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 소시민 Aug 03. 2024

노을이 아름다운 고도(古都)

루앙프라방 여행기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

 5월 1일 노동절은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서는 공휴일이라고 한다. 노동절 퍼레이드로 인해, 대로가 통제되어 우회로를 통해 역으로 향했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건설된 역은 왜인지, 비엔티안 시내에서 4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정말 황량한 벌판 위에 떡하니 중국식 특유의 거대한 역이 있었다. 중국은 왜 역을 항상 거대하게 짓는 건가. 알 수가 없다. 차로 가면서 본 중국 공상 은행이 마치 동양척식 주식회사 건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곳곳에 중국어 간판도 많았다. 이러다가 라오스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기차는 시속 160km로 쾌적하게 인도차이나 반도의 밀림을 뚫고 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으로 향했다. 차창 밖은 정말 열대 우림 그 자체였다. 개활지가 별로 없었다. 비엔티안 외곽에서 초록색 야자숲 사이로 듬성듬성 이 땅의 색을 닮은 붉은 지붕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30분 정도 더 달리니, 방비엥역까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열대우림이거나, 민둥산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 먼 길을 예전에는 차로 가야 했다니, 일대일로가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2등석은 딱딱했지만, 충전도 할 수 있고 좋았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 승객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방비엥역에서 서양 관광객들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타기 시작했다. 이후 나를 포함한 그들은 모두 루앙프라방에서 내렸다.

 루앙프라방 역 또한 비엔티안역과 마찬가지로 시내에서 20~30분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 합승 미니밴을 잡지 못했는데, 다행히 화장실에서 나오는 김에 좋은 가격에 미니밴을 얻어 타고 시내로 향했다.


잘못 고른 루앙프라방의 숙소

숙소 자체는 훌륭했다.

 호텔의 위치가 생각보다 별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미니밴에서 내린 뒤 얼마 안 있어서였다. 부킹닷컴(Booking.Com) 상에는 중심지에 있다고 했지만, 실제 관광과 식당의 중심지는 더 멀었다.

날씨가 좋다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이 날씨에는 불가능했다. 혹시 다음에 루앙프라방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제 어느 지역에 호텔을 잡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며 라오스의 고도 루앙프라방을 알아갈 준비를 했다.


루앙프라방의 하루

#탁발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탁발로 시작된다. 동이 틀무렵 주황색 법복을 입은 스님들이 줄을 지어  조용히 가두를 행진한다. 공양을 받는 스님도, 공양을 하는 사람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 침묵과 이 의식이 수백 년간 지속되었다는 사실이 아침을 더 엄숙하게 한다.

 탁발 공양에 참여하기 위하여 근처 상인들에게서 대나무 밥통과 과자들을 사 왔다. 상인들이 안내해 준 빈자리에서 스님들을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멀리서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다가왔다. 무표정한 그들은 나이도 제각각이었다.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만이 공통점이었다. 수백 년간 이어온 의식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다.

 한분 한분에게 밥과 과자를 공양하면서 나 또한 뭔가 생각을 정리하거나, 깨달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조금은 불경스러운 표현이지만 스님들은 컨베이어벨트의 물건처럼 쉬지 않고 나에게 왔고, 정신없이 한분 한분에게 공양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의 밥통과 과자통은 바닥을 드러냈다. 상인들은 추가 밥통을 원하냐고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체험했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떴다.  


#왓 씨엥통

 점심을 먹고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가장 유명한 사원인 왓씨엥통에 갔다. 입장료는 30,000킵으로 어디나 다 똑같은 것 같았다. 태양빛이 내리쬐는 사원에는 거의 아무도 없었다. 하긴 정오의 더운 날씨에 밖에 돌아다니는 것이 미친 짓이다. 전각 안에 들어가서는 연신 땀을 닦을 뿐이었다. 본당 앞 뜰은 태양빛을 받아 거의 하얗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 작열하는 뜰을 가로질러 본당에 들어갔을 때 더위에서 벗어난 것에 위안을 느끼기도 했지만, 내부 조각과 장식에 경이로움을 느낀 것이 더 컸다. 정말 디테일하게 기둥과 벽에 금박으로 (아마) 석가모니의 삶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들의 깊은 불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전각 자체도 특이했다. 타이의 절들과 비슷하지만 보다 낮은 느낌에, 지붕의 곡선도 좀 더 부드러웠다. 이 점은 한국의 절들과도 비슷했다. 한국의 절들 보다는 좀 더 대지에 붙어 있는 느낌이긴 했다.


#루앙프라방 왕궁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볼거리는 왕궁이다. 루앙프라방은 중세 라오스의 모체 란상 왕국의 수도였으며, 근대에는 프랑스 보호국, 루앙프라방 왕국의 수도였다. 현재 남아있는 왕궁은 루앙프라방 왕국 시절의 궁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간소했다. 내부 장식은 확실히 화려했지만, 궁전의 사이즈 자체는 유럽 귀족의 저택 정도였다. 보호국이긴 하지만 사실상 망국이다. 망국의 군주로서 망국의 궁전을 짓고, 거기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이었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푸시 언덕과 야시장

정면에 보이는 언덕이 푸시언덕이다

 루앙프라방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저녁의 푸시언덕이다. 루앙프라방 구시가지 중심에는 나지막한 언덕 하나가 있다. 시내에는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 올라가면 루앙프라방의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다.

