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의 부활
2024, 네 살이다.
첫해에 나리를 심을 땐 한 포기였다.
봉오리가 맺혔을 때 심었고
개화한 꽃을 일주일밖에 못 보고 말아서 아쉬웠다.
이듬해에 다시 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꽃대 하나에 여섯 송이가 피어올랐다.
기약없이 떠난 벗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반갑다.
나리의 부활이다.
세 살이 된 작년엔 두 배로 성장했다.
줄기를 하나 더 늘리고 꽃송이도 풍성해졌다.
뿌리가 하나 더 번식하여 두 줄기로 섰다.
하나에 일곱, 여덟 송이씩 달고서.
합치면 열다섯이다.
한 해 전, 여섯에서 두 배 이상으로 피어올랐다.
네 살이 되는 올해는
곱으로 증식하여 네 포기다.
줄기마다 둘, 셋, 넷으로 모두 열두 송이.
사이사이로 작은 새끼 줄기도 달고 왔다.
내년에는 더 많은 나리꽃을 만날 것이라는 예언.
해마다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땅속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도
부지런히 몸을 살찌우고 열심히 증식하여
다음 해 봄에는
더 많은 새 식구를 거느리고
다시 피어난다.
밤과 낮, 사계절이 바퀴를 구르며 돌고 돌 듯이
나리도 삼백예순 날
땅속에서 쉬지 않고 뿌리를 뻗으며 영토 확장 중이다.
마치, 우아한 자태 아래 바지런한 백조의 발사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