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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Feb 25. 2024

치통이 나를 브런치로 다시  이끌었다.

며칠 동안 꽤 고통스러웠고,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브런치에서

 어느 날 밤, 불현듯 이가 아팠다. (생각해 보면 어느 날 밤은 아니다. 직장인의 큰 기쁨인 설날이 끝나고 첫 출근을 마친 날이었다. 온몸에 지난 연휴의 해방감이 녹았지만 아직 잔재로 남아있는, 긴 한 주의 시작, 출근의 고통이 살갗에 와닿기 시작하는 그런 날.) 왼쪽 아래 어금니 저 턱 밑 깊숙이서부터, 자기의 존재를 알아봐 달라는 듯한 욱신거림이 잇몸을 거쳐 신경을 타고 머리 관자놀이까지 올라왔다. 유튜브 쇼츠를 아무리 봐도, 내가 좋아하는 푸바오 영상을 봐도 이 기분 나쁜 고통은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를 건드렸다. 먹는 게 인생의 낙인, 나에게 씹는 기쁨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다른 모든 것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 그 밤, 치통이 나를 잠식했다.

 왼쪽 아랫니부터, 머리까지 강타한 이 아픔은 묘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앓은 A형 독감과는 양상이 달랐다. 온몸 근육의 뻐근함과, 높은 열, 칼칼한 목으로 독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균일하게 동등하게 아픔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치통이란 놈은, 분명히 다른 모든 곳은 팔팔하고 멀쩡한데,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더 기분 나쁘고, 치통에 굴복당한 느낌이었다. 나의 소소한 일상과 기쁨이 치통으로 인해 제압당한 것이다.

 치통은 밤새 나를 고통스럽게 하더니, 선심쓰듯 봐준다는 양, 몇 시간 내가 눈 붙이고, 출근할 정도까지 수그러들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는 고통의 감각이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게 했고, 정말 살려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이가 금이 간 것 같아요. 신경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늘 당장 할 수 없고, 예약이 꽉 차서 다음 주에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는 절망적인 말을 남겼다.

아플 때는 정말 이를 다 뽑고 싶을 정도였다.              무시무시한 고통!

 저녁은 수프나, 음료 같은 유동식을 먹었다. 이를 움직일 수 있으나, 움직이면 기가 막히게도 치통이 찾아왔다. 씹지 말라는 규율이 무슨 천명이라도 되는 걸까. 그 밤 나는 또 기분 나쁜 통증에 시달려야 했고, 다음 날, 무조건 치료가 빨리 되는 치과를 찾아갔다. 치과에서는 신경치료에 약 60만 원이 든다고 했다.  배달 음식 시킬 때,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해 배민과 쿠팡 이츠를 비교하고, 오프라인에서 본 아른거리는 그 옷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네이버 쇼핑에 폭풍검색하는 나는, 치통에 이미 잠식당한 후였다. 이 지긋지긋한 고통 앞에 치료비가 6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이 고통에서 당장이라도 해방될 수 있다면, 다시 나에게 퇴근 후 치맥하는 기쁨을 돌려준다면, 푸바오 영상을 보며 곧 중국행에 오를 푸바오를 보며 눈물 흘리는 감성을 살려준다면, 돈은 정말 1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치료받은 그날, 여전히 욱신거림은 남았지만, 먹을 수 있고, 푹 잠들 수 있었다. 진수성찬을 먹을 수는 없었지만, 천천히 씹을 수는 있게 되었다. 불현듯 찾아왔던 치통, 그 치통이 흐트려놨던 일상 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전과 같은 일상인데, 나는 꽤 행복했다. 며칠 전의 나로 돌아온 것일 뿐인데,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무자비한 치통이 쓸고 지나간 후에야 며칠 만에 되찾은 나의 갓 건져올린 생선같은, 생생한 행복한 마음을 남기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김지수 기자님이 칼럼에서, ‘최선의 고통'이란 책에 나온 구절이 생각난다. ‘인류는 진화를 위해 고난을 겪도록 설계됐다는 것, 우리가 환희와 쾌락 속에 머물지 않고 고통을 통해 더 개선되도록 만드는 것이 신의 몫이며, 진화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치통은 나를 브런치로 다시 이끌었다. 평범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게 만들었다. 매일매일의 일상이,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 귀찮은 일'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것을 기록할 수 있어서 새삼 행복하다. 아 그리고, 잊지말자! 이 관리는 평소에 잘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 제가 돌아왔습니다 "브런치"에!!!!

ps. 진화의 본질이 고통이라도, 이제 더 이상의 고통은 싫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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