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 Feb 29. 2024

초등 형제 키우기

프롤로그


나는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첫 대학 또한 캐나다에서 다녔다. 그렇다고 어릴 적 한국에서 학군지에 살아본 것도 아니니 한국의 입시제도와 거리가 먼 인생이었던 셈이다. 한국에 돌아와 또 다른 대학을 다니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미국 생활을 하기까지 아이를 키우는 초등맘의 삶에 대한 고민은 이토록 크지 않았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던 시기까지도 애들이 결국 자기가 알아서 크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음, 물론 알아서 크는 것치곤 수고가 과했다. 그 시절 나는 하루 세끼 먹이고, 아프면 돌보고, 잠을 재우는 기본적인 보육으로도 충분히 바쁘다 여겼고, 초등학생이 된 동동이와 복복이를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은 작년 봄, 처음으로 대단지 아파트에 이사 왔다. 목소리가 울리도록 높은 층고 아래 항상 뛰던 주택 거주자에서 층간소음 걱정에 종일 잔소리를 해야 하는 아파트 생활은 1년이 지났다. 약간 스트레스는 받지만 삶 자체는 편하고 쾌적한 게 사실이다. 아이들 또한 온 동네가 친구들 집인 지금의 환경은 신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엄마라면 안기기 바쁜 아기들이지만, 올해 첫째 동동이는 초등학교 4학년, 복복이는 2학년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이제 내 자식 중에 초등학교 고학년도 있다니! 저체중으로 태어났던 동동이는 과체중이 찍힐 지경이고, 아기 같던 울보 복복이는 스스로 눈물을 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물론 아직도 자주 운다. 그래도 어디 가서 미움을 사기보다 칭찬받는 아이들로 잘 크고 있으니 다행이다.


당연히 부모의 목표는 훌륭한 초등학생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을 제법 잘 살아낼 사람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까 끝없는 고민이 시작됐다. 당장 학원에 바쁜 초등학생들 중에 우리 동동이와 복복이도 있다. 무언가 결정할 때마다 스스로 의심한다. 이게 맞나? 좋은 결정인가? 나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결정은 나름 척척 해왔던 것 같은데, 내가 아닌 다른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이 찝찝한 느낌에 걸음마다 의심이 가득하다.


다행히도 나의 아이들은 남자애들 치고 둘 다 말이 많다. 그래서 자꾸 묻기로 했다. 당연히 어느 정도 가이드를 해줘야겠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올해를 살아내는 것이 목표다. 사춘기가 올 미래를 위한 대비책이자 어느 날 갱년기를 맞아야 할 어미의 생존전략이라고 해두자.


삼일절이 내일인데 로켓배송으로도 태극기 게양에 실패할 터라 늦은 저녁 마트까지 가서 태극기를 사 왔다. 동동이는 나를 졸라서 산 미니축구공을 안고 자고 있고 복복이는 마트 사은품으로 받은 귀여운 무드등을 안고 잠들었다. 쫀디기까지 득템한 행복한 밤, 아이들은 한껏 아이답게 즐겁다. 드디어 숨을 돌리려는데 집이 엉망이다. 바빴던 하루의 끝, 초등 형제 키우는 나의 기록을 이렇게 시작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