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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Jan 17. 2024

동남아에서 겨울나기

1th. Da Nang - 날씨와 음식

사용 중인 룸이 고층이다 보니 루프트  와인 bar에서 밴드 소리가 2시간째 흘러 들어오고 있다.

낮에 거의 외출을 했었때문에 저런 소음을 접한 것 오늘 처음이다.

미케 해변을 한번 고 들어와 쉬자니 휴식을 방해하고 있다. 한국 트로트 감성의 베트남 노래를 부르더니, 이글스의 옛 팝송이 이어진다. 신명 있는 관광객들을 위한 특별한 연희인가 보다.


햇빛이 뜨거워서 아침과 저녁으로만 해변으로 나가다가, 오랜만에 한낮에 바다를 보았.


요즘은 오전 11시 정도까지는 도시가  회색 분위기일 때가 많다. 간간이 부슬비가 내리다가 금세 그치기도 하고, 화끈하게 삼사십 분 쏟아지기도 한다. 우기라서 이 즈음에 베트남인들은 국내여행을 많이 안 한다고 했다.

그러나 비로 인해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바나힐 일일 투어에서 풍광 낭패를 당한 것은 다소 아쉬웠다. 그것은 우기 때문이라기보다 해발 1400m 고산지여서 운이라고 여겼다. 프랑스 식민 시절, 프랑스 장교들의 휴양지였던 바나힐은 비와 안개에 모든 경치가 흐릿했다. 입장권에 포함시킨 포시즌즈 뷔페의 훌륭한 음식들로 아쉬움을 달랬다.

다낭 시내
바나힐

한낮의 해변과 하늘은 달랐다. 한없이 청량했다.

아이에게  바다 사진을 보내주었다.

거긴 지금 눈이 오고 춥고 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고 했다. 

미케 해변

그런데, 추위를 피해 온 다낭에서 어젯밤부터 감기 증세가 있다. 팔뚝으로 소름이 돋고 날숨이 뜨겁다.

룸 서비스를 하는 분이 휴대폰에서 알약 사진을 찾아 내게 보여줬다. 내게도 있다고 했더니, 물 많이 마시라는 몸짓 언어를 했다.

사람들은 새벽이고 밤이고 파도를 즐기고, 윗도리를 벗은 채 족구를 즐기는데  나는 아침과 저녁은 서늘할 때도 추울 때도 있.


입맛에 맞는 식당에서 종종 먹던  메뉴를 주문했다.

베트남에서는 어느 식당이든  음식 양이 푸짐하다.

무엇을 섞어서 볶았는지 빨간 안남미가 예쁘다. 현재 환율로 라지 메뉴 4327원, 스몰은 3016원이다.

라지 메뉴의 고기 양이 부담스러워서 오늘은 스몰로 주문했다. 충분히 배불렀다.

한국 관광객의 명소인 한시장 대신에, 오며 가며 익힌 재래시장에 과일을 사러 갔다.

미케해변 주변은 호텔 타운이라 내국인이 건넨 과일값보고 있었데도 무게가 다르다며  나에게는 더 받았다. 4 천 VND   받았다. 그래봤자 220원 정도다. 


무비자 체류 기간이 44박 45일이다. 남중국해 길고 긴 해변과 동남아 과일을 충분히 즐길 것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사러 간 것이 과도였다. 열대 과일에 진심이다. 과일을 수시로 산다. 

챙 넓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박미안 시장에서 바나나를 들고 말 한마디 없이 5만 동 지폐를 건넸다. 3만 동을 거슬러 주었다. 바나나 한 뭉치 가격이  2만 동, 한화 1091원이다.

제는 구글 지도가 필요 없고 과일 가격 정도는 대충 짐작한다. 블로거들이 포스팅해 주는  맛집은 주관적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음식점이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있는 곳은 아니라 했다.


