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민환 Feb 03. 2016

<너를 만난 나, 나를 만난 너>

술이 넘어 간다, 넘어 간다. 너와 내가, 나와 너가.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다. 당연히 스마트폰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손가락 4개로 스마트폰을 받치고 엄지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뒤적이고 있던 그 어느날이었다. 참으로 미련한 젊은 잉여한 마리가 소파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낚시꾼들에게 ‘나 여기 있소’라고 멍청하게 잡아 달라고 아가미를 뻐끔 뻐금 벌리고 있었다. 생각없이 헤엄치다보니 내가 미끼 하나를 물어버렸다. 참 맛났다. 당연히 달콤하게 생긴 미끼여서 이유와 생각없이 계속 먹었다. 나는 이 미끼를 다른 물고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조금 남겨왔다.


“자, 여기 이 미끼 먹어봐. 맨날 먹던 거였는데 왜 우리는 여태 몰랐지?”


무슨 미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참고로 이 미끼는 만 19세 이상만 먹을 수 있어요.     

‘조그마한 술집 주변에 살면 술은 적당히 마시게 되며 인생이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믿음·만족감이 높다.’라는 연구를 읽었다.(현실을 감안하자면, 영국의 조그마한 술집은 펍(pub). 우리 나라에는 많지는 않다) 당연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글을 보기 전까지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나에게,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니깐. 먼저 누가 집 주변 어귀 술집에서 술을 누가 망나니처럼 먹어? 물론 힘들고 미칠 것 같고, 위로 받고 싶을 땐 

그러겠지만 대부분은 흥이 약간 날 정도로 먹지 않나? 그럼 이건 패스하고. 내가 미끼를 물고 이렇게 달려 온 

이유가 바로 후자 때문이다. ‘행복, 믿음, 만족감’이 높다. 잠시 나를 숙고하게 만들었다.

기억을 최대한 끄집어 냈다. 그런 곳에서 술 먹을 때의 기억과 감정을 하나 하나 되새김질 해보았다. 

[친구를 만난다, 입장한다, 자리에 앉고 술과 안주를 시킨다, 이야기를 한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다시 떠든다, 웃는다, 현실을 이야기하고 위로를 한다, 한 잔을 한다, 돈을 모은다(위로 또는 실연의 주인공은 안 낼수도), 

집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만은 너무 자세히 기억이 나고 당연한 것 같다. 

정말 행복하다.’, ‘진짜 너희가 친구다.’


다시 연구결과로 돌아가, 정량적인 수치를 밝힌다.                    

(각 수치는 평균치를 말한다.)

행복도 : 동네술집 6.55 / 대형술집 6.15

신뢰도 : 동네술집 6.1 / 대형술집 5.5

만족도 : 동네술집 6.8 / 대형술집 6.4

친한 친구와 합석 : 동네술집 7.2(명) / 대형술집 6(명)

대화의 양(20분 기준) : 동네술집 8(분) / 대형술집 3(분)

대화 불참 인원 : 동네술집 0.3(명) / 대형술집 1(명)

술자리 내 소속감 : 동네술집 4.19 / 대형술집 3.51

알코올 지수(0~10) : 동네술집 1.97 / 대형술집 3.14


연구진은 동네 술집처럼 주거지에 기반한 “면대면(face-to-face) 사교 활동이 개인의 삶의 질이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를 주도한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 “웰빙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두 요소, 즉 우정과 커뮤니티(소속 혹은 연대감)에 있어 동네 술집이 대형 술집을 월등히 앞섰다”고 

설명하며, “동네 술집의 개인·사회적 긍정적 역할은 디지털에 기반한 친목 커뮤니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2015년 하반기 동안 멕시코로 교환학생을 알차게 보내고 귀국한 친구를 

맥주집에서 만났다. 20대의 술자리의 모습은 항상 그렇지 않는 가. 시간의 흔적을 잠시 살펴보고 현재의 시간과 앞으로 흘러 갈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웃고 진지하다. 그리고 놀리는 맛도 포함해야 확실한 술자리이다. 

간만에 만나서 그런지 중간 중간마다 이야기 흐름이 끊기기는 했다. 친숙한 술자리가 아니였다면 남들에게 

“우리 어색하지 않아요”라고 떠벌리는 것과 같이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쉬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었다. 잠시 쉬며 사색을 하며, 고민을 자문하며 친구들에게 물을 준비를 하며, 음악을 빨아 당겨 지금의 흥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5시간동안 몇 m를 걷다가 신호등 앞에 서서 기다렸다가 다시 걸어갔다. 우리의 만남은 의도적으로 연구 결과처럼 하지 않았다. 그럴 의도도 없고 의무부여도 필요 없으니깐. 그래도 의미 부여를 해주니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나도 누군가에게 행복과 신뢰만족을 줄 수 있다고 하니잠시 폰을 꺼내서 주소록을 봤다조만간 다른 놈들이랑 작은 술집을 어슬렁 거려야겠다너희에겐 내가 행복도 신뢰도 만족도 안 줄꺼다.


처음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예, 처녀작입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계속 공부에 공부에 노력을 더해서 더욱 더 좋고, 흥미로운 글을 쓰겠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P.S) <동네 술집 자주 가면 삶이 행복해진다> (2016.01.26. 세계일보. 송민섭 기사)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연구 결과였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