놓는 건 허용되지 않으며

> 테이블 위에 소금, 후추, 케첩 같은 것도 놓아서는 안되고 손님이 요청하면 갖다 주되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 천으로 만들어진 테이블보나 냅킨은 매 손님이 사용하고 나서 백에 묶어 치워야 한다. 

그리고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

>  테이블 주변의 음식 준비나 시연은 금지되며 컨베이어 벨트나 카트를 이용한 서비스도 안된다는 건데 

    딤섬집이나 회전초밥집은 직격탄을 맞는 항목이다.

>  밥 먹고 나갈 때 캔디나 이쑤시개 같은 것들은 모두 치워진다.


북가주의 머큐리 뉴스는 10 ways california restaurants will be different when they reopen이라는 

제목으로 5월 14일 자 기사에서 준수해야 될 지침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기사를 보면,

> 음식은 반드시 주방에서 다 만들어져서 나와야 한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서의 추가 조리는 금지된다는 거다. 

   이 기사에서는 음식 옵션을 보여주는 카트 등에 대해 특별히 적시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모든 음식이 주방에서 완성돼서 나와야 하고 테이블애서 요리가 추가로 이뤄지는 것은 

위생상의 문제로 금지된다면  테이블에서 고기 구워 먹는 것도 어렵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수많은 미국 손님들이 한인타운을 방문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무제한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점과

시끌벅적한 파티 분위기에 매료되는 맛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치명적인 손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건 샤부샤부도 마찬가지고 Hot Pot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아시안 음식문화가 이 가이드라인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며칠 전 일본의 한 방송사가 코로나 19 관련 모의실험을 식당을 대상으로 진행한 게 이슈가 됐다.

미국에서도 CNN을 비롯한 모든 매체가 경쟁적으로 이 영상을 보도하는데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너무 의도적인 장치라는 논란도 컸다.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이 모의실험 결과대로라면

앞으로는 밥 먹으면서 대화도 하지 말고 밥만 먹고 나가라고 할런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수많은 피해와 변화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건 격리감이다.

이건 육체적인 고립만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 생활이 많이 드라이해졌다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은 이런 드라이한 일상의 일반화일 수 있을 것이다.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면서 

상대방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던 예전이 

참 그---립--다...



영상으로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https://youtu.be/OJShHJQ44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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