콩 카페 시그니처 음료인 코코넛 스무디 커피는 30초에 한 잔씩 팔린다메뉴판에 한글이 더 돋보였다. 다리는 시간 대비, 맛의 가성비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우르르 몰려드는 기질이 콩 카페를 살리는 듯했다. 베트남 젊은이들의 핫플이라지만 한시장 곁에 위치한 탓이다.

군부대 분위기의 실내에서 월맹군 복장의 남녀 직원들 움직임이 바빴다. 친절하고 사랑스러웠다.

링엄사(영흥사) 가는 길, 원숭이 서식지인 해안도로 아래에 푸른 카페가 있었다. 웬만한 건물은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서 뭐 하는 곳이냐고 내가 곧잘 물어본다. 카페라고 하길래 야자수 길게 늘어진 입구를 따라 내려갔다.


코코넛 커피 맛이 매혹적이었다. 콩 카페보다 가격은 비싼 편이나 이국적인 맛이었다. 파도가 철썩이고,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푸른빛들이 좋았다.

영흥사 가는 길. 해변가 푸른 까페
영흥사 가는 길, 해변가 푸른 카페

열이 나서 저녁 외출은 삼가야겠다.

레스토랑에서 사 온 치킨 반미와 재래시장에서 샀던 용과와 아메리카노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용과 과육이 한국에서 보는 하얀 살에 검은 점박이가 아니었다. 과하게 빨간색이라서 비타민 A 진액이라 여기고 먹었다.

옆 나라 라오스도 그렇지만, 프랑스 식민지 영향으로 베트남도 바게트 식문화가 존재한다. 


한 집 건너 반미 파는 곳이고 가판대가 흔하다. 맛도 가격도 차이가 나고 단백질 재료도 다양하다. 일회용 장갑도 없이 도마 등, 비위생적으로 재료를 다루는 곳이 많다. 약간 정도 비싼 반미 전문점, 레스토랑, 제과점, 커피점 등에서 사는 것이 위생적이고, 선택하는 종류맵거나 거북한 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

속이 텅 빈 짧은 바게트에 여러 야채, 고기나 파테오 혹은 계란이나 소시지, 소스, 향신 채소인 고수 등으로 속을 채운 빵이다. 바게트 식감이 아삭아삭해서 좋다. 쌀로 만든 빵이라고 한다.

인디언 레스토랑에서 11만 동(한화 6천 원 정도)으로 먹는 남인도 빵 dosa에 비하면 주관적이겠지만 맛이 훨씬 낫다.

계란 반미

한식은 어느 나라에서든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싼 것 같다. 경기도 다낭이라지만 돈벌이에 억척인 현지인들이 워낙 장사를 많이 해서 한식당 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미케 해변 인근 식당은 메뉴판에 한글과 베트남어가 함께 적혀 있는 곳이 더러 있다. 별 고민 없이 주문할 수 있다.


한화 3천 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는 쌀국수는 거의 먹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현지식도 여러 종류 중에 가장 담백한 것조차 입맛에 맞지 않았다.


대신에 분짜와 반 꿔엉은 내 식성과 천상 궁합이다. Nuddle이지만 쌀가루여서 아침 식사로도 거부감이 없다. 생 야채를 듬뿍 섞어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고 새콤달콤한 맛에 입안이 상쾌하다. 분짜에는 다진 마늘과 라임즙을, 반 꿔엉에는 레몬즙을 나는 충분히 넣는다. 쌀국수와 가격은 비슷하다.

세오는 숙주 등의 야채와 고기 혹은 새우를 넣고 만두처럼 반으로 접은 부침개이다. 생 야채와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싼 후에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쌀국수와 가격이 비슷하다.


반세오 가루는 대형 마트에서 1500 원 정도, 라이스페이퍼는 천 원 가량이다. 라이스페이퍼는 한국에서처럼 물에 담그지 않아도 되고 무척 얇다. 귀국 때 사서 갈 만한 매력 있는 목록인 듯.


