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 편백향 삼나무향 깻잎향
양념 깻잎
양념장을 만든다. 집에서 메주를 띄워서 만든 집간장 세 큰술, 양조간장 세 큰술, 깐마늘 일곱 개, 고춧가루 오 큰술, 청양고추 작은 것 하나, 당근 오십 그램, 오미자청 다섯 큰 술,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큰술을 준비했다. 먼저, 간장 둘에 청양고추와 마늘은 곱게 다져 넣었다. 아삭한 식감을 위해 당근도 채썰고 다졌다. 고춧가루와 오미자청, 참기름을 섞으면 양념장은 완성이다.
깻잎은 어제 산속에서 따 왔다. 해발 고도 오백 미터 고지에서 솔바람 솔솔 부는 골짝에서 자랐으니 깻잎향에 솔향도 몇 점 더해졌겠지. 편백나무, 삼나무, 밤나무까지 어우러진 숲속에서 나고 자랐으니 골골이 흐르는 나무향은 죄다 품었겠지 싶어 더없이 청량하고 신선해 보인다. 풀냄새 진동하는 벌초 후에 똑, 똑 백여 장을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가지 끝에 매달린 향도 같이 데려왔다. 지난밤에 자기 전, 흐르는 물에 씻어 두었더니 물기도 빠졌다. 화려한 양념으로 치장해 달라고 접시에 곱게 누워 있다.
엄마는 당근 대신 알밤을 사용했었다. 햇밤을 구해서 얇게 저민 후 가늘게 채썰어서 더했다. 오독오독 연하게 씹히는 가을 햇밤으로...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깻잎향에 식감까지 더해져 풍미를 살린다. 올해는 철이 늦다. 잔바람에도 떨어지는 어린 밤송이가 전부다. 아쉬움을 달래며 대신한 당근도 나쁘지 않다. 땅속 기운으로 아삭거리는 식감은 선선한 초가을 계절 바람과 양념장으로는 당근도 그만이다.
벌겋게 치장하고 한 장, 한 장 입안에서 화려한 축제를 벌인다. 까탈스런 아들 입가에도 방실방실 미소가 스르르 피어난다. 천 년의 뿌리와 숲속 갈바람을 품은 양념 깻잎 반찬은 조손이 나누는 계절 인사다. 가을이다. 이젠 풍성한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아들 입맛도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