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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화 Jul 19. 2022

타고난 이야기꾼, 출판사 대표가 되다

[엄마이자 창작자로 살아간다는 것②] 맹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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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orogio/41




엄마 창작자 인터뷰의 두 번째 주인공은 맹현 작가다. 맹현 작가는 출판사 핌의 대표로, 공동육아에서 만난 엄마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동화 에세이 <어쩌면 너의 이야기>를 첫 번째 책으로 엮어 내놓았다. 마음의 우물에서 이야기를 길어올린다는 그녀의 동화 에세이 워크숍을 통해, 송선미 배우를 포함한 6인의 여성 작가 그룹 D,D는 늦깎이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본인 역시 30대 후반에 작가로 데뷔한 맹현 작가는 말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계속 쓰는 것이 나의 비전이라고. 이야기에 대한 열정과 뚝심으로, 엄마이자 창작자로서 하루하루를 불태우며 보내고 있는 맹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계속 쓰는   비전”   

맹현 작가.

: 문학과 영화를 공부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영화를 알면 논술이 보인다>의 공동 저자다. 도덕토론드라마 <어쩌지, 어떡하지>, KBS2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파파독2> 등의 각본을 썼다. <동화에세이 쓰기> 등 창작 워크숍을 진행하며 신인 작가를 발굴 양성 중이다. 출판사 핌의 대표로, <어쩌면 너의 이야기>, <천공의 섬 아저씨>를 내놓았다.



맹현 작가님은 오랫동안 글을 써오셨다고요.


저는 원래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문예창작과를 들어가서 계속 시를 썼어요. 문창과를 나왔으니, 동기들이 다 문우잖아요. 어느 날 문우 하나가 저한테 “너는 비전이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같은 고민이 있으니까 물어봤겠죠. 졸업하고도 꾸준히 스터디를 했던 모임이 있는데, 지금은 다들 시인, 평론가, 드라마 작가, 극작가로 살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명함 없는 습작생들이었고, 신춘문예에 작품 내고 떨어지고 하던 시절이죠. 그때도 신춘문예 떨어져서 마음이 쓰라린데 너는 비전이 뭐냐는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비전? 나는 내가 계속 글을 쓰면서 살고 있을 거라는 게 내 비전이야. 내가 등단을 했다, 책을 냈다, 이런 게 아니라.” 그때가 서른두 살이었어요.


그렇게 10년 동안 시를 쓰다가 포기했죠. 나는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배우기도 열심히 배우고 쓰기도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안 되니까 내 길이 아니구나 한 거죠. 시를 포기하기로 한 날,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러 나갔는데 개찰구에 거울이 있잖아요. 그 거울을 딱 보는데 내가 할머니처럼 늙어 있더라고요. 10년을 붙들고 있다가 꿈을 놓아버린 나를 보는데 할머니가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살아야 하잖아요. 글 쓰는 건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할까.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토리 창작을 해왔어요. 내 꿈을 찾기 전부터 글을 쓰다가 이 방향으로 왔는데 시인의 꿈은 접었고, 그럼 앞으로 어떤 글을 써볼까. 저는 서사 장르의 글을 다 써봤어요. 소설, 우화, 시나리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희곡 안 써본 게 없어요. 그중 어떤 것은 세상에 나온 것도 있고 묻혀 있는 것도 많지만, 안 써본 서사 장르는 하나도 없어요. 그렇게 글을 쓰다가 30대 후반에 데뷔를 했어요. 훅 꺼질 때도 있었지만, 글쓰기를 계속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토록 원했던 ‘시인’으로서의 명함을 갖지 못했지만, 다른 형식으로 글쓰기를 이어가는 열정이 대단하세요.  


메인타이틀이 없었던 때를 ‘명함이 없던 시절’이라고 말하는 거고, 그 사이에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을 했죠. 저는 사실 영화하고 문학만 붙들고 산 사람이에요. 돈은 논술 강사를 해서 벌었어요. 논술을 하려면 체계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스키마가 있는 상태에서 의견을 제대로 개진할 수 있는 인간을 키워보자 하는 학원이 송파에 생겼는데, 그 팀에 들어간 거예요. 그분들과 논술과 영화를 접목한 책 <영화를 알면 논술이 보인다>를 출간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절판됐지만요.


그때는 글 쓰는 게 다 좋아서 영화 평론을 해볼까 하고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어요. ‘미쟝센단편영화제’라고 영화감독들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단편 영화제가 있어요. 거기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고요. 그때는 영화제 일로 프랑스도 다니고 그랬죠.  


