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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 Oct 27. 2024

28살에 다시 백수로

7년째 신입입니다만? - 세 번째 에피소드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친구와 약속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행사가 2주 정도 남았을 시점에는 일의 양에 비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새벽 퇴근은 부지기수였다. 이런 생활이 1년 정도 이어졌고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뚜렷한 한계가 보였다.


고민만 깊어지던 찰나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유치원 선생님을 하고 있었고, 나의 고민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내가 3년 차가 되어도 친구의 지금 연봉 보다도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크게 망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렇게 이직을 결심하고 다음 직무 선택 조건은 3가지였다.


지금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 or 동일한 시간을 일하더라도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일 (둘 중에 하나만 충족되면 ok, 둘 다 된다면 best)

영어를 쓸 수 있는 일

운영에 관한 업무, 고객과 직면하는 업무


그리고 대학생 때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다가 운명적으로 카타르 승무원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된다. 어쩌다 그분의 블로그로 흘러갔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분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버건디 유니폼을 입고 기내에서 승객과 인사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내년이면 29살. 곧 서른을 맞이하는 나이에 퇴사를 결심했기 때문에 확실한 플랜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설득시켜야 했다. 아래의 3가지 원칙을 정하고 부모님께는 5월쯤에 말씀드렸다.


준비 기간은 최소 1년~최대 2년. 2년 뒤에도 승무원이 되지 못한다면 다시 PCO로 돌아간다.

서비스 직종이기에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 학원을 다니면서 + 오픈데이를 다닐 것

이직을 준비하며 발생하는 돈은 모두 알아서 충당할 것


이때까지도 난 여행에 큰 욕심은 없었고 여권도 없었다. 그래도 외항사 승무원을 준비하는 마당에 해외여행 경험은 하나쯤 있어야 면접에서 할 말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조금 특별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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