언덕 자체는 그렇게 높진 않았지만 꽤 경사가 있었다. 그리고 더웠다. 하지만 위에서 본 풍경은 장관이었다. 루앙프라방에 온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산과 메콩강, 노을, 그리고 열대 숲 속 낮은 붉은 지붕들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관광객들의 소란스러움을 제외하면 잠시나마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100년 전에도 이곳은 이런 풍경이었을 것 같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왜인지 모르게 정말 마음이 편안해졌다.

 해가 강 반대편의 산 너머를 향하면서 하늘은 점점 더 붉게 물들었다. 이윽고 해는 산을 완전히 넘어갔다. 해는 졌지만 아직까지 하늘과 공기엔 붉은빛이 남아있었다. 이렇게 메콩강의 하루가 또 지났다. 산을 굽이굽이 끼고 흐르는 강, 그리고 그 강을 느린 속도로 가로지르는 배들을 보면 마음이 정말 평화로워졌다. 해가 지고 나서도 한 동안은 그 풍경을 최대한 눈으로 담으려고 했다.

 해가 지고 나서 루앙프라방의 시내는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야시장이 시작된 것이다. 메인 거리로 알려져 있는 곳의 시작과 끝이 모두 천막들이었다. 사거리 근처, 입구 주변에는 먹을 것들을 파는 노점들이 푸드코트 형식으로 있었다. 나머지 천막들은 대부분 기념품이나 수공예품, 옷들이었다. 비엔티안보다 기념품의 종류가 많아, 기념품을 사고 싶을 때는 여기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루앙프라방의 액티비티

 

 루앙프라방은 단순히 역사 도시가 아니다. 사원들과 왕궁을 보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음은 대표적인 액티비티들이다.


#꽝시 폭포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30~40분 정도 달리면 방비엥의 계곡과 비슷한, 꽝시 폭포에 도착한다. 호텔이나 시내의 툭툭 드라이버와 협상해서 가거나, 투어회사를 끼고 갈 수 있다. 계곡에서 수영을 할 수는 있지만, 바닥이 울퉁불퉁 한 곳이 많고, 옷을 갈아입을 만한 시설이 없는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그 경치는 최고였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계곡과 폭포 모두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현실화한 것 같았다. 또한 엄청나게 시원했다. 5월 동남아 더위를 이겨내는 데 최고였다.


#메콩강 카약

루앙프라방을 흐르는 메콩강에서 카약을 탈 수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30~40분을 북쪽으로 달려, 메콩강의 지류에서 출발하여, 수백 개의 불상들이 안치되어 있는 팍두 동굴까지 간다.

팍우 동굴

이후 팍우 동굴을 출발하여 다시 투어 회사의 사무실까지 가는 루트이다.

  메콩강의 지류는 한국의 동강 정도였지만, 메콩강은 차원이 달랐다. 정말 넓고 큰 강 한가운데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보트에 앉아있는 나 자신이 신기하고 불안했다. 조금만 균형을 잃으면 저 탁한, 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강 속에 빠질 것만 같았다. 중간중간 떠있는 녹조류 같은 것들도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저 물이 입이나 코에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는 순간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역시 카약은 좀 더 깨끗한 물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메콩강과 그 지류를 5~6킬로 정도 나의 두 팔로 갔다는 성취감은 좋았다.


루앙프라방의 맛집


 루앙프라방에서는 라오스의 다양한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일부 식당들은 아침에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만 영업) 라오스 전통 죽 맛집

https://maps.app.goo.gl/s9dtKboiByHRExbc9

#(오전 11시까지 영업-재료 소진 시 종료) 까오 쏘이 맛집

https://maps.app.goo.gl/ZGXGwhQhA1GuBZzH7

#기타 라오스 전통 요리 맛집들

https://maps.app.goo.gl/CyGL4N7HuAcrsZNo7


https://maps.app.goo.gl/Fo2WerHfaKo5DTSC6


https://maps.app.goo.gl/AsxqNcixD2tRncNs6

#원두가 맛있는 카페

https://maps.app.goo.gl/qqkGYEJcXNQkw2tV6


루앙프라방 숙소 지역의 추천

 앞서 루앙프라방 숙소 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주요 관광지와 맛집이 모여 있는 곳은 위의 붉은 원 부분이다. 숙소를 예약할 때, 이 부분에 가까운 지역에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루앙프라방의 교통

 

 루앙프라방에는 여행객들이 이용할만한 별 다른 대중교통은 없다. 조금 먼 거리는 툭툭를 이용하여 갈 수 있으며, 일부 호텔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일부 여행객들은 전동 바이크나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시내에 숙소가 있다면, 사실 꽝시 폭포, 루앙프라방 공항, 루앙프라방 역등 시내에서 먼 곳을 갈 때는 제외하고 모두 도보로 갈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에서 제일 지루한 수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