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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Sep 30. 2022

구독과 자동결제

나의 새로운 알람

무념무상으로 구독하고 저장하는 편이라 내가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게 뭐뭐 있는지 통 모르고 매번 검색하는 것이 나의 스타일 아닌 스타일이다. 관대하게 얼마든지 추가하지만 실제로 클릭해서 보는 건 얼마나 되려나. 나의 이 막 구독 막 저장 습관은 네이버 지도에 저장할 수 있는 최대치가 1,000개 장소임을 알려주었다. 궁금하던 이가 있다면 참고해서 저장하시기를 바란다.


유튜브의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말고도 온통 구독할 혹은 해야만 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현재 우리 집에서 자동결제 들어가는 각종 구독템들을 훑어보았는데 새삼 놀랐다. 네이버, 쿠팡,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같은 멤버십부터 큐티책과 최근엔 어린이 경제 신문도 추가된 나의 구독 리스트는 언제 저리 길어졌는지 당황스러웠다.


무언가가 날 꼬박꼬박 찾아온다는 건 어쩐지 부담스럽다. 내가 필요할 때만 찾고 싶은데 매번 알아서 찾아온다니. 늘 쓰는 티슈를 정기배송하느냐 마느냐를 매번 망설이다 결국 이번만 구매하길 선택한다. 각종 멤버십 비용의 결제 문자는 각기 다른 날이 되면 벌써 한 달이 지났음을 알린다.


미국에서 아마존을 쓰던 시절엔 죄다 구독을 했다. 물티슈, 기저귀, 멸균우유 등 육아템 대부분은 아마존을 통해 각각의 정해진 텀마다 집에 도착했다. 정수기의 물도 그랬다. 몇 통을 마실지 헤아려서 주문량을 정하고 배달일을 관리했다. 부재할 때는 조정해야 하고 물이 부족하면 추가 주문을 해야 했다. 때로는 받은 물이나 반납한 물통의 개수가 맞지 않아 CS가 엉망인 그 업체와 불필요하게 긴 과정을 거쳐야 했다. 나는 편하고자 한 구독에 내 달력이 바빠지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집안 물건들의 재고 확인과 보관이 번거로울지라도 아이들 데리고 큰 짐 사러 다니는 일을 조금 더는 것만으로도 구독의 의미가 충분히 있었다. 결국 구독까지 하는 것들은 주로 그 비용을 지불하고도 얻을 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것의 자격을 갖춰 구독의 대상으로 선택받는 것은 만만하지 않다. 이번에도 나는 물티슈를 그냥 구매하길 선택했다.


이번 주에 새로 구독하기 시작한 어린이 신문이 왔다. 종이신문이 참 오랜만이다. 비행기 탈 때 말고 종이신문을 읽을 일이 없는데 이 질감과 딱 좋은 사이즈에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기사의 내용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그 질감과 반투명 비닐에 쌓여서 내 손에 당도한 그 물건이 주는 구독의 기쁨 같은 것이 흐릿하게나마 느껴졌다. 폐지를 학교에 내던 시절, 학교 통신문이 늘 회색빛 갱지에 나오던 시절을 살아서인지 종이신문이 주는 묘한 감성이 좋다. 학교에 가져가서 읽겠다며 가방에 챙겨 넣는 첫째를 보면 아이에게도 이 읽을거리가 새로운 느낌인 게 틀림없다. 늘 쓰는 A4용지나 벽에 붙이는 구구단 포스터도 아닌 어중간한 종이에 글씨와 그림이 빼곡한 신문을 보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 혹은 이게 신문이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비밀이 없는 시대. 신문보다는 실시간 기사가 궁금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종이를 읽는 즐거움은 아직 있다. 손글씨보다 타이핑이 편한 시대지만 여전히 우리는 손으로 사인을 하고 필체에 집착하며 캘리그래피를 배우기도 한다. 다음 주 화요일에도 두 번째 신문이 도착할 예정이다. 구독 버튼도, 알림도, 좋아요 같은 건 없지만 제법 맘에 드는 구독템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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