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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하기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 2가지


 같이 정리에 대한 유익에 대해 역설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리 전과 후의 드라마틱한 변화의 서사가 있으면 겠죠.  <미니멀리스트>라는 책을  조슈아 필즈 밀번처럼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갖고 싶은 것은  가졌던 과거를 청산하고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거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유루리 마이처럼 쓰레기집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과거 사진이 있으면 말이에요. 하지만 애석하게 저에겐 그런 화려한 과거도, 믿을  없는 과거 사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 부럽고, 어떻게 하면 정리를 잘할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가 있던 것은 사실이죠. 다행스럽게 8 전에 썼던 글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성격이 엄청 급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입니다. 책상은 늘 서류더미로 덮여 있고, 바탕화면은 파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지요. 창이 열개는 띄워져 있는 저의 컴퓨터는 직장동료들의 놀림거리였습니다. 집안 사정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손톱깎이는 맨날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되고, 설거지거리는 항상 쌓여 있었으니까요.


그때마다 저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습니다. 정리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늘 정리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일 잘 하는 동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일도 잘하고, 정리도 잘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인데, 어째서 그들은 정리할 시간이 있고, 저에겐 정리할 시간이 없는걸까요?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건 내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새각한 것이 바로 ‘느린Day’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느린데이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설정을 하고, 평소보다 여유있게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여유있게 행동하려고 하니, 그동안 미루었던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출근하고서 물티슈를 한 장 뽑아 책상을 닦으며 ‘책상 닦을 시간은 충분해’라고 생각했고, 물건을 쓰고 나서는 ‘제자리에 둘 시간은 충분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상을 닦으면서 마음가짐을 정돈했고, 물건을 제자리에 두면서는 다음에 쓸 일이 기대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결재 서류를 전송하기 전에 ‘오타를 검토할 시간은 충분해’라고 생각했더니 자칫 반려될 뻔 했던 실수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체국 업무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필요한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잠시 은행이 들르기도 했습니다. ‘잠시 들를 시간은 충분해’라고 되뇌이면서요.


느린 데이를 경험하고 나니 예전보다 훨씬 똑똑해진 느낌입니다. 실수도 줄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조급증이 발동하지만 그때마다 ‘이거 먼저 정리해도 시간은 충분해’라고 스스로를 타이릅니다. 그러면 금방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평온해 짐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정리하기 전 보다 허둥지둥했던 제 삶은 속도가 늦춰졌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정리를 놓치지 않고 하기 위해 ‘느린데이’ 프로젝트를 했는데, 오히려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낼 수 있게 되었고, 실수도, 실수를 수정하는 일도 줄어들게 되는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정도면 화려한 과거, 참담한 증거사진이 없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말 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건,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과도 견줄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일이니까요.





두 번째 변화는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비우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 나는 이걸 잘 쓸 수 있는 사람일까

- 이 물건은 나를 설레게 할까?

- 나는 어떤 취향일까?

- 내 삶은 어떤 일들로 채워져있을까?

- 이 걸 사용할 시간이 있을까?


채울 때도 이 질문은 유효합니다. 물건을 비우거나, 채우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보니 나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이 매우 많아지게 된 것이죠.


사실 우리가 많은 물건을 떠안고 살게 된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은 불필요한 물건은 많이 채웠기 때문일겁니다. 라캉이라는 철학자가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듯이,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이라도, 누가 샀다고 하면 부럽고, 나도 있으면 좋을거 같은 생각이 들게 되죠.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선택에 의해, 그리고 우리가 추종하는 사람과 비슷해 지고 싶은 생각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아주 잘 활용한 상업적 문화 속에서 살고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상속에서, 그리고 일상이 된 미디어를 통해서 소비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수 많은 마케팅 수법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정신을 놓아버리게 되면 택배 박스가 쌓여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비우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를 매번 느끼면 이런 소비의 유혹이나 마케팅 수법에 빠지고 싶지 않게 됩니다. 소비에 대한 메타인지라고나 할까요?  소비 유혹에 빠지려고 하는 자기 자신을 쉽게 알아차리고,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순간들을 많아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의 목적과 가치에 부합하는 물건, 그리고 물건보다는 경험을 선택하는 데에 비중을 두게 되면서 이런 것들이 모두 나답게 사는 일이구나,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주도성이구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비우고, 정리를 하면서

여러분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정리를 하기 전과 후를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리 전과 후의 변화의 서사가 우리 삶에서 계속 해서 쓰여진다면, 아직 내 삶이 원하는 만큼 미니멀해지지는 않았어도, 내 삶이 분명 미니멀라이프를 향해 가고 있구나를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잘 살고 있음을 확신하고, 안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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