작가님은 서사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공상에 빠지곤 했어요. 뭔가를 보고 나면 저만의 스토리가 나오는 거예요. 최초로 썼던 작품이 뭐냐면, 왜 전래동화에 보면 나그네가 길 가다가 밤이 돼서 불 켜진 집에 갔더니 여자가 있고 이런 내용 있잖아요. 그걸 보면 나만의 얘기가 떠오르는 거예요. 제가 만든 첫 번째 작품은 나그네가 갔더니 여자가 떡도 주고 술도 주고 해서 먹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게 똥으로 만든 떡이었고, 오줌으로 만든 술이었다 이런 얘기예요. 그런 거 써서 엄마한테 보여줘서 혼나고.(웃음) 항상 머릿속에서 어떤 이야기에 빠져요. 운전하다가도 혼자 대사 치고 그래요.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여기저기 보내고 컨택 하다 보면 그중에서 몇몇은 세상에 나오더라고요.


참 재주가 많으신 것 같아요. 지금 하고 계신 일들도 다양하잖아요.


저는 지금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작가로서, 출판사 사장으로서, 예술 강사로서 일하고 있어요. 여러 정체성이 하나의 결과물로 합쳐 나오기도 하는데요, 제가 운영하는 출판사 핌에서 낸 첫 책 <어쩌면 너의 이야기>도 그렇게 나왔어요. 저는 예술 강사로서 동화 에세이 쓰기 워크숍을 오랫동안 진행해왔어요. 그러다가 저와 함께 공동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워크숍을 해달라는 말이 나온 거예요. 저는 재미있겠다 싶으면 뒷생각 없이 시작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엄마들이랑 동화 에세이 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워크숍 초반의 40퍼센트는 내면을 보면서 글쓰기 소재를 찾는 작업이에요. 원래 제 워크숍은 12차시로 끝나는 수업인지라, 4차시에서 길면 6차시에서 내면 탐색이 끝나거든요. 근데 이 팀에서는 내면 탐색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린 거예요. 같이 애를 키우는 사이라 친하다보니 온갖 게 다 나오는 거죠.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쓰니까 글이 좋더라고요. 이분들이 글을 써본 건 처음이라지만 콘텐츠 자체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걸 책으로 내야겠다 싶었어요.


의미 있는 콘텐츠를 계속 출판하고 싶은데 떠돌이처럼 이 출판사, 저 출판사 다니면서 출간해달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내가 차리지 뭐, 이렇게 된 거예요. 이왕 출판사를 차렸으니 운영은 제대로 해야 하니까 이것도 열심히 하자, 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네요.


<어쩌면 너의 이야기>는 6인의 여성 작가 그룹 D,D가 쓴 동화 에세이다. 오른쪽부터 권현실, 조은경, 송선미, 구본순, 송현정, 오달빛


저도 <어쩌면 너의 이야기>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송선미 배우님을 포함해, 저자 분들이 처음 글을 썼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좋더라고요.


 저한테 오면 다 이 정도로 쓸 수 있어요. 하나님이 저한테는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신 것 같아요. 여기에 10년 넘게 해온 인문학 공부가 합쳐져서 사람의 심리를 끌어내는 능력이 생긴 거죠. <어쩌면 너의 이야기>의 저자 중 한 분인 권현실 작가님이 10년차 심리상담가인데, 이분이 제 워크숍을 들으면서 저더러 경력 많고 노련한 심리상담가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만의 역량인 거죠. 이건 겸손하지 않게 말할 수 있어요.


저도 그 워크숍 꼭 들어보고 싶네요! 출판사 핌에서는 이후로 두 번째 책 <천공의 섬 아저씨>를 냈고, 올해 두 권을 더 출간할 예정이잖아요. 저는 첫 책 내고 다음 책 내기까지가 힘들던데, 출판사 핌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책을 연달아 내시는지 궁금해요.


그냥 하는 거예요, 그냥. 글도 그냥 계속 쓰는 거예요. 글을 쓰고 있으면 저는 경단(경력단절)이 아닌 거예요, 제 생각에는. 발표를 하든 안 하든, 제 작업을 항상 해오고 있었으니까요.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글을 쓰고 계시나요?  


그런 상황은 너무 좋죠. 제가 쓰고 싶은 걸 쓰면 되니까!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템에 따라 맞는 옷을 입혀주면 되잖아요. 이 아이템은 희곡이 맞겠네, 이 아이템은 영화 시나리오가 맞겠네, 요 아이템은 동화가 맞겠네, 해서 쓰다 보면 뭔가를 해볼 만한 콘텐츠가 계속 생겨요.


(계속)


맹현 작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fym


[돌봄과 함께 하는 창작 생활 분투기] 보러 가기

https://brunch.co.kr/@orogio/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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