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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니 May 18. 2020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트라우마의 늪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이렇게 금요일, 토요일이 기다려지고, 재방도 보고 시작하기 전에 대기까지 타면서 광고도 틀어 놓은 드라마는 처음이다. 주말에 보면 평일에도 생각나고, 다음 회는 어떻게 펼쳐질까 기대되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게 참 많다.
부부의 세계는 단순히 불륜, 바람, 이혼 드라마가 아니다. 캐릭터들이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 사람을 이렇게 행동하게 만든 원인은 뭔지 분석하고 그 사람의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일종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이다.
내가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1. 트라우마​
지선우와 이태오의 어린 시절, 준영이
지선우와 이태오는 둘 다 불운한 가정에서 자랐다.
지선우의 부모님은 자살로, 이태오의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그렇게 그 둘은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그 둘은 무척이나 아들 준영을 아꼈다. 준영에게는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둘은 준영이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었다.
치료되지 않은 트라우마는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잘난 여성은 질투받기 쉽다.​
병원 부원장인 지선우의 주변 사람들이 지선우만 빼고 다 거짓말을 한 것은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중년 여성이 그렇게 성공한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그 와중에 지선우는 명예, 부, 가정까지 모두 잡았다.
하지만, 예림, 설명숙 같은 캐릭터는 그것을 다 잡지 못한 케이스. 남이 갖지 못한 것을 사실은 최측근이 가장 질투를 많이 한다. 특히 설명숙 캐릭터가 제일 얄밉다. 나였으면 이미 진작에 손절했을 캐릭터.


3. 자기 인생 자기가 꼰다.​
이태오는 타고나기로는 아내 복 있게 타고났다.
의사인 지선우랑 결혼해서 자기 돈 한 푼도 제대로 벌지도 못하지만 지선우를 등에 업고 자동차며 옷이며 집이며 아들이며 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갖게 된다.
여다경과 결혼해서도 똑같다. 자기 손으로 일군 것 하나 없이 친정의 도움으로 회사의 대표직까지 맡게 되고 럭셔리한 삶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자기가 스스로 자기 인생을 꼰다.
뭐 때문에? 여자 때문에? 아니다. 결국 지기 자신 때문이다. 복수, 질투, 사랑, 자기 절제 등 복잡한 감정들이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이것이 이태오를 망친다.
물론 이 원인은 어릴 적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된다.


4. 가족과의 애착관계 형성​
준영이는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자기 마음 하나 제대로 털어놓을 곳이 없다.
결국 김윤기 선생에게 털어놓긴 했지만, 그것마저 지선우가 알아채서 준영이는 오로지 홀로 견뎌내야 했다.
엄마는 너무 바쁜 일 때문에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하였고, 아빠와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는데 그런 아빠마저 자신을 배신하고 가정을 버리고 떠났으니 정말 준영에게는 그 누구 하나 있지 않은, 모든 것을 혼자 이겨내야 했던 것이다.
이것은 준영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와 같다.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면서 모두 크고 작은 고민이나 상처가 종종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고, 위로해주고 이런저런 얘기하며 털어내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다시 일어선다.
연예인을 예로 들면, 설리나 구하라 케이스를 봐도 그렇다. 너무나도 끼가 많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지만 가정 내 사정이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유산 상속 싸움 나는 것들을 보면). 그에 비해 제시카나, 크리스탈 자매를 보면 자매간의 우애도 끈끈해 보이고 서로를 잘 의지하며 어려운 일들이 있어도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이것이 가족이 주는 힘이다.
하지만, 준영에게는 털어내고 일어서게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 이것이 중학생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세계를 보며 계속 이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애착 대상이 제공하는 안전 기지를 기반으로
여행하는 삶을 살 때 가장 행복하다.
성인의 사랑 역시 애착의 결합이며
이는 부모와 유아의 결합과 같다.

나는 지선우가 김윤기라는 안전지대를 갖기를 바랬다.

5.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사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의식주+나를 사랑해 줄 사람+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책과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는 <주디>

누굴 얼마나 사랑하느냐 보다
얼마나 사랑받는지가 더 중요하다.


책은 <자기 앞의 생>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을 받지 못한 지선우와 이태오.
계속 다른 사랑을 찾아다니는 손제혁.


6. 깨진 접시는 붙여도 깨진 접시다.​
예림은 제혁과 다시 잘해보려 하지만, 불안함은 수시로 예림의 마음을 괴롭힌다. 새벽에 온 전화에도 마음이 불편하고, 휴대폰을 보고 웃는 모습 하나하나에도 불안함과 의심이 엄습한다.
제혁의 행동이 예림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것이다.
한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배신을 당하면, 그 사람과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계속 상처 받았던 일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계속 자신을 속여가면서 만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못할 일이다.
깨진 접시는 깨진 접시다. 그래서 깨지지 않게 애초부터 조심하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


7. 결국 우리는 또다시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이태오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젊은 여다경을 만나고 사랑에 빠졌고, 설렘을 느꼈다. 그래서 결국 이혼하고 여다경과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그 가정 또한 일상이 되었다. 출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서 출퇴근을 하고...
여다경과 싸움을 하는 일이 잦아지고, 설렘과 영감을 주고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이 불편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기나 할까?
사실 우리는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형체를 핑계로 자기 자신에게로 혹은 상대방에게로 도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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