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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Nov 01. 2022

검은 리본을 달아라 말아라 하지는 마시길..

토요일 밤.

특별히 관심을 갖고 보는 TV프로그램이 없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렸다.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시, 사고를 알리는 커다란 자막이 떴다가 사라졌다. 이어지는 소식이 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음날 새벽미사 드리고 꽃꽂이 레슨을 가야하니까 너무 늦게 자지는 말아야지..

TV를 끄려는데, 쏟아지는 충격적인 뉴스영상에 멈칫했다.

내가 아는 아이들이 있을까봐 두려웠다.


2명의 사망자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하고 잠을 잤다.

4시간 반 정도를 자고 일어나 사망인원을 확인하고는 너무 놀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미사시간에 드리는 기도 뿐이었다.


이번 주 수업을 위해 준비된 생화를 다음 주에 사용할 수는 없다. 레슨을 받았다.

꽃은 너무 예뻤고, 그동안 내가 많이 어려워했던 점이 개선돼서 좋았다.

레슨 끝나고, 전날이 스승님 생일이어서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함께 먹었다.

가을 햇볕을 받으며 야외에서 먹는 파스타는 맛있었고,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종일 문득문득 행복해서 웃었고, 문득문득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지인의 사망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는게 얼마나 절망스러운 경험인지..

한창 나이의 생때같은 자식을 앞세운 부모를 대면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경험인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동기의 장례를 치르면서 느꼈다.

20년이 지난 오늘도,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그때의 감정까지 더해져서 눈물이 난다.


그러나

20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배웠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밥을 먹고, 소중한 삶을 가꾸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한 생명의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누군가의 죽음의 앞에서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 지..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을 끔찍한 뉴스영상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상들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더는 보지 않으려 애쓴다.

지금은 특정 장소를 언급하는 것조차 너무 자극적인 것 같아서 조심한다.

꽃꽂이레슨 받으면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곤 했는데, 이번 주에는 그러지 않았다.

죽은 이들에 관한 이런저런 소식들을 가십거리처럼 소비하지 않으려 입을 다물고 글을 쓴다.


그리고,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석양을 바라본 어린왕자의 슬픔을..

많은 이들의 슬픔을..

감히 헤아려 본다.


이게 내 추모의 방식이다.

누군가 나에게 검은 리본을 달아라 말아라 한다면 나는 그것 때문에 더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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