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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Feb 04. 2021

직장인,자유 마일리지 적립 중입니다

퇴사하는 자유 말고, 업무를 칼같이 끝내고 칼퇴할 자유를 꿈꾼다.

 내 중학교 때 꿈은, 팬클럽에 가입하는 거였다. 우리 엄마는 꽤 엄한 편이었는데, 팬클럽 가입 비용을 얘기했다가는 본전도 못찾을 것 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번 돈으로 꼭 가입하리라 마음먹었다. 내 고등학교 때 꿈은, 대학 캠퍼스를 자유롭게 누비는 거였다. 고등학교때 신문부를 했었는데, 신문부 선배가 다니는 학교로 탐방을 갔었다. 예쁜 교정과, 여사친과 남사친의 그 뭐랄까 막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설레 보이는 그런 여유가 부러웠다. 대학교 때는,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이 부러웠다. 내가 원하는 것 쯤, 쉽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인생의 항로가 정해진 그 안정감이 부러웠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언제나 내가 꿈꾼 건 자유에 대한 동경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내 맘대로 만나고 싶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삶.

 지금은 직장인이다.

 직장 초년생일 때 나는, 연차나 긴연휴,여름휴가 에 보내는 내 삶이 자유 인 줄 알았다. 평일임에도, 회사에 가지 않고 카페에 앉아 독서할 때, 시차가 다른 해외 호텔에서 늦게 눈을 뜨고 조식을 먹을 때, 아침부터 저녁까지 침대 이불 속에서 TV 예능 프로를 보며 생각 없이 목청껏 깔깔거릴 때 느끼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근데 항상 그 행복감의 끝에는 진한 절망감과 슬픔이 있었다. 결국 연차도, 연휴도, 휴가도 끝이 있기 때문이다. 끝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나는 무척이나 우울해졌다. 며칠간 철저히 외면한 회사 업무생각에 연연해하며, 출근 전 마지막 날은  무기력하게 보냈었다.

 그러니 좋을게 없었다. 이게 무슨 중학교 시절부터 동경하던 자유란 말인가. 그런데 원래 자유라는게 막 엄청 좋은 게 아니더라. 어린아이에게 자유를 준다라는 말을 우리는 하지 않는다. 보통 자유는 어른들이 말하는 가치이다. 즉, 어른 답게 책임을 지고, 세금을 내고, 할 일은 하고 사는 기본적 조건이 충족해야 "자유"라는 기치가 따라오는 것이다. 이제 나는 10년차 직장인. "자유"가 "여름휴가" 같은 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사고 싶은 것을 사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눈이오나, 비가오나 출근을 해야하며, 내가 원할때 시간을 마음대로 쓰려면, 직장에서는 내가 할 업무를 빨리 쳐내야 하며, 개인사도 챙길 것 미리 챙겨놓아야 한다. 무엇이든지 내 맘대로 하려면, 그에 따른 결과도 모두 다 내 책임이라는 것을 알알이 안다.

 나의 최애 넷플릭스에서도 기업문화로 "자유" 를 강조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정확히는 "자유"가 아니고 "자유와 책임" 이다. 휴가, 출퇴근, 재택근무 규정보다 중요한 건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직원이 결정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규정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알아서 자유롭게 일하고, 네가 일한건 네가 직접 책임져라 하는 것 말이다. 나는 내 밥 값은 하고 싶은 사람으로, 내 일에 한해서는 제대로 하고 싶다. 자유롭지만, 내 일은 완벽히 해내고, 그 성과도 내가 책임진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감과 노력을 요한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작은 "자유"의 순간 들을 만들기로 했다. 연차를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오늘 하루 할 일을 빠르게 쳐내고 칼퇴하기, 내가 모르는 일은, 나보다 전문가인 선배나 후배에게 물어보고, 부탁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일주일에 하루, 이틀  동안은 업무에 몰입해서 다음날은 여유롭게 일하기 를 추구하고 있다. 동료와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 평일에 이틀은 붙여서 휴가가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태도, 팀장님과 면담시에 내 의견은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자신감의 자유를 얻고 싶다. 이것도 모든 직장인들은 알겠지만 쉬운게 아니다. 경험과 경력에서 오는 업무 스킬과 인간관계 스킬이 어느 정도 만들어져야 찾을 수 있는 자유다. 나는 10년간의 나름 성실한 업무태도를 바탕으로, 어느정도 자유 마일리지를 확보했다.

 내 꿈은, 자유 마일리지 밀리언마일러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한참 항공 마일리지를 모을 때, ( 코로나라 쉬고있다.) 신용카드 선정, 연계 외항사 탑승 등 나름대로 전략적인 방법을 찾았었다. 개인적 관심 분야를 즐겁게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Fast Campus에 들어가서 Payback으로 강의도 들어보고, 브런치에도 글을 쓰는 것도 마일리지 적립의 일환이다. 일등석 타서, 다리 쭉 뻗고 편안함을 만끽할 때까지 전략적으로 나도 마일리지를 쌓을 것이다. 그리고 뮤지컬 엘리자벳처럼 "자~~~~유~~~~" 를 하이노트로 불러야겠다. ( 뮤지컬 엘리자벳 OST 중, 유명한 "나는 나만의 것" 의 마지막 가사가 '자유'다, 개인적으로 옥주현님이 부른 버전을 특히 좋아한다.)


ps. 브런치에 사진 말고, BGM을 고를 수 있으면 좋을 것같다. 글마다 묻어나는 느낌을, 다르게 또 표현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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