선짜 야시장에서 반짱느엉은 2.5만 동(1360원 가량)으로 가판대에서 판다. 얇은 도우에 토핑을 올리고 숯불에 살짝 구워주는 음식이다. 또띠아 피자와 비슷하다.

바나나를 제법 큰 네모 빵으로 구운 것도 호이안 투어를 하면 가판대에서 만날 수 있다. 2만 동이다. 일행에게 맛을 물어보니 반응은 그저 그랬다.


밤에는 '반따오'를 기계적으로 외치는 소리가 수시로 들렸다 사라졌다 한다. 자전거를 개조하여 따끈한 반따오를 솥에 싣고 다니며 길거리를 누빈다. 왕만두 맛이다.

베트남 정부가 경제 활동을 독려해서 쉬운 것이 장사라고 생각하는 듯, 가게가 참 많다. 먹는 장사가 특히 많아 보인다. 배달 음식까지도.

11:30 am. 비엣텔 직원들이 정문 앞으로 배달 온 음식들을 받으러 나왔다. 비닐 팩에는 바나나 2개씩. 국물. 도시락 등 푸짐해 보였다.


뭘 하든 돈을 번다. 거지가 없는 나라다. 

통제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한 햇수가 40년 가까우니 자본의 맛을 알 만한 사람들이다.

베트남 음식은 내가 추구하는 건강식이다. 양념이며 야채며 고기를 푸짐하게 사용한다. 무엇보다 생야채를 곁들이는 메뉴가 많아서 좋다. 로컬 푸드는 VND 환율이 낮아서 저렴하게 베트남의 다양한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실망스러웠던 음식도 있었다. 베트남적인 메뉴를 선택하다 보니 '베트남 계란 볶음밥'을 주문했다. 양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음식마다 자주 남긴다. 발연점이 낮은 식용유를 고집하는 나는 압착 올리브유 엑스트라버진은 절대 아닐 거라는 확신을 했다. 볶음 요리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다.


한국의 밑반찬에 길들여져서 숟가락질이 늘수록 입맛은 퍽퍽해졌다. 밑반찬 없는 볶음밥은 야속했다.


댓잎을 여러 겹 두른 음식을 재래시장에서 보았다. 베트남 떡이라고 해서 샀는데 비위에 맞지 않았다.

댓잎을 벗기니 찹쌀떡 속에 돼지고기가 들어 있었다. 비계 반, 살점 반. 뇌가 거부해서 버렸다. 이름을 '반쯩' 비슷하게 발음을 했는데, 제대로 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작은 것들은 한국 떡처럼 달콤했다.

박미안 시장에서 비주얼이 예뻐서 먹었던 음식이 있다.

쌀국수라고 했는데, 볶음면이다. 뻥튀기 같은 것에 올려서 먹으라고 일러 주었다.

맛이 괜찮아서 나중에 먹을 요량으로 한 팩을 더 포장해서 왔다. 돌아와서 내용물을 찬찬히 살피니 돼지고기를 아주 잘게 깍둑썰어 튀긴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비계 투성이었다. 다시 맛볼 목록에서 제외했다.

비빔면눈으로 보기에는 먹을 만했는데 실제 먹으니 향이 몹시 거북했다. 젓가락만 먹고 포기했다.

볶음 국수 & 비빔 국수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어떤 로컬 푸드와 만날까에 집중한다. 소스가 이것저것 나오는 음식은 어떻게 먹는지 종종 물어본다. 호의적인 주인은 라이스페이퍼에 여러 가지를 세팅해서 곁들일 소스까지 알려준다. 반응까지 살피기도 한다.


3 모작 땅에서 거둔 농작물이며 바다에서 낚아 올린 해산물 등으로 요리가 다양하고 재료를 풍성하게 쓴다. 음식들 훈훈하다. 특히 해산물이 신선하고 맛이 흐뭇하다.

루프트 탑 bar에서 다시 밴드 소리와 노래가 들린다. 신명에 취해도 이성을 잃나 보다. 베트남 여행객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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