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섯손가락 Jun 05. 2024

2024, 네 살

나리의 부활

2024, 네 살이다. 

첫해에 나리를 심을 땐 한 포기였다. 

봉오리가 맺혔을 때 심었고 

개화한 꽃을 일주일밖에 못 보고 말아서 아쉬웠다. 

이듬해에 다시 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꽃대 하나에 여섯 송이가 피어올랐다. 

기약없이 떠난 벗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반갑다. 

나리의 부활이다.  

    

세 살이 된 작년엔 두 배로 성장했다. 

줄기를 하나 더 늘리고 꽃송이도 풍성해졌다. 

뿌리가 하나 더 번식하여 두 줄기로 섰다. 

하나에 일곱, 여덟 송이씩 달고서. 

합치면 열다섯이다. 

한 해 전, 여섯에서 두 배 이상으로 피어올랐다.   

   

네 살이 되는 올해는 

곱으로 증식하여 네 포기다. 

줄기마다 둘, 셋, 넷으로 모두 열두 송이. 

사이사이로 작은 새끼 줄기도 달고 왔다. 

내년에는 더 많은 나리꽃을 만날 것이라는 예언. 

해마다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땅속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도

부지런히 몸을 살찌우고 열심히 증식하여

다음 해 봄에는 

더 많은 새 식구를 거느리고 

다시 피어난다.     

 

밤과 낮, 사계절이 바퀴를 구르며 돌고 돌 듯이

나리도 삼백예순 날

땅속에서 쉬지 않고 뿌리를 뻗으며 영토 확장 중이다. 

마치, 우아한 자태 아래 바지런한 백조의 발사위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