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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Imin Dec 19. 2019

언어별 온도

이 정도면 대놓고 자랑해도 되는 수준 아닐까?

난 언어별로 드라마를 가려 보는 편이다. 이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유별나다", "가리는 것도 많다"라며 핀잔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언어별로 받는 느낌이 너무 다르지 않아?"라고 말하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말해준다. 영어는 <가십걸>, 한국어는 <눈이 부시게>로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를 말한 블레어처럼 난 시크함이 묻어 있는 외회가 좋고, 머릿속에 박힌다고 말한다. 그리고  <눈이 부시게>에서는 김혜자 선생님의 마지막 독백과 같은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추가 설명이 더 필요한 경우 우리 회사의 외국인 직원을 말해주곤 하는데, 그녀는 어느 날은 영어로, 어느 날은 한국어로 내게 말을 건다. 그러면 난 이상하게 그녀가 영어를 쓰는 날은 한없이 찹다라고 느끼는 반면, 한글을 쓰는 날엔 따뜻함이 느껴진다.라는 식으로 언어 감정을 설명한다.


지금도 '나와 같은걸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며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굉장히 주관적으로 난 [영어는 왠지 차고 절제되어있는데, 한국어는 따뜻하고 정이 많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백예린 씨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땐 '좋긴 한데... 유독 차고, 무덤덤한 느낌' 이 들었다.

01.Intro를 시작해 18.London까지 첫 감상을 마치고 나니, 첫눈 오는 거리에서 찬 바람맞으며 설렘 없이 길을 걷고 있는 무덤덤한 느낌마저 들었다.  '우주를 건너,  Bye bye my blue, Zero, 그의 바다 등 '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찬'게 내 첫 감상평이었다.


'한글로도 끝장이면서..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왜 영어로 불렀을까?'


첫 감상을 마치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졌고 이유를 찾고자 매일 앨범을 통으로 4번 ~ 5번씩, 곡 정보에 담긴 한글 가사를 읽고를 또 읽었다. 그렇게 돌려 듣고, 듣다 보니 일주일이 지났을쯤 조심스럽게나마 알듯 했다.


'아 이 사람, 이십 대 초반에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조심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하기 싫어 영어로 말한 거구나'


이렇게 난 내 나름대로 이 앨범의 의미를 해석했다.

그리고는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을 사랑하게 됐다.

노래 속 가사들은 언제나 어리숙하게 남을 사랑하며 느끼는 조심스러움담았는데, 그 가사가 너무 뜨겁고 절절해 영어로 한번 식혀 읊조린 이곡들을


- CD1. 2) Popo (How deep is our love?) -

Now you know, how much your eyes make me wonder bout’ How deep is our love
Especially, when you appreciate for me I can’t help loving you more

이제 당신도 알지만, 당신의 눈은 우리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 궁금하게 만들어요  특히 당신이 날 고마워할 때  당신을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Can I walk with you? or have a tea with you
Your scent makes me feel like I live in Paris
Can I love you? giving my all to you?
you

당신과 걸을 수 있을까요  차를 마셔도 좋아요
 당신의 향기는 내가 마치 파리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요  
사랑해도 될까요? 내 전부를 다 주는 것도요 당신에게요


- CD2. 8) Square (2017) -

“Come on let’s go to bed we gonna rock the night away.
who did that to you, babe.  
If you’re not in the right mood to sleep now then, Come on, let’s drink and have very unmanageable day
would you want me in bae.
If you’re not in the right mood to sleep now then
come take my arms and go
I’II be yours for sure.

나와 같이 침대로 가자 우린 이 밤을 신나게 보낼 거야  
누가 너에게 그런 짓을 한 거야
 네가 당장 잠들 수 있는 기분이 아니라면 나와서 나랑 한잔하고, 감당하기 힘든 하루를 보내자!  
내가 거기 있길 바라?
 네가 당장 잠들 수 있는 기분이 아니라면  나와 함께 가자!
내가 너의 것이 되어줄게!


그리고 반면에 딱 한곡 있는 한글 노래 CD2. 2) Datoom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음이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가사가 정말 절절해 결과적으로 전 앨범이 뜨거운데 차가워야 할 것 같은 십 대 초반, 연애에서 겪을 수 있는 마음을 영어로 식힌 앨범이라는 걸!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볼 땐 이렇게 사랑스럽기만 한데
그 눈이 잠시 날 피해 갈 때 난 낯설고 불안하기만 해
난 더 더 메말라가네


만약 그녀가 이번 앨범에 써져있는 번역 가사로 전곡을 노래를 했다면 어땠을까?

"연인이 되자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다가가는 이십 대 초반의 여자"의 마음이 아닌, "화끈하게 밀고 나가는 이십 대 초반 여자의 마음" 이 담긴 조금 어설픈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본인의 19살부터 23살까지 생각과 고민, 추억을 담았다. 했고, 그 수가 무려  18 곡,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그리고 분명 홀로서기를 하며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 아닌 가르침에 시달렸을 텐데, 그 안에서 자신을 바르게 세우며 본인 스스로를 얼마나 채찍질했을까. 그 용기와 고됨의 가치가 담긴 앨범이다.


본인은 인스타에 "오늘만 조금 ㅠㅠ 자랑할게요.."라고 적었던데,

이 정도 콘셉트에 완성도면 그냥 대놓고 자랑해도 되는 수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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