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2018년의 기록을 옮겨 쓰다.
애초 이곳에서 한 달을 꼭 채워보고 싶었던 마음과 다음 일정 사이의 괴리 때문에 시작부터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여운도 짙게 남은 도시가 되었다.
다소 진부하지만 사진예술을 한다고 하니, 프랑스 파리에 오면 좀 색다른 배움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재단에도 찾아가 보기도 하고.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그의 사진철학의 정수인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에 대해서 일말의 배움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리에서는 온전히 흑백 작업에 더욱 집중하기도 했다. 원래도 트리밍과 편집을 거의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곳에서는 괜히 더 까탈스럽게 원본을 고집하기도 했다. 희한하게도 사진기와 빛을 다루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데도 마음에 드는 순간은 좀처럼 찾아오질 않았다.
이미지로만 보자면 파리는 사진가들에게 너무나 매혹적인 도시였다. 오래된 건축물과 다인종과 문화가 혼재된 도시는 렌즈를 어느 쪽으로 돌려도 멋진 그림이 나왔다. 역설적으로 '결정적으로 운 좋은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드는 순간의 '결정적인 감정의 한 편린'을 담아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가벼워야 할 여행이 사진에 대한 고민으로 또다시 점철되는 순간이 많았다. 아마도 브레송의 그림자가 내게 구도와 빛의 사냥 대신에 감정에 대해 철저히 복기하도록, 그럼으로 좀 더 사진의 도(道)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 억측을 해본다.
그래서 사진이 늘었냐고? 에라이. 마음의 그릇을 닦고 넓히는 일에는 아마 평생이 족히 걸리지 않을까 싶다.
Paris, France, 2018 @dalai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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