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2009년 3월 7일엔 BusNavi라는, 버스 내비게이션을 기본 기능으로 친구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윈도우 모바일용(옴니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서비스는, 구글맵을 이용하여 모바일 지도 화면을 지원했으며 (당시엔 네이버 모바일 지도는 나오지도 않았고, 다음에서도 모바일 지도가 이제 막 베타 서비스에 들어갔던 시점), 웹서비스와 앱 서비스를 모두 지원하는 멀티플랫폼 서비스였다. 디자이너가 없었기에, 웹은 무료 템플릿을 이용했었고, 모바일은 그리드로 도배가 되어있었어 엄청나게 허접한 UI였다. 암튼 그런 장단점을 갖고 4일 동안 잽싸게 개발됐던 그 작품은, 수상 목록에 들지 못하고 우리의 메일함으로 다시 돌아왔다.
만들어놓은 서비스가 아깝다는 생각에 나름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윈도우 모바일 앱스토어(게시판이었지만, 편의상 스토어라고 칭하겠음)였던 투데이스피피시에 올렸고, 첫날에 주간 인기 소프트웨어 10위, 둘째 날 6위, 셋째 날 2위에 올랐고, 한 1주일 후쯤엔 주간 인기 소프트웨어 1위에 올랐었다. 2위에 올랐을 때 다운로드 건수가 고작 335회였으니, 지금의 앱스토어를 상상하면 안 된다. 그래도 아래 캡처 화면을 통해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우리는 무려 Evernote를 이기고 있었다. 무려 Evernote를!!!! 1위에 올랐을 때까지 내 기억으로는 통합 2~3천 건 정도의 다운로드였지만, 쪽지나 메일이 꽤나 많아 대응하기 귀찮고, 더 이상 시간을 투자하기도 싫어서, 몇 주 지나지 않아 스토어에서 내렸다. 그 전 공모전을 통해, 글로벌 통신사에서 제의 인턴과정 후 벤처회사 설립 지원도 거절했던 판국에, 입상도 못 했던 앱을 유지보수하는데 시간을 쓴다는 게 용납이 안 됐다. 어찌 됐던, 신나게 함께 서비스를 만들던 친구와 난 졸업논문을 위해 Hadoop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모바일과 잠시 이별했다. 5년 전, Hadoop 영문판 책도 국내에서 잘 안 보이던 시점에 모바일을 거쳐 Hadoop을 공부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Trend-setter인가. 하지만 좋은 결과는 없었다. 하 하 하.
그 이후 그 친구와 난 각자의 길을 갔다. 나는 금융 IT업무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스타트업까지 흘러 오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제대로 발을 담게 만든 계기는 다름 아닌 STEP Journal. 당시엔 버려진 Prototype과 지금과는 80%쯤 다른 아이디어만 있던 STEP Journal 이었지만, 사람과 행동, 그리고 데이터, 그냥 내가 딱 좋아하는 서비스였다. 오늘(2014년 3월 7일)은 STEP Journal이 Sparklabs Demoday를 통해 Beta서비스를 출시하고 딱 1년이 지난날이다. 지난 일 년 동안 STEP Journal은 폭발적인 다운로드를 기록하지도 못 했고, $1의 수익을 챙기지도 못 했고, 무시도 나름 많이 받았다. 2013년에는 한 사람의 일상을 담기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느라 그 무시에 대응해주지 못 했지만, 2014년엔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트렌드가 우리를 말하기 때문이다. CES, MWC를 지켜본 사람들은 STEP Journal의 입지가 작년과 얼마나 다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더 큰 이유는 나를 스티브 잡스 마냥 아이디어와 산출물을 쭉쭉 뽑게 만드는, 스티브 위즈니악 같은는 개발 파트너가 5년 만에 나와 다시 함께한다. 5년 전, 인턴제의를 거절하고 나서, 내가 그 친구에게 했던 말은, ”이런 아이디어는 열댓 개도 더 뽑아낼 수 있어. 일단 졸업 잘 하고, 대기업이나 가자.”였다. 그 열댓 개 인제 쭉쭉 뽑아낼 거다.
몰스킨 다이어리가 최고의 종이로 만든 것도 아니고, 금박으로 싸여있는 것도 아니다. 근데 비싼 돈에 팔리며, 엄청난 사랑까지 받는다. 나는 그 이유가 그냥 쓰기 좋은 다이어리 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STEP Journal은 그런 편한 Journal이다. 추천 성공률이 남들보다 1% 더 낮을 수도 있고, 업로드 속도가 1ms 더 느릴지는 몰라도, 그냥 쓰고 싶고, 저장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나중엔 남들과 나눠볼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 거다.
내가 이 글을 써 놓는 건 2015년 3월 7일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기 위해서다.
- 2014년 03월 06일 03시 39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