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 출국
12월 11일 수요일 (한국) -> 12월 11일 수요일 (미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기획평가원-한국경제신문 주관 빅데이터 전략 마에스트로 과정의 일환으로 기회를 얻어 5박 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주 목적지는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관련 IT 기업이나 자연스럽게 인근 관광지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전액 지원이라 모든 게 감사할 따름. 그럼에도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큰 업체는 배제되어 아쉬워하는... 욕심이 이렇게 끝이 없다.
영어를 못해서도 있지만, 이상하게 유럽과 달리 미국은 단 한 번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역사가 짧고, 그만큼 내가 아는 게 없기 때문이 크다.
저녁 비행기라 집 앞에서 오후 4시 리무진을 타고 인천에 도착. 미리 신청해놓은 환전을 해서 집결.
아시아나 비행기. 덤으로 마일리지까지 얻었다.
아직 방학이 시작안한 것으로 아는데, 평일 저녁임에도 인천공항은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서울에서 8, 대전에서 8, 인솔자 2명. 총 18명 그룹 이동. 같은 반이었던 B반 동생들과 동행.
일본만 주구장창 가다가, 작년에 중국 심천, 올해는 비행기를 못타는가 했는데 운좋게 미국. 방문해본 나라가 4곳으로 늘었다. 동해만 건너다 태평양을 건너보다니.
서울은 빛 공해수준으로 밝고 사람이 많다. 여의도가 보여서 빨리 찍었다. 좌석은 너무 좁아 불편. 다행히 등받이와 슬리퍼는 제공해주었다. 장기간 비행을 감안하지 않고, 가운데 자리에 앉았는데 옆사람한테 미안해서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다행히 장이 잘 버텨줬다.
비행기가 안정궤도에 접어들자마자 기내식을 줬다. 출발이 활주로 혼잡으로 조금 지연됐으니 한 밤 9시쯤 먹은 듯. 메뉴는 닭고기 파스타와 쌈밥 택일이었는데, 파스타를 처음에 시켰으나 승무원이 다시 가져와야한다고 하여 미안하여 그냥 쌈밥을 먹었는데 다행히 더 나았다. 점심에 명륜진사갈비를 먹고 또 고기.
가져간 책을 보다가 눈이 너무 아파서 폰에 넣어간 귀화 형님 주연드라마 '달리는조사관'을 보다가 또 눈이 아파서 조금 눈 붙였다가 도저히 좁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자다깨다 반복하며 버텼다. 다음에는 절대 비즈니스석 이상 타는 게 아니면 미국에 가지 않겠다 다짐하는 순간이다.
창문을 닫고 있어 언제 날이 바뀐 건지 모르겠으나 또 아침을 줬다. 유산슬의 인기는 기내식까지 퍼지는 것인가. 유산슬밥과 새우계란볶음밥 중 고민하다가 유산슬을 택했는데, 내리 세 번 고기 먹은 것은 실수였다. 전반적으로 맛이 없다. 그냥 편의점 도시락처럼만 만들지.
중간에 두 번 일어나 운동을 좀 했고, 약 10시간 가까운 비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 내려서도 감흥이 없는 희한한 상황. 입국심사가 엄격하여 혹시나 문제될까 우려했는데 의외로 빨리 끝났다.
밖에서 지문인식하니 내 정보표에 엑스자가 쳐져있어 엄청 걱정했는데, 다 그런거였다. 왜 왔냐고, 얼마나 있냐만 묻고 끝. 그리고 바로 나갔다. 몸 수색이나 촬영 같은 걸 할 줄 알았는데 바로 나왔다.
캘리포니아주 샌 프란스시코.
남자는 san, 여자는 santa. 聖 프란시스코. 스페인. 라틴계. 이름에서 어렴풋이 역사를 알 수 있다.
북가주, 남가주가 캘리포니아를 음차한 것이란 걸 바보같이 오늘 알았다. 캘리포니아 = 가주(加州)
나머지 인원들 나올 때까지 대기시간이 있어 둘러본 스타벅스 커피는 오히려 미국이 더 저렴하게 느껴진다. 페퍼민트 모카를 먹어보고 싶었으나 돈도 아깝고 배 아플까봐 패스.
가이드 분은 기사님과 2인 1조. 특이한 버스를 기대했으나 화장실이 딸린 56인승 관광버스. 미국은 10시간 넘으면 운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자리가 여유롭게 남아 편하게 일정을 보낼 듯하다.
시차 적응이라는 게 이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장기간 비행으로 너무 피곤하여 앉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일부러 구경하려고 앞유리가 보이는 두번째 줄에 앉았는데 가이드 분이 말씀하시는데 졸았다.
예보로 알고는 있었지만 비가 부슬부슬 오고, 안개가 심했다. 원래 이게 일상적인 날씨라고 하니. 조금 아쉽긴 했으나 첫번째 목적지는 트윈 픽스 또는 트윈 피크스(Twin Peaks). 샌프란시스코 유명 관광지고 전망을 보는 곳이라 했으나 날씨 때문에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역시나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흰 벽을 보고 왔다. 여기가 제주도인지 북악스카이웨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도로가 넓었는데도 차가 막혔다. 명절 수준은 아니었지만 정체가 반복되어 구경하고 버티려다 결국 졸았다. 영화에서만 보던 스쿨버스를 보니 반가웠다.
누구를 위한 배려인지 모르겠으나 일정 저녁은 계속 한정식이 되있었고, 국내 사례로 봤을 때 가이드와 계약관계일 수도 있고. 계속 고기를 먹었는데 또 불고기. 뭔가 심심하고 잡채는 그냥 당면에 간장만 비빈 것 같은 느낌이 강했으나 기내식 보다는 나아서 저녁을 먹었다. 장사가 잘 될 거 같지는 않았다.
10분 대기 시간을 줘서 옆에 있는 마트로 서둘러가봤다. 지갑이 가방 안에 있어서 구경만.
전반적으로 식료품은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한 느낌. 기본 급여가 높을 터이니 저렴한 게 맞네. 야채, 과일이 쌌다. 옛날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미국 가서 오렌지가 너무 싸서 물 대신 그것만 드시고 왔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복권을 자판기로 판매하는 것이 가장 신선했다.
힐튼이 인수했다는 더블트리 호텔. 큰 기대 안했는데 예전 심천 갔을 때만큼 괜찮은 숙소.
욕실에 하수구가 욕조에 밖에 없어서 샤워하는데 물이 다 튀어서 큰일날뻔. 나올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나라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