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매니저의 폐해,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관리자의 모습은?
마이크로매니저란 직원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며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통제하는 리더를 말한다.
마이크로매니지는 나뭇결만 살펴보느라 숲은 커녕 나무도 보지 못하는 폐단을 낳는다. 또한, 사람을 피곤하게 하여 업무 피로도를 높이며 사기를 낮춘다.
한마디로 마이크로매니저는 조직의 재앙이다.
한국은 OECD 가입국이며 세계적으로도 아주 높은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다.
(물론 분배와 각종 정책의 실패로 폭발 위험이 높은 경제지만…. 아무튼 이런 건 넘어가고)
그런데도 국격에 맞지 않는 평균 디자인 수준, 피곤한 조직문화, 잦아진 불량품 생산, 갑질 문화 등으로 행복도는 좆망인 실정이다.
나는 이 사태를 만든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한국인의 비정상적인 마이크로매니지를 꼽는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 가끔 마이크로매니저에 대한 글들이 보이긴 하는데 아직 널리 알려진 용어는 아닌 듯하다.
부디 마이크로 매니저라는 용어가 널리 퍼져, 사람들이 이 단어를 의식하느라고 억지로라도 자중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글 한 가닥이라도 보태본다.
마이크로매니저를 설명하기 위해 폰젝트처럼 관리자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보았다.
1) 스토퍼 형 : 적절한 통제력을 가진 사람
2) 롤러 형 : 대충대충 넘어가는 사람
3) 히어로 형 : 존나 짱인 사람
4) 마이크로매니저 형 : 사사건건 간섭하는 돌아이
스토퍼는 책임자의 뜻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밀어주되 명확히 틀린것은 저지한다.
아주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춘 건 아니지만, 상식선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잘 찾아낸다.
조직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적당한 답은 내어준다.
한마디로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이다.
그런데 상식과 균형감각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잘못된 교육시스템을 겪고 자랄 때, 가장 결핍되는 것 중 하나가 균형감각이다.
책임자의 뜻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을 넘어 정말 마음대로 하게 놔둔다.
때론 본인이 결정해야 할 사안도 남들의 의견을 귀동냥해서 때운다. 사람을 거의 혼내지 않고 꼭 지적해야 할 사안도 지적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모든 걸 흘러가는 데로 둔다.
날펌(대충 컨펌하는 행위를 난 이렇게 부른다)이 잦아지면 반드시 업무에 오류는 생긴다.
이 오류가 발생했을 때, 본인의 관리 실수를 재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그리고 빠르게 수정하면 된다.
날펌을 하더라도 위의 사항만 지킨다면 회사 잘 돌아간다.
내 생각에 한국인은 롤러형 관리자를 추구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마이크로매니지가 몸에 밴 사람이 많으므로, 롤러가 되려고 하다 보면 롤러와 스토퍼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이 맞을 것이다. (농구에서 링의 뒷편을 보고 슛을 쏘면 공이 적당한 위치에 들어간다는 이치와 같다.)
단어 그대로 영웅 형 유닛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레이놀, 프로토스의 제라툴 같은 유닛.
특징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못 보는 섬세함을 볼 줄 안다.
조직원의 자발적 존경을 끌어낼 수 있는 수준의 장인이다.
결단력이 강하고 독하다.
없는 시간도 만들어 자기계발을 한다.
사람을 빨아들이는 포스가 있다.
본인이 완벽하지 않으며, 애당초 완벽은 없다는 정도의 사리분별은 할 줄 안다.
업계에서 실력으로 유명하다.
이 유형의 사람은 지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만 그 내용이 타당하고, 일정 내에 처리할 수 있는 분량은 계산해서 지적한다.
혹시, 분량 계산이 틀리면 최종적으로 본인이 직접 해결할 수 있다.
반면 마이크로매니저는 사람이 처리 불가한 분량의 지적을 한다.
자신도 처리 불가한 수준의 지적이라 말미에서 모든게 다 꼬이고 엉망이 된다.
결국 에브리바디 좆 투 더 망.
여하튼 지적을 많이 하고 피곤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마이크로매니저와 그 궤는 함께한다.
맛은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이냐, 먹어서는 안되는 사약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마이크로매니저는 본인이 히어로 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마이크로매니지의 기저에는 "실력에 대한 오만"이 있기 때문이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부라퀴 같은 사람, 극혐.
인터넷에서 찾아본 "마이크로 매니저 체크리스트"인데 한번 살펴보자.
[출처 : 당신이 '마이크로매니저'임을 나타내는 12가지 신호|작성자 솔개 ]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 어렵다.
큰 그림 대신 세부 사항을 보게 된다.
결과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을 모니터링한다.
직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직원들의 일에 개입한다.
직원들에게 할당된 프로젝트나 활동에 끼어든다.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관여한다.
성공적인 결과에 초점을 두기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한다.
위임된 일을 끝내기도 전에 자꾸만 불러서 챙긴다.
비현실적인 간격으로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한다.
직원과 상의없이 비현실적인 업무 마감 시간을 요구한다.
팀의 성과가 낮고 사기가 떨어진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다.
윗글 내용 중간에 언급했는데, 마이크로매너저 형과 히어로 형은 그 궤를 같이한다고 했다.
무술의 극의처럼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지금 스스로를 "히어로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이크로매니저일 확률이 높다.
히어로 형은 극소수 이기 때문이다.
위에 정의한 히어로 형의 조건들 대다수는 본인 착각 때문에 얼마든 만족할 수 있다.
다만, 딱 두 가지는 객관화할 수 있을 듯 하다.
첫 번째는 본인은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다.
본인은 숨은 고수라고? 좆까시길.
재야의 고수도
"저 사람은 너무 자신을 홍보 못 해. 하면 더 좋을 텐데?"
라는 식으로 은근히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없는 시간도 쪼개서 자기계발을 하는지 여부다.
일주일로 환산하면 최소 12시간 이상해야한다.(1년 600시간?)
남을 지적하고자 사람에게 노력은 의무다.
그 지적 덕분에 업무량이 30분이라도 더 늘어나지 않는가?
부족한 노력을 하며 남에게 지적만 하는 것은 조선 시대 왕이 하는 짓거리 같은 것이다.
에디슨도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봐도 유명도와 정량적 시간을 언급한 점이 참 유치하다.
그러나 마이크로매니저의 착각을 벗겨 내는 것은 유치함을 무릅쓰더라도 중요한 일이다.
택시드라이버 영화 속, 로버트 드니로의 말처럼.
한국의 마이크로매니저들이 모두 빗물에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
본인이 특별한 인재가 아니라고 실망할 것 없다.
조기축구회에서 드리블을 이천수처럼 못한다고 실망해야 하나?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본인이 최고 짱짱맨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내고.
무엇이 되어도 좋으니 제일 추잡하고 찌질한 마이크로매니저만큼은 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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