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해도 달라지지 않으면 무엇이다? XXXX
내 이럴 줄 알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긴 호흡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이루어내거나 성취하지 못하는 내가 브런치를 또 이렇게 내팽겨쳐 둘지 알았지. 그러면서는 마음 한켠으로는 계속 불편하고 불안해서 진득히 하지도 못할거면서 내내 서성거렸다. 이런 식으로 내가 내 자신 괴롭히는 것도 수준급이며, 이 성가시고 불편한 괴로움을 저 구석 어딘가에 뭉개놓는 것도 수준급이다.
고로 22년 하고도 이제 2개월이 지나간 엄청난 시점을 맞아 ( 차마 1분기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서) 브런치를 재개하기로 하였다. 재개하려고 보니, 미안함과 송구스러운 분들이 심심찮게 몇 분 떠올라 짧은 편지를 드려본다.
1.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번에 승인해준 브런치 관리자분 님께
얼굴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관리자님. 제 글을 처음으로 읽고 작가 통과 해주신지도 어언 1년이 훌쩍 넘었네요. 고작 올린 글 세편, 바쁜 시간, 수 많은 글들 사이에서 제 글을 촘촘히 읽고 단 한번에 "작가" 승인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모릅니다.
글을 술술 쓴다고 생각했던 저도, 브런치를 시작하며 종종 작가 통과를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감은 아주 저 밑으로 떨어져있었거든요. 아주 조심스럽게 유일하게 제가 쓴 글 중에 다음에 유일하게 메인으로 오른 "신부도 안 울어도, 내가 운 명축사" 와 직장인 이야기 2편을 고이고이 올렸습니다. 작가님 통과를 기다리며 나름 조마조마 마음 졸였었는데, 도전 한번만에 성공! 이렇게 뿌듯할 수가요! 제 작가 소개 부분이 (전공은 러시아 문학, 지금은 대기업 직장인 10년차인 삶) 아주 조금이라도 관리자분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싶었다. 혹은 글에 나름 유머러스함이 있어서, 나와 코드가 찰떡같이 맞은 센스잇고 감각있는 관리자 분이 하필 내 글을 보셔서 통과시켜준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후로 글을 쓰는 것을 습관화 했다고 생각했는데, 글 쓰던 모임이던 "글로 모인 사이" 가 끝나는 순간, 그 사이가 다시 멀어졌습니다. 사라진 작가님을 찾습니다 라는 문구만 여러벋 받았는데, 이제는 그 메시지마저 안오더라구요. 다시 잘 해 보겠다는 얘기보다는, 굉장히 틀에 박힌 얘기지만 초심으로 글을 써 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관리자님! ㅎㅎ ( 저 다시 다음 메인 오르고 싶어요 ㅋㅋㅋㅋ)
2. 이렇게 버려둔 브런치 구독을 끊지 않고 지속해주는 분들께
50에서 3개를 뺀 숫자인 47명의 제 구독자님. 이런 브런치가 있었는지도 까먹고 계셨을 수도 있겠네요. 세상사 살기도 힘든데 이렇게 글을 밥먹듯이 안쓰는 작가를 누가 기억해주겠어요. 그래도 끊지 않고 ( 혹은 잊어버리셨다해도) 제 구독자로 남아주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 구독자 분이 한 분 한 분 늘때마다,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지만, 하트를 누르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구독은 정말 내 마음에 들어왔던 글이나,앞으로도 글도 기대되는 작가님에게만 저도 하거든요. 그래서 구독이라는 것이 얼마나 구독자님들의 마음과 시간을 쓰는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만화방을 좋아했었는데요. 아주 대장정의 만화를 그리시는 작가님들이 있었습니다. 작가와 독자는 같이 나이를 먹고, 같은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이 켜켜히 쌓이는데요. 간혹 갑자기 작가님 개인 사정상의 이유로, 작품 활동이 중간에 끊기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독자로서 얼마나 답답하고, 기약이 없게 느껴졌는지 원망했던 적도 있었어요. 저는 그 정도의 작가는 아니지만, 그리고 그렇게 중단할만큼 성실한 글쓰기를 해오지도 않았지만 작가와 독자의 신뢰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저는 브런치든, 유투브든 정기적으로 꾸준히 올리는 분들 존경해요)
이미 제 브런치의 신뢰도는 마이너스지만, 꾸역꾸역 글을 써나가면서 조금씩 나아져 보겠습니다. 변명을 콩알만큼 해보자면, 남들 다 하는 얘긴데요. 부서 이동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바빴고, 몸도 아프면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아팠던게 먼저고, 바쁜게 나중인데요. 그래도 아픈것보다는, 바쁜게 백배는 낫더라구요. 그런 의미로 코시국에 우리 독자님들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3. 좋아하는 일도 지속 제대로 못하는 본인에게
소네치카 작가님. 작가님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하셨죠? 멀리 찾아볼 건 없이, 회사일을 깔끔하게 잘 해내는 선배를 보면서, 요란하지 않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신념에 따라 자기 일을 찾아가는 친구를 보면서, 그리고 요즘은 "스물 하나, 스물 다섯"의 나희도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죠?
생각만 하면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글 쓰는 것 부담 느끼지 말고, 일단 분량을 좀 채워보시죠. 무엇이든지 누적이 되면, 좀 더 의미가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 일이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도 혹은 그냥 우울한날이여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됩시다.
무튼, 심심한 감사와 따뜻한 독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드리고 싶다. ( 내맘대로, 독려를 주신다고 생각하기로 함ㅎ)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자기 일을 하신 분들, 꾸준히 지속적으로 본인의 루틴을 만드시는 분들,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고 생각을 나누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이제 3월, 날 따뜻한 봄도 왔으니, 온기가 가득 담겨지 글을 쓰는 작가가 올해는 꼭 되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